‘조성아22’가 지난 3월29일 미국 뉴욕에서 연 ‘케이 뷰티 프레스’ 행사. 조성아22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럭셔리와 SNS
지난해 말, 29개국에서 19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가 ‘케이(K) 뷰티’ 기획전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과 라네즈, 닥터자르트, 투쿨포스쿨 같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하고, 한국 여성들이 어떤 화장품으로 피부를 가꾸는지 알려주면서 관련 제품 판매를 촉진하려는 행사였다. 사실, 이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외국에 매장을 냈거나 세포라 같은 전문매장에 입점했다는 소식은 놀랍지도 않다. 최근엔 토니모리가 미국 최대 규모의 화장품 매장인 얼타에 입점해 판매량으로 5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용 분야는 중국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주목받는 한류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캐시 필립스 ‘콩데 나스트 아시아퍼시픽 인터내셔널’ 뷰티 에디터는 지난 21일 ‘콩데 나스트 럭셔리 콘퍼런스’에서 “한국 여성들은 피부가 아름답고 좋다. 광채피부, 물광피부는 바로 한국 여성들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욕탕에 가서 때를 한번 밀어보시라. 정말 피부가 좋아진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태리타월’로 때를 미는 한국인의 습관을 아는 것은 오랜 경력의 뷰티 에디터라 가능한 이야기로 치더라도, 쿠션팩트로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랑콤과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이어 올해는 이브생로랑, 슈에무라, 바비브라운 등 국제적인 화장품 브랜드에서 쿠션팩트를 내놨다. 특히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쿠션팩트 제조 기술을 전수받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랑콤, 슈에무라, 이브생로랑은 한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코스맥스에서 제품을 만들어 간다. 한국 업체의 히트 상품이 세계적인 유행을 만들어내고, 제품도 제작해 공급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쿠션팩트보다 먼저 미국과 유럽에 진출한 비비크림은 현재 2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시크림, 고무 마스크, 아쿠아필링 등도 한국에서 시작돼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5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5년 사이 화장품 수출액은 3.5배 증가해 24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기초화장품류의 수출액은 3.9배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 쪽은 “미인을 말할 때 우리는 문화적으로 곱고 맑은 피부를 얘기해서 그런지, 한국은 기초화장품이 많이 발전했다. 반면 서양에선, 미인이라면 색조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걸 생각했고 화장품도 그쪽이 발전했는데 최근 피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피부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주는 쿠션팩트나 비비크림이 주목받는 건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외국에 알려진 케이 뷰티에 성형수술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 1년에 1천여명을 수술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중국인이 한국으로 ‘성형 관광’을 오는 통에 브로커, 탈세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케이 뷰티를 언급할 때 이런 부분은 고려되지 않는다. 외모지상주의, 불법 시술 등으로 많은 이가 고통받고, 이런 문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캐시 필립스는 콘퍼런스에서 “한국에서 성형은 샤넬 핸드백만큼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방법이 됐다. 생일이나 시험을 잘 봤을 때, 부모가 자식에게 성형수술을 선물하기도 하는 등 한국에선 대놓고 자랑스럽게 성형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수지 멩키스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도 “한국은 성형한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놓인 현실과는 다소 간극이 있는 인식을 드러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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