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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직장 동료의 외도, “그건 아니야”라고 말해도 될까요?

등록 2020-07-24 11:35수정 2020-07-24 20:12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클리닉]

Q1 은연 중 알게 된 회사 선배의 외도
부적절한 이중생활, 정리하라 말하고파
A1 조언해도 좋지만 변화 없을 가능성 커
그에게 느낀 분노, 더 넓은 곳에 돌려보자

Q2 나와 잘 맞는 것 같은 회사 ‘절친’
훅 들어오는 간섭과 걱정은 너무 괴로워
A2 걱정과 사랑은 같지 않다는 걸 명심
작은 것부터 아니라고 할 권리 찾을 것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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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작가가 상담을 이성 관계, 사랑, 연애뿐만 아니라 ‘관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이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고민이 생겼다면 이제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물론 이성 관계, 연애 고민 상담도 진행합니다. 사연은 200자 원고지 5매 가량(A4 용지 1/2)으로 갈무리해 보내주세요! 보낼 곳 : esc@hani.co.kr

Q1 제 직장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말이 직장 동료지 거의 가족 같은 관계죠. 제 ‘진짜 가족’이 간혹 타박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어요. 한 남자 선배가 최근 자신이 다닌 카페 같은 곳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겁니다. 가족 모임도 해서 선배의 아내도 잘 아는데, 그분과 같이 간 거 같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뛰어나가 은밀히 통화하고, 예전보다 멋을 많이 냅니다. 뜬금없는 질문도 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데이트할 때 주로 어디를 가? 자동차에서 영화 보면서 노는 데도 있다던데.” 향수까지 뿌리기 시작했는데, 달라진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요.

그러다가 결국 알게 되었어요. 그 선배가 다른 여성을 만난다는 것을요. 회식한 날 다들 많이 취해서 ‘아무 말 대잔치’를 했는데 그 선배가 은근히 자랑하듯이 고백하더라고요. 가정을 깰 생각은 전혀 없고 그냥 스쳐 가는 활력소라나요. 기가 막혔죠. 다음날 그는 너무 취해서 소망을 담은 말을 마구 지껄였다면서 전날 한 말을 부인하더라고요. 다들 그냥 웃고 넘어갔지요. 남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자꾸 부아가 치미는 겁니다. 저도 눈치 백단인데,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통화하는 걸 왜 모르겠습니까. 다정하고 아끼는 듯한 말투, 짜증이 납니다. 그 여성과는 엄청나게 비싼 레스토랑에도 잘 가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나서서 ‘그건 옳지 않다, 정리하는 게 맞다’라고 조언하는 게 맞을까요? 저도 결혼한 사람인데, 자꾸 아내가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저러다 결국 사달이 나지 않겠어요? 해고라도 되면 큰일이다 싶기도 하고요. 그 선배는 좀 느슨한 성격이고, 나름 팀원들 사이에서 평가가 나쁘지 않아요. 남의 일이니 참는 게 맞나요? 대나무숲이 필요한 여자

A1 사람이라면 누구나 옳은 것, 정당한 것에 대한 욕구가 있지요. 사람마다 그 욕구의 차이는 다르겠으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인 정의에 대한 욕구가 있죠. 가정을 깰 생각은 없지만 바로 곁의 배우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또렷이 인식하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일 겁니다.

