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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탐하다 바다를 꿈꾸다

등록 2016-06-30 13:52수정 2016-06-30 16:0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의 시원한 일상탈출 제안
하늘과 바다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공간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있는 이정국 기자(위). 이정국 기자 촬영 영상 갈무리
하늘과 바다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공간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있는 이정국 기자(위). 이정국 기자 촬영 영상 갈무리

아침에 눈뜨기 싫고 자신도 모르게 출근이나 등교 준비를 미적거리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마음이 당신에게 보내는 ‘오프’ 신호다. 헬조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은 얼마나 고된가. 상사의 압박, 엄마의 잔소리, 부모로서의 책임감, 성과를 내고 싶은 열정 때문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하루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저 반복된다. 반복은 지겨움과 지루함을 낳고, 지겹고 지루해진 일상은 쇼생크나 앨커트래즈처럼 우리를 옥죈다. 그럴 땐, 푹 자려고 형광등 스위치를 끄듯 쉴 새 없이 긴장한 당신의 신경도 잠시 꺼야 한다.

어떻게 끄느냐고?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거나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했다간 경찰에 잡혀간다. 그럴 위험은 무릅쓰지 말고 그냥, 하늘을 날아보자. 3300m 상공에서 바람을 가르며 나는 스카이다이빙 3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다. 온몸에 새 피가 도는 듯한 짜릿함은, 왜 인간이 태곳적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했는지 이해하게 해준다. 지구의 중력을 가장 완벽하게 느끼는 시간, 나와 이웃들이 아등바등 부대끼며 살아내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간은 스카이다이빙이 주는 마법 같은 선물이다.

18일 오후 제주 서귀포 문섬 앞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는 다이버들. 서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8일 오후 제주 서귀포 문섬 앞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는 다이버들. 서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높은 곳이 무섭다면 바닷속에서 숨을 쉬어도 된다. 말 거는 사람도 말할 필요도 없는 고요함, 수면 아래를 비춰내리는 아름다운 햇살, 알록달록 물고기들과 눈을 맞추는 재미. 스쿠버다이빙은 감동과 해방이다.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간, 20㎏이 훌쩍 넘는 장비의 무게도,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저 엄청 무겁게 다가오는 삶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물속의 30분은 앞으로 30일을 살아갈 에너지가 된다.

작정하고 멀리 떠나기 힘들다고 짓눌린 심장을 풀어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루프톱 바에서 친구들과 차가운 맥주 한잔 들이켜며 속을 털어놓는 건 어떤가.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도, 몇 시간이고 멍때리고 있거나 손수 시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것도 번잡스런 머리와 마음을 비워내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안다. 향단이가 제아무리 열심히 그넷줄을 밀어줘도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 아래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춘향이처럼, 하늘을 날든 바닷속으로 뛰어들든 결국은 일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하늘은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리고, 바다는 하늘을 향해 출렁인다. 달은 해가 꾸는 꿈이고, 해는 달의 그리움이듯, ‘여기’는 일상이기에 영원히 탈출하고 싶은 곳이고, ‘저기’는 꿈이기에 영원히 가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저기’에서 ‘여기’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탈출은 언제든 시도해도 좋은 것 아닐까. 다 같이 탈출해보자, 레츠 이에스시(ESC)!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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