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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블핑’ 제니 잠옷, ‘방탄’ 지민 잠옷 나도 입을래

등록 2020-12-17 07:59수정 2020-12-18 11:03

집에서 머무는 시간 길어지며 떠오른 잠옷 패션
이제는 ‘0마일 웨어’, 대세는 잠옷
벨벳, 플란넬 잠옷 특히 인기…
잠옷 같은 외출복도 출시
‘라이프 고즈 온’ 뮤직비디오에서 잠옷을 차려입은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BTS 뮤직비디오 갈무리
‘라이프 고즈 온’ 뮤직비디오에서 잠옷을 차려입은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BTS 뮤직비디오 갈무리

얼마 전 충동적으로 구매한 반짝이는 붉은 구두를 포장도 뜯지도 않은 채 반품했다. 소규모 연말 모임 몇 개를 줄줄이 취소하던 차였다. 울적한 계절, 홀로 화려한 구두는 기분전환용이라기 보단 어쩐지 눈치 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많은 독자들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코로나19 이전부터 유행한 ‘꾸안꾸룩’(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옷차림)이나 ‘원마일 웨어’(집 반경 1.6㎞ 이내에 입고 나갈 만한 편안한 옷차림)마저도 시들해진 때다. 외출은 줄었고, 소비 심리는 위축했다. 이 시절 떠오르는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라면 잠옷으로 대표되는 ‘홈웨어’(home wear·집에서 입는 옷)다. 하지만 집에만 콕 박혀 있다고 ‘패션 열정’을 멈출 순 없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배다영 에디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집콕’이 필수가 되면서, 홈웨어가 확실히 변했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최근 상황 때문에 외출복에 대한 갈증이 증폭되면서 홈웨어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계절 입기 좋은 면 소재 잠옷.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제공
사계절 입기 좋은 면 소재 잠옷.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제공

최근 홈웨어 선두주자는 잠옷이다. 인스타그램에는 2만개가 넘는 ‘#잠옷스타그램’ 게시물이 쏟아질 정도다. 그런데 과거 ‘잠옷’과는 결이 다르다. 예전 잠옷이라고 불렀던 옷은 무엇이었나. 외출복으로서의 소용은 다했지만 어쩐지 버리기는 아까운 옷들, 목 부분이 늘어나거나 무릎 부분이 어수룩하게 튀어나온 옷들이 홈웨어 영역을 책임졌다. 하지만 허름해진 옷들을 입다보면 나도 옷처럼 축 늘어진 기분이 든다. 특히 지금처럼 오래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배 에디터의 말처럼 집에서도 좀 차려 입은 기분을 내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외출복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가볍게. 더구나 여러 패션 브랜드에서 다양한 잠옷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잠옷은 비교적 구매력이 떨어지는 카테고리였지만 최근엔 바뀌고 있다. 요즘은 국내 입점하지 않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잠옷을 ‘직구’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 실제로 블랙핑크 멤버 ‘제니 잠옷’으로 유명한 미국 의류 브랜드 ‘슬리피 존스’ 잠옷은 한 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데도 직구족들의 ‘최애’ 패션 아이템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민이 ‘라이프 고즈 온’ 뮤직비디오 촬영 때 입은 ‘조스라운지’의 코럴 플레이드 파자마 세트는 현재 예약 구매만 가능할 정도로 인기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서는 올해4월 잠옷 제품군을 리뉴얼해 출시한 직후와 비교해 최근 3개월 ‘파자마 세트’ 매출이 300% 이상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겨울철 잘 어울리는 타탄체크 잠옷. 사진 LF 제공
겨울철 잘 어울리는 타탄체크 잠옷. 사진 LF 제공

이런 소비자 수요는 홈웨어에 주력하지 않던 의류 브랜드도 움직이게 했다. 클래식 스타일 브랜드인 닥스는 올 시즌 파자마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다. 이에 대해 닥스 관계자는 “기존 파자마 제품군에서 대대적인 기획을 통해 남녀 컬렉션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엔 집 안에서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제품들이 특히 인기다. 한 벌 10만원 중반대인 닥스 파자마 제품군 가운데 레드타탄체크 파자마와 원피스 세트 등은 출시 2주 만에 재생산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자주 또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 새틴 파자마 세트가 품절된 상태다. 최근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벨벳, 플란넬(솜털이 올라와 있는 가볍고 부드러운 직물) 소재로 된 제품이 특히 인기다.

