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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어디어디 있나, 카페같은 ‘성인용 토이 숍’

등록 2017-11-08 19:36수정 2017-11-09 10:02

너 어디까지 해봤어?

섹스 토이 파는 성인숍 양지로
혐오스러운 성기 모양 아닌
알록달록 여성 취향 제품 늘어
그래픽 이경희 기자 modalkid@hani.co.kr
그래픽 이경희 기자 modalkid@hani.co.kr
“길모퉁이 1층이 편의점 자리로는 최고죠. 우리는 그렇게 하면 100% 망합니다.” 2012년 7월25일치 <한겨레> ESC면의 성인용품점 취재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5년이 지난 이즈막, 동네 빵집에 다녀오다가 길모퉁이 1층에 새로 연 성인용품점을 발견한 참이다. 밝고 건강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대형 성인용품 매장의 소규모 체인점이었다. 편의점은 20m 반경에 이미 세 개가 있다.

올해 문을 연 ‘성인용 토이 숍’ 매장만 줄잡아 십여곳이다. 유리창을 ‘성·인·용·품’이라는 선팅으로 가려둔 비밀스러운 가게나 고속도로 갓길에서 검증되지 않은 물건과 약품을 파는 수상한 봉고차를 대신해, 주로 온라인 거래로 성장한 성인용품업계는 최근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종류도 다양해지고 가격대도 높아진 만큼, 진동기기 하나를 사도 소음, 촉감을 비교해가며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었고, 아는 사람만 알고, 사는 사람만 사던 ‘어덜트(성인) 토이’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특징은 기존의 음습하고 수상한 성인용품점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카페나 갤러리 분위기를 내는 조명 아래, 알록달록한 성인용품들은 그 자체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한층 밝아진 매장은 중년뿐 아니라 20~30대 젊은층의 손님을 이끈다. 이들은 개인적인 성 취향을 스스럼없이 밝히기도 하고, 연인과 성에 관해 대화하며 제품을 구매한다. 주인들도 자신감 있게 ‘어덜트 숍’, ‘성인문화 공간’이라고 말한다.

얼핏 봐서는 전기면도기나 컴퓨터 마우스인가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알록달록한 캔디 컬러의 성인용품이 부쩍 늘었지만, 신체 일부를 적나라하게 모사한 살색 성기구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다면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보다, 거부감 없는 제품을 선별해 전시하는 편집매장을 찾는 편이 좋다. 한편, 사적인 용도의 물건을 전시하고 구매하는 장소를 방문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도 있다. 해방촌 들머리에 위치한 ‘피우다’ 강혜영 대표는 “성인용품은 개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것들이기 때문에 타인이 구경하는 물품을 보고 비판적으로 낄낄대며 웃거나, 다른 손님을 지나치게 쳐다보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국 카페풍 ‘성인용 토이 숍’을 조사해봤다.

20대 연인들의 여행지, 서울 마포구 숍

플레져랩 합정점

보기에 아름답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의 성인용 토이를 선별해 소개하는 부티크형 매장의 대표 격이다. 다양한 기구를 작동시켜 볼 수 있고,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배려하는 여성 매니저가 있다. 매장의 향초 향기가 진한 편이라 취향에 맞지 않으면 살짝 답답할 수 있다.(마포구 합정동 381-64 1층/평일 낮 12시~밤 9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 수요일 휴무)

레드스터프

주류 판매허가를 갖춘 업장이라 저렴한 가격에 맥주를 마시며 토이를 구경할 수 있다. 낮고 따뜻한 조명은 제품 색깔을 다소 왜곡시키지만, 느긋한 기분으로 머물면서 대화하거나 상담하기 좋은 편안한 공간이다.(마포구 홍익로5길 33-3 1층/평일 오후 1~10시, 일요일 오후 1~8시)

은하선 토이즈

<이기적 섹스>의 저자이자 페미니스트 은하선이 고른 섹스토이 외에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스윗스틱’이 있다. 비스트로 바 ‘걸스타운’ 입구에 마련된 네 칸짜리 선반이 다지만, 구성은 제법 충실하다. 걸스타운의 맛있는 음식 냄새의 유혹도 상당해서 식사를 겸한 토이 숍 구경을 추천한다.(마포구 와우산로11길 9-9 2층/화~일요일 오후 5~11시, 월요일 휴무)

레드컨테이너 홍대 연남점(마포구 양화로23길 24 1, 2층) 등이 있다.

