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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금융시장이 궁금해? 나의 취향 구독해볼래요?

등록 2020-05-07 09:17수정 2020-05-07 22:19

프로 구독인간 윤성원·구현경·박재용
뉴스·경제·문화·개인사 등으로 구독 서비스 시작
서로 구독으로 연결된 일상은 새로운 세상
문화∙미디어 뉴스레터 ‘썸원의 Summary & Edit(서머리 앤드 애디트)’를 운영하는 윤성원씨. 사진 윤성원 제공
문화∙미디어 뉴스레터 ‘썸원의 Summary & Edit(서머리 앤드 애디트)’를 운영하는 윤성원씨. 사진 윤성원 제공

넷플릭스, 웨이브 등이 구독자의 마음을 읽은 듯 영상물을 추천하는 것처럼, 어떤 구독인간들은 거꾸로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소개하고 이를 공유하길 원하는 이와 연결한다. 구독인간의 재생산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런드리고 등을 이용하는 구독자이면서 동시에 제공자가 된 ‘진화한 구독인간’이 여기에 있다.

우리 같이 읽어볼까

‘일주일동안 읽었던 콘텐츠 중에서 괜찮은 것들을 골라서 발췌·요약해서 전해드립니다.’ 메일을 열면 한결같은 첫 문장이 인사를 한다. 윤성원(35)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뉴스레터 ‘썸원의 Summary & Edit(서머리 앤드 애디트)’(▶구독 신청 링크 바로 가기)를 통해 구독자를 만난다. 문화·미디어 영역의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하는 일종의 뉴스 큐레이션이다.

윤씨는 주말 아침 9시께 뉴스레터를 보낸다. 최근 뉴스나 자신의 관심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뉴스레터다. 특정 이슈가 부각되면 그와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읽을거리를 갈무리해 보내기도 한다. 각종 보고서 및 책, 유료 콘텐츠 등 읽을거리가 뉴스레터의 재료다.

아이티(IT) 전문 온라인 미디어인 <아웃스탠딩>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 클럽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 <뉴닉>과 해외 구독 미디어 콘텐츠 등을 관심 있게 취재했다. “지금은 영상이 대세지만, 미래의 가능성은 텍스트에 있을 것”이라는 게 다양한 디지털 구독물을 취재하며 든 그의 생각이다. 윤씨는 이에 대해 “영상 시대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적다. 디자인 요소를 결합한 가독성 좋은 글은 오히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가을 직장을 그만두면서 “재미 삼아 매일 아침 9시에 뉴스나 읽은 것 중에 유용한 것들을 정리해 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뉴스레터를 시작하겠다고 알리니 첫달 구독자 300명이 모였다. 구독자는 매달 100명 정도씩 꾸준히 늘어 현재 약 800명에 이른다. 지난 6개월간 구독을 중단한 구독자는 10명 남짓이다. 뉴스레터를 열어보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윤씨는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서 선정한 콘텐츠들인데, 뉴스레터를 보낼 때마다 300명 이상이 보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쓴 글 앞에 꼭 ‘언제나 요약된 내용보다 원문이 더 훌륭하니 원문을 꼭 확인해보시길 권한다’고 써둔다. 이유를 물으니 “디지털 세상에 좋은 읽을거리가 많아지면 그런 걸 유료로 결제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생길 테고, 또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괜찮은 글을 쓰게 되는 선순환을 만드는 데 기여를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뉴스레터에 대해선 아직 유료화 계획은 없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유료 구독 모델로서의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형 출판사로부터 광고 게시 제안을 받았고 자신이 보내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연재를 해보자는 러브콜도 받았다. 한 구독자가 “요즘 많이 바빠 보이는데, 유료로 운영해서라도 계속 글을 써주면 좋겠다”는 신선한 요청을 해오기도 했다. 그는 이런 반응들이 그동안 사람들이 무료로만 읽었던 디지털 텍스트를 비용 지불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시작하는 작은 신호로 본다. 구독인간이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진실이다.

구독인간 윤성원씨가 고른 구독 서비스: “퍼블리, 폴인, 셜록(지식 및 뉴스 콘텐츠)·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영상)·아이클라우드, 어도비CC, 스티비(업무 보조)·필리(비타민 구입), 런드리고(세탁) 등 약 10개.”

세계 금융 시장 관련 뉴스레터‘마켓 메모’를 보내는 구현경 씨. 사진 구현경 제공
세계 금융 시장 관련 뉴스레터‘마켓 메모’를 보내는 구현경 씨. 사진 구현경 제공

세계 금융시장이 궁금해?

