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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민트급∙풀박? 거래 용어 쫙 꿰고 중고 거상 되어보자

등록 2020-07-30 10:50수정 2020-07-30 21:08

플랫폼별 거래 많은 물건부터 용어까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중고 거래 노하우
중고 거래는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거래하는 것이 아닌, 타인과 취향을 나누고 물건의 재사용을 통한 선순환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림 zigrim, 파라바라 제공
중고 거래는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거래하는 것이 아닌, 타인과 취향을 나누고 물건의 재사용을 통한 선순환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림 zigrim, 파라바라 제공

올 상반기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내 도서∙취미 분야 1위 검색어는 무엇일까. 출시된 지 45년 된 캐릭터 ‘마이멜로디’다. ‘이게 왜?’라는 의문이 든다면 이 시장의 큰손인 엠제트 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반~2004년 출생)를 이해하기 어렵다.

레트로(복고) 열풍과 코로나19로 인해 길어진 ‘집콕’ 시간이 맞물리면서 10~20대 사이에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크게 유행했는데, 과거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 문구류 등도 함께 유행의 물결에 올랐다. 단종된 제품이면 인기는 더 치솟았다. 색 바랜 마이멜로디가 때아닌 대세로 떠오른 배경이다.

이렇듯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많이 팔린 물건을 보면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관심사뿐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소비 생활의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도 알 수 있다. 중고 거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용자들은 중고거래를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미닝+커밍아웃·자신의 신념을 드러냄) 소비의 한 방법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즐겁고 의미 있는 경제생활에 동참하고 싶은가. 어쩌면 나의 서랍장 속에서 잠들어 있는 오래된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핫’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턱대고 시장에 진입할 수는 없는 법.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2020년 중고 시장의 지형도를 파악해보자.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핫’한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그림 zigrim, 파라바라 제공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핫’한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그림 zigrim, 파라바라 제공

나에게 맞는 장터를 찾아서

모바일 데이터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고 거래 앱 가운데 사용률이 가장 높은 플랫폼은 당근마켓(67.6%)이다. 그 뒤로 번개장터(57.2%), 헬로마켓(42.3%) 등이 뒤따른다.(지난 3월, 안드로이드 OS 사용자 기준)

업계 1, 2위 플랫폼만 해도 성격이 크게 다르다. 당근마켓은 사용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30~40대 이용자가 전체 60%를 차지하며 주축을 이룬다.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성격도 띠고 있는 만큼 올라오는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이용자들에 따르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일 수도 있어서인지 대체로 매너를 갖춘 거래를 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는 평이다.

지역에 따라 인기 검색어도 다르게 나타난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최근 휴가철을 맞아 제주에서는 낚시, 캠핑, 오토바이 등이 검색 상위권에 올랐다고 한다. 한편 서울 강남권에서는 중고 명품 거래가 잦고, 수도권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 등에서는 육아용품 거래가 많은 편이다.

번개장터는 실시간 확인 가능한 인기 검색어와 ‘트렌드 큐레이션’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이 최근 무엇을 주로 찾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의 핵심 거래 주체인 엠제트 세대가 주로 검색하는 품목이 무엇인지도 참고할 만하다. 올 상반기 번개장터 사용자들이 검색한 물건은 1위 아이폰, 3위 에어팟, 4위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이다. 2위인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에 견줘 9배 넘게 거래가 됐다. 다른 중고 장터에서 보기 힘든 ‘덕질’을 위한 품목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검색 종합 순위 7위에 오른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을 비롯해 스타 굿즈 거래도 활발하다. 소소한 재능도 사고판다. 좋아하는 캐릭터나 반려동물 초상화를 일정 금액을 받고 그려주기도 하고,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를 직접 인쇄, 제작한 ‘인스’(인쇄소 스티커)를 사고팔기도 한다.

일상 생활 용품부터 ‘덕질’을 위한 아이템까지, 온라인 중고 거래의 세계는 무한하다. 그림 zigrim, 파라바라 제공
일상 생활 용품부터 ‘덕질’을 위한 아이템까지, 온라인 중고 거래의 세계는 무한하다. 그림 zigrim, 파라바라 제공

이것도 팔릴까

올해 상반기 당근마켓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물건은 자전거, 캠핑용품, 냉장고, 의자, 노트북, 텐트, 에어컨 순이다. 지역에서 직거래를 하는 빈도가 높은 만큼 일상적이고 부피가 큰 물품도 활발히 거래된다. 번개장터에서는 휴대폰 등 모바일 관련 제품, 운동화, 점퍼, 보이그룹 관련 굿즈, 여성가방 순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이외에도 거래의 세계는 무한하다. 두 플랫폼 관계자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의외의 제품도 꽤 쏠쏠하게 판매된다고 밝혔다. 당근마켓에서는 수석, 브랜드 쇼핑백, 기프티콘 등이 의외로 거래되는 제품으로 꼽았다. 번개장터에서는 다이어리 꾸미기 재료, 피규어와 인형 등 10~20대 취향과 관련한 물품이 강세를 보인다.

잘 팔리는 물건도 중요하지만, 중고 거래가 불가한 물품들도 알아둬야 한다. 콘택트렌즈는 의료 기기에 분류되어 일반인 거래가 불가능하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 또한 개인이 임의로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화장품 샘플 또한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이 다 표시되어 있지 않고, 홍보 및 테스트를 위한 제품이므로 판매하면 안 된다. 헌혈증과 정부 지원물품의 매매 행위도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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