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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남친의 ‘여사친’, 너무 불편해요!

등록 2020-05-29 09:18수정 2020-05-29 09:32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클리닉]

Q1 결혼 상대로 만나는 사람의 ’여사친’
존재 자체가 불편한데 어떡해야 하나
A1 불안한 감정, 그와 솔직히 얘기해보자
하지만 친구와 절교를 요구하는 건 월권

Q2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는 오랜 ‘절친’
허망한 우정,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은데….
A2 우정의 모양도 여러 가지, 영원은 없어
불편한 맘으로 굳이 노력 기울일 필요 없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곽정은 작가가 상담을 이성 관계, 사랑, 연애뿐만 아니라 ‘관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이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고민이 생겼다면 이제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물론 이성 관계, 연애 고민 상담도 진행합니다. 사연은 200자 원고지 5매 가량(A4 용지 1/2)으로 갈무리해 보내주세요! 보낼 곳 : esc@hani.co.kr

Q1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남자친구를 만난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얼마 전 오빠가 자기 친구들을 같이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자리에 오래된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도 온다고 하는 겁니다. 굳이 그 사람을 봐야 하나 싶었는데 오빠가 말하더라고요. 자기 친구들하고도 친한 사람이라서 그 사람만 빼고 보기는 좀 그렇다고요. 결혼할 상대로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이라서, 저도 그 사람 주변이 궁금하긴 해요. 그런데 그 여사친은 벌써 너무 신경 쓰입니다. 솔직히 안 보고 싶어요. 애인의 말에 따르면, 여사친은 남자들하고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랍니다. 남자들도 그 사람을 편하게 생각한답니다.

그런데 저는 여사친이나 남사친이 존재하는 이유는 둘 중 한명이 상대에게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제 애인이 그 여사친과 단둘이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고 밥을 먹는다고 하면 너무 맘에 걸릴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어느 정도 가까운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존재 자체가 불편합니다. 이미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긴 했지만, 아마도 전 그 자리에서 계속 그 여사친만 관찰할 게 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의 여사친이 보고 싶지 않은 여자

A1 결혼 상대로까지 생각하고 만나는 진지한 상대, 하지만 ‘여사친’의 존재 때문에 신경이 쓰이시는 상황이네요. 그러나 이 ‘신경이 쓰인다’는 것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굳이 그 여사친을 안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당신은 그저 안 보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남사친이나 여사친이라는 건 결국 둘 중 한 명이 상대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는 당신의 입장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요.

당신의 남자친구든, 그 여사친이든 결국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갖고 있으니 그런 관계가 유지되었다고 믿는 것인데요. 어떻게 여사친과의 동석이 편할 수 있겠어요? 자, 그러니 문제를 명확하게 하세요. 당신은 그저 그녀와의 동석이 싫은 것인가요? 아니면 여사친이라는 존재 자체가 싫은 건가요? 문제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즉 자신이 고통 받는 이유를 명확히 바라보지 않으면, 대처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전자의 이유라면, 이번 모임을 비롯해 그 여사친이 자리하는 모든 모임을 보이콧하면 됩니다. 여사친이나 남사친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는 당신의 생각을 전달하시고 “그 모임에 굳이 참여해 존재를 확인하지 않는 편이 우리 관계에 유익할 것 같아”라고 말하세요. 다 같이 모이는 즐거운 자리에 나가서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돌아와서 싸울 빌미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안 보는 것이 낫습니다. 친구를 본다고, 그 사람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후자의 이유, 즉 (아마도 이쪽에 가까울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싫은 거라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단지 안 만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당신은 이미 그런 ‘의심스러운’ 관계를 굳이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남자친구를 원망하고, 또 굳이 그 자리에 나와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려는 것 같은 여자를 혐오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당신은 지금으로선 어려운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호한 관계를 유지해온 남자친구와 헤어지든지, 남자친구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 여사친과 절교할 것을 종용해야 하죠. 그 사람이 다행히 여사친과 절교를 해준다면 이번에는 안심이 되겠지만,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직장 동료와 단둘이 퇴근 후에 맥주 한잔 곁들여 저녁을 먹은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는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그때도 의심과 불안이 들 텐데, 그럼 그땐 회사를 퇴사하라고 해야 할까요?

