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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정리 책, 정리해드립니다!

등록 2018-08-08 20:37수정 2018-08-08 21:13

커버스토리│청소

정리 관련 책 매년 쏟아져
베스트셀러도 아쉬움 많아
습관 다른 이와 가치관 공유 중요
몸 먼저 움직이라는 정리 기술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설레지 않으면 버리고(곤도 마리에), 설레는 물건도 버리고(사사키 후미오), 100개만 남기고 버리라(메리 램버트) 등, 갖가지 방법과 기준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권하는 이들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 도무지 뭘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버리기와 정리를 테마로 한 자기계발서와 실용서 열풍 속에서 정리에 관한 책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 ‘정리’ 베스트셀러 다시 읽어보니...아쉬움 남아

‘불필요한 물건을 끊고, 버리고, 벗어난다.’ 요가의 수행법에서 착안한 ‘단샤리’(斷捨離) 개념을 고안하고 널리 퍼뜨린 야마시타 히데코의 <버리는 즐거움>은 ‘사기 위해 버리는 즐거움일까?’ 싶을 정도로 버리는 것만큼 소비도 중요하게 취급해 다소 당황스럽다.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물건에 미련을 끊고 마음에 쏙 드는 물건으로 새롭게 순환시키는 흐름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경품으로 받은 캐릭터 머그잔을 사용하는 중년 여성에게 그 나이에 맞는 ‘우아하고 성숙한 여성상과 이 컵이 일치하느냐’ 묻는 대목에 와서는 물건과 고정된 여성상을 연결 짓는 의식부터 끊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은 팬티를 리본 장식이 보이도록 귀엽게 접어 수납하는 방법을 권한다. 이런 정리법은 주로 여성이 대상이다. 정리는 축제일까 여성 억압일까?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었던 책들이지만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버리기 향연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 유루리 마이는 자신을 ‘버리기 마녀’라고 부른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권이 출간된 후, 그는 출판사에 그림 원고의 원본을 버려도 되느냐 물었을 정도다. 할머니와 엄마, 남편, 고양이 3마리와 함께 사는 집은 모델하우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깔끔하다. 갖가지 잡동사니가 어지러운 집에서 자란 그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본가가 파괴되고 물건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본격적으로 정리와 물건 버리기에 열중하기 시작한 유루리 마이는 가족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는 타협점을 찾아가며 생활방식이 다른 이들끼리의 충돌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를 보여준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사사키 후미오는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유대감을 나누는 1인 가구 미니멀리스트다. ‘미니멀리스트를 여러 명 만나봤지만 놀랍게도 비만한 사람이 없었다’ 같은 대목을 적당히 무시한다면(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 일본의 미니멀리스트들과 그들의 원칙을 접하는 개괄서로 좋다.

사악한(?) 정리 자기계발서 꾐에 안 넘어가기

미니멀리스트 살림법을 전파하는 책은 아름답고 질 좋은 물건을 선별한 취향의 전시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살림을 덜어내려고 책을 뒤적이다 예쁜 냄비에 눈이 갈 때도 있다. 하지만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를 펴낸 아즈마 가나코는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소유를 제한한 극한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가 없다. 닭을 길러 달걀을 얻는다. 물론 이러한 생활에는 물건의 편리를 대신하는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쉽게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수고스러운 시대’라는 말에는 공감하게 된다.

신발 밑바닥(!)을 닦으며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물건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정리 컨설턴트의 책을 읽을 땐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싶은데, 어쩌다 일진이 사나운 날이면 괜히 이유를 찾느라 신발을 내려다보게 된다. 청소와 정리가 주제인 많은 자기계발서가 불행하기 때문에 정리를 하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순환 논리로 독자를 압박한다. 정리와 버리기를 실천하면 금전 운이 트이고, 부부싸움을 피하게 된다는 식의 효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의 제니퍼 매카트니는 이 모든 것을 비웃는다. 버리기와 정리를 익히면 인생의 문제도 술술 풀린다는 자기계발서를 한 권이라도 접해봤다면 이 책의 반전 논리에 낄낄 웃으며 즐길 수 있다. 더 사고, 버리지 말고, 내키는 대로 쌓아두라고 부추기는 소리에 청개구리처럼 벌떡 일어나 청소를 시작했다.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처음부터 정리 전문가는 아니었다오!

내 몸과 마음이 쾌적하도록 공간과 물건을 관리하고 쓸고 닦는 행위에서 얻는 간결한 만족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미루는 데는 훨씬 많은 이유가 따라붙는다. 한 번 하면 확실하게 하고 싶고, 더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중이며, 정리는 따분하고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수많은 핑계가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머리가 납득하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도 까닥하기 싫어한다. 마이크 넬슨의 <잡동사니 증후군>, 노자와 야스에의 <버리는 연습 버리는 힘>은 자신이 왜 청소를 못 하는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지부터 더듬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모카(moca)의 <하루 5분! 정리 노트>는 몸을 먼저 움직이는 정리 습관을 트레이닝 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이들 저자 3명 모두 물건을 사들이고 잡동사니를 좋아하고 정리에 능숙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어서 미루는 심리만큼은 기가 막히게 파악한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청소

주거의 내외를 청결하게 보존하고 위생적, 능률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돈하는 일. 최근엔 이사청소, 특수청소, 가사청소 등으로 영역이 세분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한편, 출판물로 접하는 청소는 장기 청소, 마음 청소, 생각 청소 등, 자기계발과 실용, 건강과 심리 분야까지 뻗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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