‘옳지 않다, 정리하는 게 맞다’고 조언하고 싶으시다면 그래도 됩니다. 그러나 아무 변화도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조언을 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지만 그는 당신의 조언을 듣지 않을 자유가 있거든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는 외도가 나쁜 일이라는 걸 몰라서 그런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요? 부도덕하며 손가락질받을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그는 그 일을 멈추지 않았고 은근슬쩍 티까지 내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당신 한 명은 절대 아니겠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을지 모르죠. “아우 OO씨, 능력도 좋네”라고요. 안타깝게도, 그 부도덕하며 손가락질받을 일에 누군가는 그렇게 살가운 격려와 모종의 허가를 하기도 하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보이는 지금의 이 상황은, 사실 그렇게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어떠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과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조언한다고 해서, 과연 그가 당신 덕에 뉘우칠까요? 오히려 일터에서 당신의 입장만 난처해질 수 있죠. 당신의 불편함과 정의감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거라는 뜻입니다. 하여 제안을 드리고 싶네요. 당신의 그 분노를, 고작 쓰레기 같은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는 데에 쓰기보다 좀 더 넓은 영역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떤가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여성들과 독서모임을 만든다거나, 여성단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본다거나, 사회 각지의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당신의 재능을 사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때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어떤 작은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도 알지 못했던 삶의 커다란 의미들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는 법이더군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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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다른 회사에 다니다 지금 직장에 옮겨 온 지는 5년쯤 됐어요. 여기 오면서 친하게 지내게 된 A라는 동료가 있어요. 그 친구가 좋으면서도 때로 저를 너무 옥죄는 것 같아 힘이 듭니다.

A는 상냥하고 사려 깊은 성격입니다. 일할 때는 저랑 궁합도 잘 맞아서 일 얘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지요. 자신만의 취향도 있고 센스도 있어서 함께 여행하거나 쇼핑하면 너무 재밌어요. 회사 내에서 누구나 저랑 제일 친한 사람은 A라고 생각할 정도로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적인 얘기도 서로 많이 하게 되죠. A는 저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어 합니다. 한번은 제가 소개팅에서 누굴 만났는데, 그 남자랑 몇 번 더 봤어요. 확실한 관계도 아니고, 저는 A한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A는 그걸 자기한테 말하지 않았다고 굉장히 서운해했어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자기한테 보여 달라고 하고, 그 남자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판단해서 저에게 말합니다. 물론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면서요. 제 사생활에 대해 자신의 친구나 형제에게도 말하고, 그들의 판단을 저에게 전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A가 그럴 때 간섭받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제 얘기를 하는 것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태도로 말하니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저와 자신을, 모든 일을 함께 나누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느낌을 엄마한테도 받은 적이 있어요. 엄마는 제 모든 걸 알고 싶어 하시고, 걱정하려 듭니다. 저는 그게 너무 피곤하고요.

어떤 때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 단단해서, 제가 틀린 걸까 싶은 생각도 들 때가 있어요.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들인 걸까요? 아니면 세상 사람 다수가 A 같은데, 제가 이상한 걸까요? ‘절친’의 걱정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자

A2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 맞는 것 같았던 관계,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관계의 무게가 지극히 무겁게만 느껴지니 굉장히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요. 더구나 지금의 상황처럼 상대방이 나로 인해 서운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더더욱 내가 가해자가 된 느낌에 괴로울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A의 태도는 적절하지 못해요.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서운함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렇죠. 그 이후에 일어난 에피소드들 전부, 누구라도 불편해할 만한 상황이 맞아요.

당신은 지금 불편함과 피곤함에 압도되는 것 같은 느낌일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상황이야말로 나의 관계에 대한 태도를 돌아볼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걸 알고 싶어 하고, 걱정하고, 경계를 넘는 듯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들은 그들대로의 마음에 어떤 작용들이 있으니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 거예요.

그러나 그들의 문제행동과는 별개로, 당신은 당신대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할 권리와 자유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가 아주 친하긴 하지만, 이런 것까지 말하는 건 사실 조금 나에겐 힘들고 어려운 일이야. 서로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게 조금 다를 순 있잖아. 이해해 줄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죠. 그들이 성숙한 사람이라면, 당신의 그 의사를 존중해 줄 것이고요. 내가 내 감정을 존중하고 그런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도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나를 더 존중하게 되는 법이라서 그래요. 상대방이 아무리 진심인 것 같다고 해도,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나를 보호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걱정과 사랑은 같지 않은데, 때로 많은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아이에게 쏟아놓고는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기도 하지요. 어렸을 때부터 과한 걱정을 아이에게 전달했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당신은 어쩌면 ‘노’(No)라고 말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뿐인지도 몰라요.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아니요’라고 말하고 자신을 품위 있게 변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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