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9살,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8살 때, 육아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아이들은 코로나 전까지 놀이터 붙박이들이었죠. 그러면서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교 엄마들과 사귀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일하느라 동네 사람 사귈 겨를이 없었는데, 아이 덕분에 다른 엄마들과 교류가 쌓이니 이 커뮤니티도 즐겁고 좋았어요.
그런 가운데 둘째 친구 A라는 아이의 엄마를 유독 자주 만나게 됐어요. A와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 같은 반이에요. 같은 아파트에 살고, 둘 다 학원을 별로 안 다녀서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 놀았어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맞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게 마련인데, A의 엄마가 하는 말은 유독 마음에 상처가 될 때가 많네요.
우리 아이는 말이 빠르고, 성향상 뭔가 주도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A는 차분하고,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고요. 엄마들 성격은 그 반대라 저는 좀 조용한 편이고, A의 엄마는 모임에서 항상 대화를 리드해요. 각자 장단점도 있고, 아이들이 서로 다른 성향을 보완해가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A의 엄마는 만날 때마다 자기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합니다. 문제는 우리 애를 깎아내리면서 그런 발언을 해요. 우리 애가 놀이를 주도하고 있으면 “자기 딸은 친구한테 뭘 참 잘 시켜”, “자기 딸은 욕심이 많아서 좋겠어. 우리 애는 승부욕이든 뭐든 좀 있으면 좋겠는데”라는 식이죠. 그냥 흘려듣고 넘길 수도 있는데, 비슷한 뉘앙스로 자주 얘기하다 보니 너무 신경이 쓰여요. A가 우리 애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 같으면 제 앞에서 “넌 바보처럼 왜 시키는 것만 하냐”며 A를 다그치기도 해요. 그럴 땐 옆에 있는 제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정신 건강과 A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라도 거리를 두고 지내고 싶은데, 아이들끼리는 소위 ‘케미’가 좋아요. 또 발이 넓은 A의 엄마가 동네 친구가 별로 없는 저에게 이런저런 소식과 정보들을 알려주니 그것 때문에 제가 놓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사람 사이에 거리를 조정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중간에 아이가 있으니 참 어렵네요. 육아하며 관계 맺기에도 비법이 있을까요?
아이 친구 엄마가 어려운 엄마
A1 일단 내가 어떤 사람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묘하게 마음에 상처가 되곤 한다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안 그래도 내가 부정적으로 의식하고 있던 어떤 것을 그 사람이 건드렸을 때’이죠. 자신이 능력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이 바보야”라고 하는 말에 쉽게 상처받지 않겠지만,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생각에 이미 괴롭던 사람에게는 같은 말도 정말로 큰 상처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입니다.
두 번째는 상대방이 정말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어떤 말을 했을 때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가 마음이 불편하거나 화가 났을 때, 보통 어떻게 표현하세요? “나 지금 기분이 좀 나빠졌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입을 꽉 다문 채 침묵할 수도 있고, 또 괜히 상대방에게 시비를 걸거나 짜증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현재 느끼는 분노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는 곤란해질 것을 알고 있을 때, 상대방이 기분이 나빠지게 만들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싸울 생각까지는 없을 때, 우리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표현, 상대가 한 번에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묘하게 기분 나빠지는 어떤 표현을 한다는 거죠.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수동공격’이라고 부릅니다. 수동공격은 은밀한 방식으로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발산하기에, 그것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딱히 뭐라고 문제 삼기도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러므로 한 가지 정리해 둡시다.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육아하며 관계 맺기’가 아니라 ‘나에게 묘하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이건 무슨 상황일까요?’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당신의 개인적인 약점을 지적해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니니, 아마도 이 상황은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하는데요. 이러한 추측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당신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은 그리 건강하지 못한 것이고, 그건 당신 탓은 딱히 아닐 수 있다는 거예요. 관계 맺기의 비법을 탐구해 적용한다고 해서 대단히 큰 변화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묘하게 기분이 나쁜 건, 그저 그 사람의 특정한 의도가 통했을 뿐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그냥 ‘마음속에 분노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상대에게 저런 말을 하기도 하는 게 인간이지’라고 받아들이는 방법, 다른 하나는 “정말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을 때 내가 좀 속상해. ○○씨도 뭔가 속상한 게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거면 나한테 편하게 얘기해줘”라고 이야기하는 방법 정도가 있겠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제안하고, 또 혹시 이어질지 모를 상대의 모르쇠나 빈정거림까지 예상한다면 두 번째 방법이 난도가 훨씬 높겠지요. 하지만 당분간 보게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저라면 제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날, 상대방을 넉넉히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날 대화를 한 번 시도해보긴 할 것 같아요.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순전히 당신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Q2 저는 51살 싱글맘입니다.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고 23살, 24살 두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아요. 무능력한 남편과는 헤어진 지 2년 정도 되었어요.
요즘 저는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귄 지 1년 정도 됐고요. 문제는 그 사람이 가정이 있는 남자라는 것입니다. 그분도 저도, 연애 이상의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결혼 생활을 다시 하는 것이 싫어요. 그분은, 제가 자세히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가정을 깨는 게 싫겠지요.
이런 관계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석 달 전쯤 그만 만나자고 얘기했어요. 그쪽도 그러자고 하더군요. 한 달 정도 시간을 혼자 보냈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먼저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러니 또 이번에도 알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만나고 있어요.
머리와 마음이 따로 움직입니다. 어떻게 해야 제 마음이 그 사람을 찾지 않을지 모르겠어요. 계속 만나다 싫어지면 헤어져야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은 서로 너무 잘 지내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마음이 더 커져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도 돼요. 정리하는 게 맞는 거겠지요? 사람도 겪어볼 만큼 겪었고, 사회생활도 오래 했고, 남자라면 지긋지긋하기도 했는데 저 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러는 걸까요?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이별하고 싶지만 이별하지 않는 여자
A2 짧은 사연이지만 강렬한 이야기네요. 무능력한 남편과 헤어진 지 1년 만에, 다른 유부남과의 연인 관계를 시작했던 거네요. 당신은 이미 알고 있어요. 이 관계가 윤리적으로 옳지도 않고 인정받을 수도 없는 관계라는 것을요. 그러니 그만 만나자고도 말하고, 내적인 갈등 역시 겪고 있는 거겠죠.
그러나 당신이 글을 마무리하며 토로한 이야기는 전부 핑계뿐입니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 ‘헤어져야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등이요.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관계로부터 파생된 죄책감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고, 그 감정을 회피하고 있을 뿐이죠. 많은 표현을 했지만, 핵심은 ‘에라 모르겠다’가 아닙니까? 연애 이상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이상한 말 뒤에 숨어, 모종의 죄의식을 덜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당신의 상황을 도덕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저의 일은 아니기에, 이것 하나만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오로지 차단하려 애쓸 때가 있지요. 이혼 후에 닥쳐온 외로움, 비참함, 패배감 같은 것들을 느끼지 않기 위해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차단하려 하지는 않았는지요? 어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무감각한 삶을 선택하면, 나머지 감각들을 느끼는 능력도 함께 차단된다고 하죠. 자신의 고통에 둔감해지려 애쓰다 보니, 이제는 자신이 삶에서 무엇을 느끼는지도, 내가 한 어떤 행동의 결과로 낯모를 타인이 어떤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지금부터의 인생이라도 진정 나답게, 자유롭게 살기 원한다면 이렇게 무감각한 채로, 죄의식을 느끼고 혼란을 느끼는 채로 인생이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마세요. 머리도 마음도 당신의 것이며, 인생을 책임 있게 살아야 할 의무도 당신의 것이니까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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