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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고양이 놀이터 만들기…캣맘의 눈물겨운 도전기

등록 2018-06-06 20:47수정 2018-06-08 15:35

[ESC] 라이프 레시피ㅣ이기적인 캣 사랑

캣 타워·해먹 저렴한 재료로 DIY
7시간 걸려 두 가지 완성
해먹은 무관심, 캣 타워만 호기심 보여
고양이가 좋아할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게 우선”
이케아의 9000원짜리 보조 테이블을 이어 만든 캣 타워에 올라선 하모.
이케아의 9000원짜리 보조 테이블을 이어 만든 캣 타워에 올라선 하모.
모시고(?) 있는 고양이 하모. 좀 특이한 이름이다. 경상도 사투리 ‘하모’(그렇지)인 줄 아는데, 일본어로 갯장어란 뜻이다.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 날마다 부를 이름이니 좋아하는 무엇인가로 이름을 붙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단박에 떠오른 그것이 바로 갯장어, 하모였다. 하모는 온종일 집에만 있다. 그래서 집이 놀이터고, 사냥터(벌레를 종종 잡는다), 쉼터다. 지난 6일이 생일인 하모. 생일 선물을 떠올리다, ‘캣 타워’(고양이가 높이 오를 수 있는 구조물)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캣 타워’는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고민이 됐다. 디아이와이(DIY)로 방향을 틀었다. 재료 구매시간까지 합쳐 7시간에 걸쳐 2가지 고양이 용품, 캣 타워와 해먹(Hammock·달아매는 그물침대)을 만들었다. 그 과정을 소개한다.

‘캣 폴’(고양이가 수직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봉 모양의 구조물)을 산 지 1년 반째. 식탁 바로 옆에 있어 밥을 먹을 때면 하모는 삐걱거리는 캣 폴 중간쯤 자리를 잡고 베란다 바깥 움직이는 차들을 유심히 본다. 집사(고양이를 모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가 집에 있는 시간 중 딱 그때만 캣 폴에 오른다. 값비싼 캣 타워를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지 6달째이지만 선뜻 결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수십만원을 들여 캣 타워를 장만했는데, 하모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쩌지?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 본 집사 여럿을 안다. 그래서 돈은 적게 들이는 대신 땀과 눈물(의아하겠지만 정말 두 방울 정도 흘렸다)로 고양이 놀이터를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나섰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이케아 해킹 캣 타워 디아이와이’다. 이케아 해킹이란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 제품을 창의성을 발휘해 본래의 용도와 다른 가구나 용품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검색창에 영어로 이케아(IKEA), 해킹(Hacking) 또는 해크(Hack), 고양이(Cat)를 써넣고 검색을 하면 수많은 이미지가 뜬다. 엄두가 안 나는 복잡한 캣 타워부터 마음대로 집 벽에 못을 박을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지는 선반 활용 ‘캣 워크’(벽을 따라 고양이가 걸을 수 있도록 설치한 구조물) 등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의지가 샘솟는다. 그중에 직접 만들기 가장 쉬워 보이는 보조 테이블 활용 캣 타워를 만들어봤다.

3단 캣타워

준비물 : 이케아 라크 테이블 4개, 사이잘 로프, 글루건 또는 ‘핫 멜트 접착제’와 라이터, 기역(ㄱ) 모양 코너철 16개, 나사 64개, 드릴(구멍 뚫기) 기능이 있는 전동 드라이버.

예산 : 약 5만원

소요 시간 : 약 1시간30분

라크 테이블 3개를 안내 용지에 표기된 순서에 따라 조립한다. 다만, 바닥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테이블 다리에 부착하는 고무 고정대는 끼우지 않는다. 이 고정대를 끼우면 테이블을 연결하기 어렵다.

테이블 3개를 기역 모양 코너철과 나사로 잇는다.

이어 놓은 테이블의 다리 쪽에 남은 라크 테이블의 상판을 기역 모양 코너철과 나사로 잇는다.

고양이들의 스크래치(발톱을 세워 긁는 행동)를 위해 사이잘 로프를 테이블 다리나 상판 군데군데 감는다. 사이잘 로프를 감기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 글루 건 또는 핫 멜트 접착제로 고정한다.

기역(ㄱ) 모양 코너철로 테이블들을 고정하는 작업 외에는 크게 힘들지 않고, 만드는 과정도 아주 단순하다. ‘참 깔끔하게 끝났네!’하고 웃으며 모든 작업을 마치고 캣 타워를 옮길 때 갑자기 불안이 엄습했다. 만든 지 10분이 지났는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와장창 무너질 정도는 분명히 아니고, 방바닥과 접한 테이블 상판 면적이 55㎝×55㎝(가로×세로)로 꽤 넓기에 곳곳의 나사를 다시 한 번 조이면서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다. 5.3㎏의 하모를 잘 버텨내 주기 바랄 뿐이다.

