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코리아 2017’ 공연의 모습. 사진 제공 울트라 코리아
한낮의 체감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간다. 여름의 향기가 짙어갈 즈음, 여름의 음악도 함께 들려온다. 이디엠(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이디엠은 전자음악(일렉트로닉 뮤직)의 한 종류다. 그러나 국내에서 페스티벌의 계절이 다가오면, 마치 이디엠이 전자음악의 전부인 듯 느껴진다. 대규모의 이디엠 페스티벌이 연이어 열리고, 또 여기에 하루 수 만명의 관객이 모여든다.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이디엠 팬들이 모여드는지 놀라울 정도다. 오는 5월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서울월드디제이페스티벌’은 수만장의 입장권을 준비했지만, 모두 팔렸다. 페스티벌 티켓이 전부 동나는 경우는 드문 데다 하루 관람료가 대략 10만원 내외로 고가인 편인데도 말이다. 도대체 어떤 매력에 빠져드는 걸까.
“이디엠 페스티벌에서 좋은 음악을 듣고 디제잉을 보러 가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 페스티벌의 분위기와 온몸을 감싸는 음악은 일상에서 느껴볼 수 없는 설렘과 흥분을 전해준다. 어른을 위한 놀이공원, 내게 이 말이 가장 와 닿는다.” 직장인 조명원(41)씨는 10년 넘게 이디엠 페스티벌을 찾고 있다. 그가 처음 이디엠 페스티벌을 찾았을 때는 30대였지만, 이제 40대가 됐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주변 친구들도 좋아하는 디제이가 내한을 하거나, 페스티벌의 콘셉트가 궁금해지면 종종 이디엠 페스티벌을 찾는다. 그 공간을 20대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분위기가 조금 불편할 때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음악 듣고 노느라.(웃음)”
이디엠 페스티벌의 대중화는 음악가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4월 말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휩쓴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은 아비치(Avicii· 본명 팀 베글링). 4월20일 그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 알려졌다. 국내에서 열린 이디엠 페스티벌 울트라코리아 무대에도 두 번이나 올랐던 그다. 아비치는 스웨덴 출신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디제이였다.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그의 죽음을 기리는 글과 사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아비치의 사망 소식은 역설적이게도 이제 이디엠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일부 마니아층에 한정되지 않고 그 저변이 대중화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2017 서울월드디제이페스티벌에서 관객의 호응을 이끄는 디제이. 사진 비이씨피탄젠트
여기에 예지(Yaeji·본명 캐시 예지 리)의 등장과 인기로 이디엠을 넘어 전자음악 전반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커지고 있다. 예지는 199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대학 진학 전까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대학에선 ’개념 미술’을 전공했지만 학교 방송 활동에서 전자음악에 눈을 떠, 현재 미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비비시>(BBC)는 지난해 11월27일(현지시각)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전자음악 가운데 하우스 장르를 바탕으로 한 음악가 예지를 2018년 기대되는 아티스트 후보로 선정했다. 가장 인기 있는 노래 ‘내가 마신 음료수’(Drink I'm Sippin On)의 공식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600만회를 넘어섰다. 예지의 내한 디제잉 공연 소식은 국내 팬들에게 연일 화제가 됐다. 그 인기는 여느 일반 대중음악 가수 인기 못지않았다.
5월26~27일 ’2018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6월8~10일 ’울트라 코리아 2018’. 대형 이디엠 페스티벌이 곧 연이어 열린다. 머뭇거릴 필요도, 이유도 없다. 어른의 놀이공원에서 열심히 뛰놀기 위한 약간의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독자들을 위해 이디엠페스티벌 티켓도 몇 장 준비했다. 자, 이제 여름의 음악 속으로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아비치 & EDM
이디엠(EDM):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lectronic Dance Music). 하우스 음악에서 분화한 장르로 2000년대 후반부터 크게 유행했다. 5월 말부터 잇따라 열리는 이디엠 페스티벌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인기 높던 디제이 아비치(Avicii)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지난 4월20일 전해지자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