우아하고 세련된 실내, 서울 용산구·중구 숍

피우다(Piooda)

녹색과 목재가 어우러진 외관이 자연주의 화장품 매장을 닮았다. 사람 몸에 닿기 때문에 효과와 안전성을 우선으로 제품을 선별한다. 토이 재질에 맞는 관리 방법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준다.(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13-1/일~목요일 낮 12시~밤 10시, 금·토요일 낮 12시30분~밤 12시)

베아테 우제

독일의 첫 여성 비행사이자 세계 최초로 섹스 숍을 창업한 ‘베아테 우제’ 브랜드의 아시아 첫 직영점. 20대부터 70대까지 매장을 찾는 연령대도 다양하고 퀴어 커플도 자주 찾는다.(용산구 이태원로 168/평일 낮 12시~밤 10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

쇼크플레이

매장의 빨간 문이 살짝 부담스럽지만 내부는 밝고 깔끔하다. 끈적이는 농담이나 과장 없이 에스엔에스(SNS)를 활용해 다양한 토이를 소개하는 여성 운영자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 방문 고객 80%가 여성이다.(용산구 대사관로24길 16 지하 1층/낮 12시~밤 10시)

레드컨테이너 이태원 본점

암적색 컨테이너에 성인용품을 조립식 프라모델처럼 꾸민 쇼윈도가 직관적이다. 근처에 2호점을 내고, 홍대 등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중. 성인용품 백화점이라 할 만큼 제품이 다양하다. 체인 공통으로 매장 판매원들이 다소 적극적인데, 참견을 원치 않는 고객에겐 불편한 요소다.(용산구 이태원로 154-1/오전 10시~밤 12시)

부르르닷컴

명동에 위치한 성인용품 쇼핑몰 부르르닷컴의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누리집 곳곳의 ‘재치’가 코드에 맞지 않는다면 깔끔한 오프라인 매장 쪽을 찾는 게 낫다.(중구 명동2길 56-1 4, 5층/오전 9시~밤 11시)

특이한 이름이 많은 서울 강남구·서초구 숍

오 스팟(O SPOT)

누구나 편하게 찾길 바란다는 의미로 ‘개방형 섹스 토이 매장’이라는 간판을 세워 두었다. 여성용품과 남성용품, 코스튬 플레이 의상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친환경 생리대도 들여놓을 계획이다.(서초구 사평대로55길 10 지하 1층/평일 오후 3시~새벽 1시, 일요일 오후 1~밤 9시, 목요일 휴무)

플레져랩 신사 가로수길점(강남구 도산대로13길 10 3층), 바나나몰 청담점(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23) 등이 있다.

교통이 편한 강북구

성인연구소 쥐락펴락

지하철 수유역과 가깝지만 모텔들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는 숍이다. 1층은 콘돔 등을 판매하는 작은 매장처럼 보이지만, 지하 1층은 다양한 취향에 맞게 구역이 나뉘어 있다.(강북구 도봉로89길 5-15/오후 3시~새벽 1시, 화요일 휴무)

유선주 칼럼니스트 oozwish@gmail.com

■ 지방의 성인용 토이 숍

선물가게 같은 부산광역시 숍

부산 라이트다운. 업체 제공
부산 라이트다운. 업체 제공
라이트타운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간판이 눈을 잡아끄는 1층은 선물용품이나 팬시 콘돔 등 성인용품을 파는 구역과 여성 전용 공간이 있으며 지하 1층은 남성 전용이다. 매장이 넓어 대형마트처럼 둘러보기 좋고, 데이트나 관광 코스로도 찾는 이가 많다.(부산진구 부전2동 서면로 35/오전 11시~새벽 4시)

딩동(DING DONG)

분홍색 외관에 무지개색 종 모양 간판이 팬시 문구점을 닮았다. 내부도 밝고 깔끔해 연인과 들르기 적당하며 3층은 남성 전용 매장으로 운영된다.(중구 광복로 32/오전 11시~밤 11시)

고급스러운 대전광역시 숍

대전 몽라팡. 업체 제공
대전 몽라팡. 업체 제공
몽라팡(mon Lapin)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토끼 캐릭터가 귀여워서 성인용품 매장이라는 부담감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몽라팡은 ‘나의 토끼’라는 의미로 프랑스에서 연인 간 애칭으로 쓰인다.(서구 둔산로 29 3층/낮 12시~밤 10시)

성교육, 성 상담도 하는 광주광역시 숍

스팟라이트

20대 남녀 커플이 광주 사람들의 ‘시내’ 충장로에 섹스 토이 매장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은 누리집으로 예약한 여성 고객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성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매장 밖에 청소년 콘돔 자동판매기가 설치돼 있다.(충장로 1가 8-2번지 1층/오후 2~10시 금·토 밤 11시까지 매달 첫째 주 월요일 휴무)

커피점도 겸하는 목포시 숍

오필리아

오랜 기간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다 성인 토이 숍을 창업한 여성 두 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내부는 편안한 카페 분위기로 꾸며진 성인용품 매장이고 외부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다.(장미로 85 1층/오후 1~11시 일요일 휴무)

유선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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