집사는 고양이를 사랑한다지만, 참 이기적이다. 고양이 마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게 좋을 거야!’ 멋대로 판단한다. 이것저것, 모시는 고양이를 위해 사다 바친다고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걸 정말 좋아할까?’ 해먹을 다 만들고 난 뒤 스스로 던진 질문이다. 답은 이렇다. ‘정말 안 좋아할 수 있다.’ 어쩌면 하모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해먹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햇살을 받으며 해먹 위에서 그루밍(혀로 털을 고르는 행동)을 하고, 은은한 조명 아래 해먹 위에서 편안한 잠을 자고… 멋대로 한 상상이다. 하모가 해먹을 언제 또다시 좋아하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는 그렇다. 하모는 해먹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든 2시간을 들여 만들었다. 그물 침대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에게는 도움이 될 만하다.

해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물들.
해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물들.

해먹

준비물 : 이케아 프로스타 스툴, 가로 55㎝·세로 55㎝의 튼튼한 천(늘어나지 않는 재질), 천 고정용 끈, 톱, 드릴 기능이 있는 전동 드라이버

예산 : 약 2만원

소요 시간 : 약 2시간

4개의 의자 다리를 약 15㎝ 톱으로 잘라낸다.

의자 상판 아래 뚫려있는 구멍과 잘라낸 의자 다리를 이을 수 있도록, 의자 다리에 구멍을 뚫는다.

의자 상판 아래의 구멍과 의자 다리에 새로 뚫은 구멍을 볼트와 육각 렌치(이케아 프로스타에 함께 들어있는 부품)로 잇는다.

잘 늘어나지 않는 튼튼한 천을 상판 위 노출된 의자 다리의 구멍을 활용해 끈으로 고정한다.

눈물이 났다. 힘없는 줄 톱으로 톱질을 하다가 한 방울, 육각 렌치로 볼트로 돌리다 한 방울. 10만원에 가까운 해먹을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더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앞서 만든 캣 타워보다 쉬울 줄 알았다. 부피도 크지 않고 만만하게 봤다. 누굴 탓하겠는가. 댕강 썰릴 줄 알았던 의자 다리는 참으로 단단했다. 100㎏을 견딘다는 의자인데 그럴 만도 하다. 나무다리에 전동 드라이버로 뚫은 구멍은 볼트에 너무 딱 맞았다. 빡빡했다. 짧은 육각 렌치를 힘주어 밀고 또 밀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안쪽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부디, 이 기사를 참고해 해먹을 만들어보시겠다는 분들은 줄 톱이 아닌 일반 톱을, 맨손이 아닌 목장갑을 준비하시기 바란다.

“하모야, 너무 힘들다.” 투정을 부렸지만, 끝까지 만들었다. 하모가 해먹에 사뿐하게 올라 자리 잡는 그림을 기다렸다. 좀 오래 기다렸다. 그리고 포기했다. 하모는 해먹보다는 해먹 위에 놓인 펜 뚜껑에 정신이 팔렸다. “한 번만, 제발, 하모야 한 번만” 애원했지만, 끝까지 외면했다. 여한은 없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집사가 집에 없는 사이에 해먹에서 나른한 낮잠을 즐길지.

해먹 위 펜 뚜껑에만 관심을 주는 하모.
해먹 위 펜 뚜껑에만 관심을 주는 하모.
해먹은 실패한 선물이 됐지만, 하모는 다행히도 캣 타워에는 꽤 호기심을 보였다. 캣 타워를 직접 만들어서라도 들이려는 가장 큰 이유는 온종일 집에 있는 고양이가 실내 생활을 단조로워할까 걱정스러워서였다. 그러나 과욕은 금물이다.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원장은 “고양이를 위한다고 해서 자주 환경을 바꾸면 안 된다. 고양이는 익숙하게 곳곳의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행동을 파악하고 이해한 뒤 적합한 캣 타워나 대체 용품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냥바냥’

‘냥바냥’. 고양이는 다 같지 않고, 고양이마다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 고양이 가구, 어떻게 골라야 할까?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원장에게 도움말을 요청했다.

①고양이의 환경·습성·나이 등 고려해야 캣 타워를 만들거나 사기 전에 반려묘의 행동을 먼저 유심히 관찰하자. 박정윤 원장은 “수직 공간은 포식자로부터 먹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고양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부분은 공통적이지만 고양이 성격마다 선호하는 은신처, 쉼터는 다르다. 어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의 관망을 좋아하고, 어떤 고양이는 낮은 곳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묘(나이 든 고양이)가 평소 잘 오르던 캣 타워에 오르지 않는다면, 관절을 비롯해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②집에 있는 도구·가구를 활용해보자 비싼 캣 타워가 아니어도 된다.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는 공간 박스(정사각형으로 앞뒤가 뚫린 가구) 몇 개로도 캣 타워는 만들 수 있다. 박정윤 원장은 “고양이를 둘러싼 환경을 체크하고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들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키우는 고양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높이에 몸을 편하게 늘어뜨리고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공간 박스 몇 개로 높낮이에 변화를 줘 배치해도 된다”고 말했다.

③다묘 가정에서는 ‘관계’가 중요 2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캣 타워를 배치하거나 만들 때 그들 사이의 ‘관계’도 살피도록 하자. 박정윤 원장은 “상대적으로 약한 고양이가 캣 타워나 캣 워크 등에 올랐다가 다른 고양이가 올라오는 바람에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캣 타워나 캣 워크에 오르는 경로가 있다면, 다른 쪽에 내려갈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 두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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