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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연애도 직장생활도 MBTI로…사주팔자 대신 성격검사?

등록 2020-02-06 09:26수정 2020-02-06 09:42

MBTI 유형으로 자기소개 하는 이들
요즘 젊은 층 중심으로 성격검사 인기
단정 짓지 말고 이해하는 도구로 써야
나를 알아가는 성격검사도 다양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저는 ‘엠비티아이‘(MBTI)에서 ‘이에스티제이’(ESTJ)입니다. 외향(extroversion)적이면서 감각(sensing), 사고(thinking)와 판단(judgment)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엄격한 관리자형’이라고 합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건 뚝심 있게 추진하는 편입니다!”

회사원 최성우(45)씨는 자신의 팀에 합류한 신입사원의 자기소개를 듣고 눈만 끔벅였다. 최씨는 “엠비티아이를 대학 다닐 때 해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을 소개하는 첫날 등장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요즘 세대는 엠비티아이로 연인 사이에 궁합을 보고, 직장 상사가 자신과 잘 맞는 유형인지 탐색한다. 에스엔에스(SNS) 프로필을 적는 난에 자신의 엠비티아이 유형을 써놓은 사람도 많다.

엠비티아이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기반으로 삼은 성격유형 검사다. 오늘날 가장 대중화한 성격검사로 꼽힌다. 이 검사를 마치면, 16가지의 성격유형 중 자신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온라인의 한 사이트는 16가지 성격유형에 ‘용의주도한 전략가,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열정적인 중재자, 호기심 많은 예술가’ 등의 이름을 붙여 분류하고, 해당하는 유형의 유명인이 누가 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최근 10~20대 사이에선 ‘성격유형 찾기’가 유행 수준을 넘었다. 부모세대가 사주풀이에 매달렸다면 이들은 성격 검사지에 몰입한다. <성격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브라이언 리틀은 엠비티아이가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요인을 이렇게 표현한다. “쉽고 재미있다”, “성격유형을 기꺼이 동일시 한다”, “‘나쁜’ 유형이 없다” 김정희 상명대 학생상담센터 책임연구원은 “에스엔에스가 워낙 보편화한 영향도 있다. 성격유형을 온라인에 내보이면서 더 이해받고 싶어하고, 같은 유형끼리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만 가는 사회, ‘나’라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변상우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는 “현대인들은 자기 이해에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겨를이 없는데, 엠비티아이는 몇십개의 질문으로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순간적이나마 자신을 규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얻게 되고, 이때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수도 있다. 김정희 책임연구원은 “엠비티아이는 다름에 관해 이야기한다. ‘네 행동이 틀린 거야’라고 하지 않고, ‘나와 다른 거야’라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상대방에게 요구할 때 기분 나쁘지 않게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격유형을 토대로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상담심리 전문가는 말한다. 변상우 교수는 “성격유형을 맹신하면 확증편향이 생겨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더 단단하게 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단순화한 도구의 결과에 끼워 맞추는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개선이 필요한 행동을 한 뒤 ‘나는 원래 이런 성향이니까’라고 넘어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다. 이렇게 사용하면 ‘자기 이해’라는 원래 목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자기 탐색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기 탐색의 도구에 엠비티아이만 있는 건 아니다. 성격검사 유형도 여러 가지다. ‘관계’ 속의 ‘나’를 알아볼 수도 있고, ‘나’의 문제점과 약점이 아닌 ‘강점’을 살펴보는 도구도 있다. 그림과 카드로 자기 탐색을 놀이처럼 해 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들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나는 누굴까?’에 확실한 답은 없다. 답보다는 답을 찾는 여정 속에 자신을 살피고 돌보는 과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아마 평생 끝나지 않을 여정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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