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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스피커에 귀신이 붙었어요!…다채로운 공포물의 세계

등록 2020-08-12 20:16수정 2020-08-13 02:41

여름 & 공포 체험 & 납량특집
공포웹툰은 진화 중
플래시·사운드 효과 넘어 VR·AR 접목
‘무서운 이야기’ 들려주는 유튜브까지
최근 자신의 방 안에서 공포물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자신의 방 안에서 공포물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공포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이제 공포 체험을 하러 특별히 제작된 공간을 찾을 필요도 없다. 코로나19가 부른 변화처럼 보이지만, 매년 공포 콘텐츠 시장은 더 새로운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 증강현실 기술 접목한 공포 웹툰, 내 방에 귀신 출몰!

‘공포웹툰’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기 웹툰 작가인 ‘호랑’이 네이버 웹툰에 플래시 효과를 가미한 <봉천동 귀신>과 <옥수동 귀신>을 선보인 게 벌써 2011년의 일이다. 웹툰 마지막에 옥수역 선로 바닥에서 갑자기 피 묻은 손이 뻗어 나와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웹툰을 즐기던 독자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네이버 웹툰의 2015년 공포 시리즈 <소름>에서 작가 ‘DEY’는 <사생사>라는 작품에서 사망한 줄 알고 영안실 냉장고 안에 안치된 희생자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살아나가기 위해 손톱으로 냉장고 안을 긁어대는 사운드 효과가 압권이었다. “벅벅벅벅벅벅벅~.” 앙상한 두 팔이 연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컷까지 가미되어 있다. 시리즈 제목대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공포웹툰에 플래시 효과를 가미한 시도로 화제를 불렀던 ‘호랑’ 작가의 2011년 작품 &lt;봉천동 귀신&gt;.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공포웹툰에 플래시 효과를 가미한 시도로 화제를 불렀던 ‘호랑’ 작가의 2011년 작품 <봉천동 귀신>.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요즘의 웹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움직이는 컷이나 효과음만이 아니다. 아예 증강현실(AR)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단, 이런 작품들은 일반적인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테블릿피시(PC)로 즐겨야 한다. 카메라가 부착되야만 증강현실 기술이 실현 가능하다. 2018년 네이버 웹툰 시리즈 <재생금지>에 실린 ‘QTT’ 작가의 <누리, 넌 누구니>라는 작품에는 귀신이 달라붙은 스마트 스피커가 등장하는데, 작품 마지막에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실제 독자의 방을 비추며 문제의 그 스피커가 책상 위에 나타난다. 끔찍한 목소리로 “지금 혼자 있어?”라고 말을 걸어오는데, 스마트폰을 머리 뒤로 던질 뻔했다.

공포 시리즈 &lt;소름&gt; 중 ‘DEY’ 작가가 그린 &lt;사생사&gt;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공포 시리즈 <소름> 중 ‘DEY’ 작가가 그린 <사생사>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2016년 네이버 웹툰 시리즈 <폰령>은 또 어떤가. <여관 201호>라는 작품에서는 만화에 등장했던 여자아이 귀신이 내 방 한구석에서 쓱 하고 나타나 비명을 지르게 한다. 같은 시리즈의 작가 ‘POGO’의 작품 <귀신은 없어>에서는 내 방 천장에 매달려 있는 귀신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가 하면, ‘호랑’ 작가의 단편 <소미귀신>에는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동급생 친구의 귀신으로부터 독자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오는 연출이 포함돼 있다.

최근의 공포웹툰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독자의 방이나 거실 등을 무서운 이야기의 배경으로 차용한다. 공포웹툰 &lt;여관 201호&gt;.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최근의 공포웹툰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독자의 방이나 거실 등을 무서운 이야기의 배경으로 차용한다. 공포웹툰 <여관 201호>.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41)씨는 “웹툰 중에서도 증강현실 등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을 때 그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르가 바로 공포웹툰”이라며 “이런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요즘 공포웹툰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POGO’ 작가의 웹툰 &lt;귀신은 없어&gt;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POGO’ 작가의 웹툰 <귀신은 없어>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 공포, 귀와 눈으로 느끼기

