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제주 서귀포 문섬 앞 바다에서 김원국 스쿠버라이프 대표가 프리다이빙을 하고 있다. 서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잠수할 때 어떤 기분이 들어?”
“추락하지 않고, 미끄러져 떨어지는 느낌이야. 가장 힘든 건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항상 그걸 찾는 게 너무 어려워.”
영화 <그랑블루>의 주인공 자크는 바닷속에서의 기분을 묻는 여자친구 조안나에게 ‘뭍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돌고래와 춤추는 꿈을 꾸던 그는,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는 바다로 끝내 달려가고 만다.
바다에 미친 자크의 직업은 프리다이빙 선수다. 프리다이빙은 자가호흡장치, 즉 공기통과 호흡기 등의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들어가 숨을 쉬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숨을 쉬지 않고 물속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숨참기, 숨참고 수평으로 헤엄치기, 숨참고 깊이 들어가기 등이 모두 프리다이빙이다. 아이다(AIDA), 시마스(CMAS) 같은 잠수 관련 국제 협회에서 매년 대회를 열어 기록 경쟁을 벌인다는 것도 스쿠버다이빙과 다른 점이다. 지금까지 프리다이빙으로 바닷속 가장 깊이 들어간 공인 기록은 214m로, 오스트리아의 헤르베르트 니치가 2007년 수립했다. 그가 기록을 낸 종목은, 허리에 차는 무게추의 중량 제한이 없어 하강 속도가 빠른 ‘무제한 다이빙’인데 사고 위험이 커 지금은 국제대회가 열리진 않는다.
선수가 아니어도 야구를 하고 수영을 하는 것처럼, 만 15살 이상이면 아무나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다. 아이다와 시마스뿐만 아니라 패디(PADI), 에스에스아이(SSI) 등의 잠수 관련 협회에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 협회마다 교육 일정과 기간, 승급 기준 등이 다르지만, 잠수 이론을 배우고 수영장에서 기초 교육을 받은 뒤 바다에서 실습을 하는 과정은 같다. 국내에서 배울 경우엔 급수별로 30만~90만원 정도가 든다. 일반인이 취미로 하는 프리다이빙이라면 40m가 최대 수심이다.
프리다이빙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이다. 필요한 건 마스크, 스노클, 핀, 그리고 부력을 상쇄할 무게추뿐이므로 뛰어들고 싶을 때 뛰어들 수 있다. 프리다이빙·스쿠버다이빙 강사인 김원국 스쿠버라이프 대표는 “무거운 장비 없이도 물고기떼와 같이 놀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프리다이빙이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숨을 참으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극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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