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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24시간이 부족해, 구독인간

등록 2020-05-07 11:06수정 2020-05-07 11:20

일상에 촘촘히 스며든 구독경제
취향 따라 체험·취미 등 고르는 ‘구독인간’ 증가
영상, 술, 꽃 등 더 다채로워진 구독의 세계
자신의 취향에 맞춤한 브랜드의 정기 구독 회원이 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교한 구독 서비스에 깊이 빠져든 사람들. 는 이들을 ‘구독인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자신의 취향에 맞춤한 브랜드의 정기 구독 회원이 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교한 구독 서비스에 깊이 빠져든 사람들. 는 이들을 ‘구독인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굳이 만나서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취향대로 보고 먹고 쓸거리들이 내 손안에 도착한다. 특정 서비스나 물품을 정기 결제를 통해 제공하는 구독경제가 일상에 촘촘히 파고들었다.

<구독경제 마케팅>을 쓴 존 워릴로우는 신문과 잡지의 흥망성쇠로 기존의 경제관념과 구독경제를 설명한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주류 출판업자들이 제공하는 아주 개략적이고 일반적인 정보에 만족하지 않게 됐다. 콘텐츠에 대한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컬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1년에 기껏해야 한번 겨울에나 컬링 기사를 몇 번 내보내는 신문을 읽기보다, 컬링에 특화된 다른 매체를 찾아 떠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보고, 읽고, 먹고, 쓰는 다른 것에도 적용된다. 취향의 세분화와 이에 맞춤한 경험들, 구독경제라고 하면 바로 거론되는 영상 구독 플랫폼 ‘넷플릭스’ 회원 가입과 술·꽃·청소·운동 구독 등이 그 예다.

내 마음을 읽은 듯 취향을 반영한 물건을 제공하는 브랜드의 정기 회원이 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교한 구독 서비스의 세계에 깊이 빠져든 이들이 있다. ESC는 이들을 ‘구독인간’이라 부르기로 했다.

구독경제 시장은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2016년께 4200억 달러(약 516조원)였던 구독경제 시장은 올해 5300억달러(약 6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독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결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 ‘주오라’는 경험 중심의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소유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이 세계를 이끄는 구독인간이란 누구인가. 하나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서의 구독 경제>에서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구독경제를 이끄는 주축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의 해석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은 저성장의 장기화로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소비자로서의 욕구가 즉각 충족되는 소비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한편 구독인간의 범위를 더 넓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 ‘주오라’ 창립자인 티엔 추오는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설명한다. “(이 시대의) 새로운 고객들은 필요한 순간에,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기를 통해, 원하는 정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이런 기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이 기대를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몇 달간 비대면 구독 서비스가 일상화하면서 구독경제는 정말로 ‘거의 모든 사람’의 삶에 탄탄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ESC가 취재한 구독 서비스 업체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가입자가 늘거나 구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 곳은 여럿으로 파악됐다. 프리미엄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즐리’는 신규 구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배 늘었다. 와이즐리는 회원이 제출한 면도 습관에 맞춰 적절한 면도 용품과 사용주기를 추천한다. 면도날 교체 시기에 맞춰 면도날을 배송한다.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는 구독자 수 급증에 대해 “4월 출시한 신제품 영향도 있겠지만,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코로나19 사태와도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영상 구독 서비스 ‘왓챠’의 경우 “코로나19가 국내 유행하기 직전인 1월13~19일 일주일간의 총 시청 분량을 100으로 잡았을 때, 1월 말~4월 말까지 주간 시청 분량 평균은 133”이라고 밝혔다. 왓챠의 허승 매니저는 “연휴가 많은 1월~2월이 성수기고 봄이 되면 통상 시청 시간이 줄어드는 게 과거 패턴이었는데, 올해는 달랐다”고 말했다. 책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의 최해월 피알(PR) 총괄은 “통상적으로 신규 가입자가 감소하는 입학·개학 시기임에도 가입자가 증가했고, 유료 연속 결제율 또한 늘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구독인간의 시대다. 심지어 최근에는 홍수처럼 넘쳐흐르는 구독 서비스 때문에 이를 정돈하기 위한 구독 관리 서비스도 출시됐다고 한다.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상을 촘촘히 채우는 다양한 구독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구독 제공자가 된 진화한 구독인간들을 만났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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