옛날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부모님이나 언니·오빠들이 들려줬던 ‘무서운 이야기’를 이제는 유튜버들이 대신한다. 구독자 18만명의 유튜브 채널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에서는 주로 구독자들의 제보로 구성된 사연을 담아낸다. 귀신을 보는 친구와 함께 겪은 일이라든지, ‘소름 돋는 고시원’, ‘버스기사님의 공포 실화들’ 등 소재도 다양하다. 이 밖에도 구독자 17만명의 <왓섭! 공포라디오>, 구독자 15만명의 <그와 당신의 이야기> 등의 유튜브 채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6 다양한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공포채널’이 많다.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 유튜브 화면 갈무리
6 다양한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공포채널’이 많다.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구독자 5만명의 <소름채널>은 아예 직접 카메라를 들고 폐가나 흉가, 버러진 병원 등 으스스한 장소를 찾는다. 영상에서 실제로 귀신을 봤다는 댓글이나, ‘O분 OO초, 허연 물체가 쓱 지나가는데, 저게 뭐죠?’라는 식의 댓글이 이어지는데 판단은 직접 영상을 보고 하는 게 좋겠다. 어쨌든 이런 채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다 보면 시간은 잘도 간다.

유튜브 ‘소름채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튜브 ‘소름채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튜브 공포채널 ‘왓섭! 공포라디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튜브 공포채널 ‘왓섭! 공포라디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공포 웹툰이나 게임, 유튜브 채널들을 포함한 각종 호러물이 수용자의 감각을 ‘직접’ 자극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면 고집스럽게 장르 문학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공포문학’이다.

전건우 작가의 &lt;마귀&gt;. 사진 고즈넉이엔티 제공
전건우 작가의 <마귀>. 사진 고즈넉이엔티 제공

게임이나 영화, 만화가 직접 보여주고 체험하게 만든다면 글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서 더 무서운지도 모른다. 작가 이시우(44)씨는 “공포소설은 결국 질문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공포소설 애호가들에게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는 2017년작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서 ‘왼손’이라는 필명으로 <이화령>을 발표한 인기 작가다. “사람마다 무서워하는 소재는 다 다르거든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공포의 본질을 묻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과 마주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설만이 가진 힘이죠.”

조예은 작가의 &lt;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gt;. 사진 안전가옥 제공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사진 안전가옥 제공

2019년 단편집 <한밤중에 나 홀로>, 2014년 장편 <밤의 이야기꾼들> 등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건우(41) 작가가 올해 발표한 장편 <마귀>는 강원도 대설읍 소복리에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나는 동시에 실종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심령 호러 스릴러다. 겨울만 되면 폭설로 마을 전체가 고립된다는 소복리는, 물론 가상의 지명이다.

조동신 작가의 &lt;아귀도&gt;. 사진 아프로스미디어 제공
조동신 작가의 <아귀도>. 사진 아프로스미디어 제공

전 작가는 ESC 독자들을 위해 올해 출간된 공포소설들 중 3편을 추천해 줬다.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는 수상한 남자가 나눠준 젤리를 먹고 온몸이 녹아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동신 작가의 <아귀도>는 한 살인자와 그를 추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거대 괴수를 등장시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박해로 작가의 <올빼미 눈의 여자>는 무당과 퇴마사가 등장하는 토속적 배경의 ‘한국식 호러극’이다. 전 작가는 “최근 양질의 작품이 계속 출간되고 있으며 문학 작품으로의 호러소설을 받아들이는 독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목할 만한 신인 작가가 꾸준히 등장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박해로 작가의 &lt;올빼미눈의 여자&gt;. 사진 네오픽션 제공
박해로 작가의 <올빼미눈의 여자>. 사진 네오픽션 제공

전씨의 장편 <밤의 이야기꾼들>은 서울의 한 폐가에 모여 으스스한 괴담을 서로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의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토해진 진실하면서도 추악하고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합니다.” 무더운 여름밤, 선풍기 바람 앞에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공포소설을 읽어나가는 ‘쏠쏠한 맛’은 그래서 더욱 오싹하게 재미난 게 아닐까.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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