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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쓰레기’ 그 남자, 내 마음에 쌓아 둘 이유가 있나요?

등록 2018-07-18 20:29수정 2018-07-20 07:32

곽정은의 단호한 러브 클리닉

Q. 짝사랑하던 이와 만취 뒤 잠자리
갑작스럽다며 멀어지려는 그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 답답함이 커져

A. 귀찮은 느낌에 발을 빼려는 것
과연 그는 정말 미안해 하는 걸까?
어떤 고통도 감당하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클립아트 코리아.
클립아트 코리아.

Q 저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직장인이고요. 제가 반년 전부터 좋아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저보다 4살 연하이고, 이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술을 좋아하고, 잘생긴 편입니다. 주변에 여자 친구들도 많습니다. 제가 알게 된 지는 반년쯤 됐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 ‘아는 누나·동생’ 사이가 됐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그 친구를 짝사랑하게 됐고, 가끔 그에게 연락하며 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짝사랑에 지친 저는 그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며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는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뜸하게 지내다가 최근 그 친구와 다시 연락하게 됐어요. 제가 다시 관심을 표현하자 그 친구도 제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만나기로 한 날 며칠 전, 계속 연락을 이어가던 중 갑작스럽게 그 친구와 단둘이 술자리를 갖게 됐어요. 저는 그 술자리에서도 적극적으로 제 마음을 표현했고, 그 친구도 저에게 마음을 여는 듯 보였습니다. 결국 저와 그는 만취 상태가 된 채로 사귀자는 전제 하에 잠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잠자리 이후, 술이 깬 후 조금 어색한 듯 보였고 저에 대한 태도도 미지근한 듯 보였습니다. 저는 그런 그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어요.

그 다음 날 그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과 또 술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연락해서 가게 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저를 아는 친구들과 그는 같이 있었지만 제게 함께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지요. 저는 그의 그런 행동과 다른 여자 친구에게도 다정한 모습에 계속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 그가 저를 집에 데려다줄 때, 저는 그에게 “오늘 이런 점이 서운했다”고 몇 마디 토라진 척 이야기했습니다.

그 다음 날(정식으로 만나자고 약속한 하루 전날), 메시지로 만나서 무얼 할까 대화를 하던 중, 어제의 제 말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갑자기 그 친구가 ‘우리의 진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좀 더 알아보고 할 시간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적응이 안 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잠자리와 사귀자고 약속한 일은 없던 일로하고 다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고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만나기로 한 약속은 그 친구가 사정이 생겼다며 미루자고 해서 그러자 했습니다.

현재 그 친구와는 계속 연락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 친구가 저에게 미안해서 연락을 이어가고 만나자고 약속을 한 것 같습니다. 만남 이후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거나 더 못한 사이가 되진 않을까 너무 걱정됩니다.

섣부른 저의 행동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걱정되는 것은 임신이 될까 하는 것입니다. 그 친구가 제게 맘이 없는 것 같은 상태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까 너무 걱정됩니다. 저는 아직 그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는데, 그의 맘은 제 맘과 같지 않은 거 같아 너무 답답합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발 도움말 부탁드립니다.

다가서지 못해 답답한 여자

A 지금 무척 답답한 마음이시죠. 그런데 저도 아주 많이 답답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단호한 이야기니까 안 할 수가 없네요. 당신이 그에 대해 추측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잘생기고 주변에 여자들도 많은 그 남자, 그는 당신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다가 '마음을 연 것'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지만 그는 딱히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한 거죠. 그런데 그는 당신에게 딱히 모질게 대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신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딱히 나쁘지 않긴 한데, 그렇다고 자신에 대한 독점권을 줄만큼은 좋지도 않다면, 그렇게 애매모호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일 테니까요. 그게 바로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이성들을 관리하는 방식이고, 잘생긴 외모를 통해 자신에 대한 호감을 지속시키는 일종의 테크닉이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표현을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그는 당신과 사귀는 것을 전제로 잠자리를 가진 그 후에 완전히 태도를 바꿔 버렸으니까요. 이게 정말로 당신에게 마음을 연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일까요? 아니면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척하면서 당신과 잠자리를 갖는 것에만 관심 있던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일까요? 당연히 후자가 아닌가요? 당신의 첫 번째 오류는 그가 ‘마음을 연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당신의 두 번째 오류는 그가 잠자리 후에 정말로 당신의 남자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한 겁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와 연인 관계를 원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사귀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그냥 술김에 나 좋다는 여자와 잔 거고, 다음날부터 귀찮게 구는 느낌이 드니까 서둘러 발을 빼고 있는 것뿐입니다. 네, 슬프지만 이것이 팩트입니다. 스스로에게, 그 사람을 찬찬히 지켜볼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 당신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고요.

저는 당신이 너무 쉽게 그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다음부터는 좀 늦게 잠자리를 가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섹스부터 시작한 커플들이 서로 쉽게 질리니 시기를 늦추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어떤 남자들은 ‘너를 지켜줄게'라는 말로 섹스의 시기를 늦추지만 그 후 곧 시들어 버리고, 어떤 이들은 만난 첫날 충동적으로 섹스해도 그 후에 서로의 관계를 더 진중하게 이어가기도 하죠. 섹스의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그 섹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가 문제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말을 콕 짚어 해야 하는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안 할 수는 없네요. 그 남자가 ‘그날 일은 없던 거로 해'라고 말하는 건 말이에요, 이제부터 서로를 잘 알아가자는 것에 방점이 찍힌 말이 아닙니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한 번 잔 것 가지고 질척대지 말라는 겁니다.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연락을 이어가기로 한 것 같다고요? 맙소사, 당신은 정말 그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있네요. 그는 당신에게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아요, 당신이 귀찮을 뿐이죠. 당신과 정말 잘 알아가고 싶었다면, 사정이 생겼다며 약속을 미루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겠죠. 그는 그렇게 계속 애매모호하게 굴면서 당신을 지치게 할 겁니다. 아, 그러다 그가 내키면 또 만취한 채 지난번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는 있겠네요.

이제 당신의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나에게 호감은 없는데 나의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 만취 상태에선 사귀자고 하고 그 후엔 없던 일로 하자며 발을 빼는 그런 사람에게 계속 마음을 줄 것인지를요. 당신에게 여러모로 ‘쓰레기 짓’을 했는데도 당신이 계속 매달린다면, 당신이 얻게 되는 건 추가적인 고통 말고는 없습니다. 이런 케이스에서 간혹 섹스 파트너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죠. 그게 당신이 그를 곁에 두는 유일한 방식일 가능성이 커졌고요. 그러나 그건 당신이 원한 게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생리 기간엔 괜찮다며 (임신 확률이 낮은 것뿐이지, 365일 임신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배란일이 앞당겨지는 경우, 생리 기간 후반에도 임신은 될 수 있습니다.) 피임에 무지한 그와 계속 관계를 갖는다면, 그래도 역시 고통은 당신의 몫이겠네요.

‘그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감당할 수 있어!'라는 입장이라면 저는 당신을 말리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선택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어른의 삶이라고 제가 늘 이야기해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 남자가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입니까? 당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애정을 갈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밖에 있던 쓰레기를 집으로 들여올 이유가 무엇입니까?

곽정은(작가)

※ 사랑, 섹스, 연애 등 상담이 필요한 분은 사연을 보내주세요. 곽 작가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보낼 곳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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