서울 용산구에서 여성 전용 체육센터 ‘팀버’를 운영하는 구현경(28)씨는 뉴스레터 <마켓 메모>(▶구독 신청 링크 바로 가기)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 뉴스를 전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세계적 경제지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뉴스 큐레이션이다.

지금은 전직했지만, 홍콩 사모펀드 회사에 다니던 2016년, 개인적인 필요로 금융 관련 뉴스를 정리하던 것이 뉴스레터가 됐다. 당시 1년 반 정도 보내다 중단한 뒤 최근 다시 시작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해외 저널의 구독료는 비싸고, 일부 기사가 번역돼 국내 매체에 게재되더라도 짧은 기사 안에서 세세한 부분은 다 생략되어 버리는 게 답답했다”고 한다. 비슷한 갈증을 느낀 이들이 알음알음 그의 뉴스레터를 받아봤다.

그가 보내는 뉴스레터는 이미지가 거의 없고, 여느 뉴스레터에 견줘 건조한 편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꼼꼼하게 정보를 찾고 정돈하기 때문일까. 다시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구독자가 300~4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구독자 대부분은 금융업계 종사자, 해외 마케팅, 광고 관련 담당자 등으로 파악된다. 꽤 열성적인 독자들도 많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마켓 메모>의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딱딱한 경제 뉴스의 결에 인류애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마켓 메모를 구독하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 ‘피부, 인종, 출신 국가, 민족, 종교, 성적 취향, 성별, 성적 정체성 또는 혼인 여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약속에 동의해야만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게 가능하다.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만큼 중요하게, 그 정보 외곽에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들과 사소한 소식도 다룬다. 건강과 운동에 대한 <위글위글>(가제)이란 뉴스레터도 준비 중이다.

구독인간 구현경씨가 고른 구독 서비스:“콘텐츠 구독물 외 유료 구독 서비스는 사용할 시간이 없어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보는 것은 넷플릭스와 ‘더 스킴’(The Skimm) 정도. 더 스킴은 국내 미디어 뉴스레터의 모델로 알려진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대상 뉴스레터다.”

뉴스레터 ‘종종 업데이트’를 통해 일상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박재용씨. 사진 박재용 제공
뉴스레터 ‘종종 업데이트’를 통해 일상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박재용씨. 사진 박재용 제공

느슨하고 사적인 연결

큐레이터 겸 통·번역가로 일하는 박재용(37)씨에게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었다. 달변인 그가 한참을 더듬거렸다. 10~20가지 정도 되는 구독 서비스가 한 번에 떠오르지 않은 탓이다. 박씨가 “아무래도 구독 다이어트를 좀 해야겠다”며 얕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줄 세운 것들을 요약하면 일, 운동, 외국어 공부, 콘텐츠 등과 관련된, 모두 그가 몰두하는 것들이니 다이어트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2월13일 박씨는 <종종업데이트>(▶구독 신청 링크 바로 가기)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했다. 2년 전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만 만들어두고 방치해둔 것을 되살렸다.“코로나19로 뜻하지 않게 시간이 생겨 2주에 한 번 무조건 마감이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국내외 미술계 소식을 제대로 정리한 뉴스레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일과는 무엇인지, 출장은 어땠는지, 최근 읽은 글은 무엇인지 등 일기와 사적인 편지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듯한 <종종업데이트> 구독자는 18명에서 출발해 7번째 편지가 발송된 지금은 124명이다.

박씨는 올해 2주 주기의 마감을 어기지 않고 성실하게 보내는 게 목표다. 유료화에 대한 계획은 없다. 자신이 발송하는 뉴스레터가 “돈을 받기엔 부족한 사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가 보낸 지난 편지들을 살펴보면 차근차근한 글투, 간간이 드러나는 취향과 통찰이 구독자를 사로잡는 듯하다. 박씨는 “프리랜서로서 정기적인 마감이 있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과 답장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구독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미술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이들이라고 한다. 비슷한 취향을 지녔지만, 잘 모르는 이들과 그는 뉴스레터로 느슨하게 연결된 셈이다.

구독인간 박재용씨가 고른 구독 서비스:“현재 구독 중인 각종 앱과 서비스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유튜브 프리미엄(영상)·에버노트와 노션(업무 메모용)·멤라이즈와 듀오링고(외국어 공부)·다운독, 필라테스 애니타임(운동)을 비롯해 10여종 정도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계정들까지 포함하면 20여가지에 달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사는 집도 ‘장기 구독’ 중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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