애인의 여사친을 인정할 수 없는 당신의 엄격한 신념은, 사실 ‘상처받거나 배신당하고 싶지 않다’라는 욕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요. 일말의 가능성도 차단하고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것이죠. 그러나 여사친만 없으면 그 사람은 절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일까요? 여사친이 없는 사람은 배신을 절대 하지 않을까요? 아직 사귄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더더욱 의심되고 불편한 것은 당연한 감정이지만, 이런 차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그러나 확실한 건, 당신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할 권리는 있지만, 그에게 친구와 절교하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에요. 당신이 여사친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지만, 남자 여자 사이에도 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고, 기본적으로 인간은 타인의 선택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작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Q2 저는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저에게는 아주 ‘친했던’ 친구가 있어요. A라고 해두죠. A는 어떻게 보면, 제 10대와 20대 초반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온 우리는 매일 만났고, 매일 전화통화를 했고, 서로 너무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A의 집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꽤 멀었는데, 늘 제가 움직이는 편이었어요. A로 인해 알게 된 친구들이 많아 그러기도 했고, 그 친구가 좀 아기 같은 면도 있어서 제가 챙겨야 할 것 같았거든요.

20대 중반, 저는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했고 A는 1년간 외국에 나가 생활을 하다 귀국해 장사하기 시작했어요.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조금씩 만나는 게 뜸해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서로를 ‘최고의 우정’이라며 추켜올리며 ‘절친’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 인생에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A로부터 축하 혹은 위로를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소식을 알려도 메시지로 형식적인 말만 하고 얼굴 한번 보러 온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A가 누군가를 보살피기보다 보살핌을 받는 데 익숙한 편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서운하더라고요. 결국 연락도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한때 제가 무얼 보고 A를 가족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는지 허망했지만, 바쁘게 살며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친구에게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자기가 너무 소중한 걸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다시 예전처럼 지내자고 합니다. 자기가 기댈 데가 필요해서 저를 찾는 것 같아 솔직히 불편합니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좋았던 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고 신경이 쓰입니다.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잃어버린 절친’이 불편한 여자

A2 사실 그저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 때문에 만들어진 10대의 우정이라는 것은, 20대와 30대를 거치면서 이런 식으로 많이 퇴색되곤 합니다. 당신에게만 일어난 서운하고 허탈한 사건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인생에서 당연하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에요. 한때는 무슨 비밀이든 다 털어놓을 수 있던 ‘베프’였지만, 그 친구가 영원히 그런 관계의 사람으로 유지될 수는 없는 거죠.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진실이 아니던가요. 삶이 변하고 내 처지가 변해도 유지되는 우정도 있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순식간에 멀어지고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우정이 있을 뿐이지요. 다들 그렇게 한때의 우정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친구를 인생에 들이고 정성을 들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20년 가까이 만나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면 그것 자체로 대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40대, 50대까지 이 우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흐를 수는 없죠. 어쨌든 영원한 관계란 없으니까요. 당신의 맘이 불편하다면, 굳이 이 관계에 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어요. “네 맘은 알겠어, 내가 그동안 좀 마음이 상해서, 아주 나중에 마음이 편해지면 그때 연락할게”라고 간단히 말해도 됩니다. 스스로가 불편하고 이용당하는 기분이 드는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친구는 알아서 자신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대상을 찾을 겁니다.

다만 타인에게 정성을 쏟고, 보살피고, 덕분에 기대를 많이 하고 그것 때문에 실망하는 것이 혹시 당신의 패턴이라면, 이것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지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를 안 만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앞으로 어떤 친구나 애인을 만나든 또 반복할 패턴일 수 있으니까요. 개인 상담을 통해서 내 인간관계의 신념에 대해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건 이 우정과 이별이 당신에게 준 확실한 성장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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