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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도 인공지능 시대…‘외모형’부터 ‘스펙형’까지 소개팅앱 활용법

등록 2018-04-26 09:38수정 2018-04-26 10:45

[ESC] 너 어디까지 해봤어?

요즘 싱글들 소개팅 앱 주로 이용
외모 위주 스펙 열람 등 다양한 앱들
“‘톡'이 편한 앱이 신세대에겐 효율적”
낮, 열린 공간 등에서 첫 만남 권장
클립아트 코리아.
클립아트 코리아.

회사와 집만 오가는 쳇바퀴 같은 삶이었다. 연애할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외국계 화장품 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남성을 마주칠 확률 자체가 희박했고, 소개팅을 해도 “돈과 시간을 소모하고, 기만 빨리는” 만남이 이어졌다. 신은수(가명·32)씨는 피로감을 느꼈다. “대화도 안 통하고 외모도 제 스타일이 아닌데 주선자의 입장을 고려해 예의를 차리다 보면 예의가 호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만나보기 전부터 이런저런 조건을 묻기도 어려웠다. “지나치게 ‘눈만 높은 사람’처럼 될까봐 눈치가 보였어요.”

지난해 11월, 신씨는 소개팅 앱의 세계를 처음 알았다. 가입한 곳은 ‘아만다’, ‘천만모여’, ‘테디’였다. 처음에는 ‘눈팅’만 했지만, 곧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이상형’을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가입해놓고 이런 말 하면 웃기긴 한데, ‘멀쩡한 사람이 앱 같은 걸 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었어요.” 의구심이 수그러든 건 광고회사 아트디렉터인 두 살 아래 남성과 실제로 만나보고 난 뒤였다. “엘라 피츠제럴드 음반,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을 관심목록에서 봤을 때부터 코드가 맞을 것 같았어요. 키나 체격도 이상형에 가까웠고요.”

스마트폰 하나면 놀이건 끼니건 해결되는 시대, 소개팅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소개팅 앱은 이제 신기한 도구도, 블루오션도 아니다. 2018년 4월 구글플레이 매출 비게임 100위권 중에 48개가 소개팅 앱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뜨는 국내 앱은 200개가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년 전 국내 시장은 이미 500억원대 규모였다. ‘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이음’ 등의 다운로드 수는 각각 100만건을 웃돈다.

구동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타인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는 동안 별점을 매기거나 호불호를 표시한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그 정보를 분석해 당신에게 어울리는 이상형을 추천한다. 대화를 원한다면? 채팅창을 열거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리본, 하트, 캔디 등으로 불리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는 활동량에 따라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유료다. 더 많은 매칭을 원하거나 보다 정교한 매칭을 원할 때, 궁금한 상대의 프로필을 열람하고 싶을 때도 필요하다.

차별화되는 특성은 저마다 다르다. ‘아만다’는 ‘얼평’(얼굴 평가)으로 유명한 앱답게 ‘훈남’, ‘훈녀’가 많은 편이다. 사진을 3장 이상 올려 기존회원들이 매긴 점수가 5점 만점에 3점을 넘지 못하면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준서(28·연구원)씨는 자신의 사진 밑에 ‘불합격’이라고 쓴 붉은 글씨가 뜬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잘생긴 것까진 아니어도 제 딴에는 밝게 웃는 사진만 올렸는데, 1점 테러를 받자 자괴감이 들었어요.”

오기가 생겼다. 20장이 넘는 셀카를 찍었다. ‘뽀샵’ 앱을 다운받기는 난생처음이었다. “‘성형’을 한 뒤에 ‘재수’에 도전했죠.” 3.03점 턱걸이로 합격했지만, 흡족한 순간은 잠시였다. “‘셀기꾼’(셀카사기꾼)이 되면서까지 뭘 얻으려 했나, ‘얼평’ 정도에 흔들리는 얕은 자존감만 확인하지 않았나 회의가 밀려왔어요.” 자신만 실물과 딴판인 사진을 올리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증명사진도 알아서 ‘뽀샵’해주니까요.”

신원 검증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앱 얘기도 빼놓을 순 없다. ‘이음오피스’는 명함이나 학생증을 업로드해야 하고, ‘스카이피플’과 ‘테디’는 대학이나 회사의 메일계정, 사원증, 명함 등으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른바 ‘스펙형’ 앱으로 논란이 된 스카이피플은 남성의 경우 명문대 출신이거나 대기업 종사자 및 전문직만 가입할 수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운영하는 ‘천만모여’는 졸업증명서나 재직증명서뿐 아니라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에 이르기까지 좀 더 까다로운 증빙서류를 요구한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태준(가명·33)씨는 “예전에는 아이디로만 가입하는 앱이 대부분이라 신뢰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지만,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앱들은 프로필 조작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입사한 이후 6년째 ‘이음오피스’와 ‘스카이피플’을 이용해 왔고, 3년 전에는 결혼정보회사 ‘듀오’에도 가입했다. “10회 소개를 기준으로 198만원 견적을 받았다가 대학동문 할인 등을 받아 150만원 정도에 가입했는데, 앱은 15일 무제한권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한달에 8만~10만원 선이니 아무래도 경제적이죠.”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전화보다 ‘톡’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소개팅 앱은 효율적이고 친화적인 만남의 방식”이라며 “선택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데다, 예전에는 대면해서 오랜 긴장과 갈등을 거쳐야만 알 수 있던 것들을 사전에 필터링해 만날 수 있으므로 시간과 비용, 정신적 에너지가 절감된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외모나 특정한 스펙이 안 되면 가입이 안 되는 앱들의 경우 현실이 어떤지와는 별개로 인간을 등급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도 말했다.

아무리 신원을 검증하는 앱이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느냐는 그야말로 ‘케바케’(case by case. 사례마다 다르다)다. 직장상사나 동료, 하물며 애인이나 연예인 중에도 ‘또라이’가 있는 것처럼 소개팅 상대도 마찬가지다.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 염두에 두면 좋을 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온라인 대화를 최대한 많이, 오랜 기간 해본다. 성급히 당일에 만나자는 사람은 피한다. △첫 만남은 되도록 낮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갖는다. 익숙한 동네라면 더 좋다. △첫날에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는다. 판단력을 잃거나 약물에 노출될 수 있다.

외국 앱 중에 ‘틴더’나 ‘후즈히어’ 등은 성적 접촉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랜덤톡’, ‘즉석톡’, ‘목소리톡’으로 분류되는 앱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지역 기반 앱’들도 그렇다. ‘원나잇’ 할 생각이 없다면 앱 이름과 ‘홈런(원나잇)’, ‘공떡(공짜성관계)’, ‘ㅇㄴㅇ(원나잇)’ 등을 조합했을 때 관련후기가 구글링되는 앱은 피하는 게 좋다. 성희롱, 성추행, 성매매, 미성년자 조건만남, 금전 요구 등을 당했을 때는 112(경찰청), 1366(여성긴급전화), 117(아동·여성·장애인 경찰지원센터 안전드림)로 신고한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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