잠옷의 세계는 의외로 넓고 깊다. 그만큼 가격의 폭도 넓다. 수십만원짜리 실크 잠옷, 유명 해외 브랜드의 잠옷부터 1만원대 수면 잠옷까지 다양하다. 원피스형, 반바지형, 티셔츠형 등 모양과 색도 여러 형태로 나뉘지만 아무래도 가장 기본은 단추가 달린 셔츠와 바지로 구성된 잠옷이다. 활동성이 좋고, 잠을 잘 때도 부대낌이 적기 때문이다.

‘조스라운지’의 코럴 플레이드 파자마 세트. 사진 조스라운지 제공
‘조스라운지’의 코럴 플레이드 파자마 세트. 사진 조스라운지 제공

잠옷 구매 경험이 적다면 우선 3~5만원대의 무난하고 튼튼한 면 소재 잠옷 한 벌과 요즘 계절에 알맞은 소재나 패턴을 내세운 제품을 골라보자. 면 소재 잠옷은 한여름 빼고는 1년 내내 입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옷감 자체가 단단하면서 부드러워 내구성이 좋다. 면 소재 중에서도 재질이 차갑거나 기모가 포근하게 올라온 제품, 폴리우레탄을 섞어 신축성을 가미한 제품까지 다양하니 평소 선호하는 촉감에 따라 선택지가 넓어진다.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 캐릭터가 그려진 패션 브랜드 ‘스파오’의 잠옷. 사진 무신사 제공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 캐릭터가 그려진 패션 브랜드 ‘스파오’의 잠옷. 사진 무신사 제공

계절감을 만끽하고 싶다면 벨벳, 플리스, 플란넬 등을 고를 수 있다. 따뜻한 소재 덕분에 겨울철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건 일석이조다. 잠옷 선택은 지구를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제안하는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는 20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겨울철 난방 온도를 1도 낮추면 가구당 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231㎏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20도는 얇은 옷차림으로는 조금 썰렁한 기분이 드는 온도인데, 포근한 소재의 잠옷에 폭신한 수면 양말까지 갖춰 신고 입는다면 천하무적이다.

겨울철 인기 많은 벨벳 소재 잠옷.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제공
겨울철 인기 많은 벨벳 소재 잠옷.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제공

재택근무가 잦아진 시절, 잠옷은 의외로 작업복 기능도 한다. 숙면을 고려해 만든 옷이니 일할 때도 그 어떤 옷보다 부대낌이 적다. 하지만 어쩐지 일하는 자의 마음가짐을 헤이하게 할 것도 같다. 그런데 너무 편한 걸 어떡하나.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재택근무자를 위해 잠옷과 작업복 모든 기능을 소화하는 홈웨어도 출시됐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로덕트스토리지’가 출시한 ‘홈앤워킹웨어’는 이름부터 잠옷과 작업복 사이를 오간다. 그냥 편안하게 잠옷으로 입을 수 있지만, 재킷 스타일의 상의, 주름으로 모양을 잡은 바지 덕분에 위에 조끼를 겹쳐 입거나, 시계만 차도 좀 더 외출복 같은 느낌을 준다.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는 “저를 비롯해 많은 지인이 재택근무를 하며 잠옷 같지 않으면서 편안한 재택근무복이 필요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패션 브랜드 ‘로라로라’와 제과 브랜드 ‘하리보’가 협업해 출시한 잠옷. 무신사 제공
패션 브랜드 ‘로라로라’와 제과 브랜드 ‘하리보’가 협업해 출시한 잠옷. 무신사 제공

잠옷 대세론은 지금 같은 집콕 생활이 이어지는 한 지속될 듯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 ‘이제는 잠옷을 입을 시간’이라는 기사에서 ‘미국 내 11월 파자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0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명품 브랜드들 또한 본격적으로 잠옷 패션에 눈독을 들인다. 프랑스 브랜드 디올은 파마자 세트, 슬리퍼, 목욕 가운 등을 포함한 ‘셰므아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디올의 이번 컬렉션은 이 브랜드 최초로 집에서 입는 옷 위주로 구성된 것이기도 하다.

원마일웨어에서 이제는 제로마일웨어로, 운신의 폭은 가장 좁지만 편안함의 폭은 가장 넓은 잠옷의 세계에서 한동안 헤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콕’ 필수품, 당신의 파자마 선택은?

#잠옷스타그램 구경하다가 구매로 이어진 잠옷들을 추천한다.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나 <나 홀로 집에> 같은 성탄 시즌 영화를 보며 핑거푸드, 잠옷과 함께라면 완벽한 연말 홈파티가 될 듯하다.

조스라운지 방탄소년단 지민이 입은 은은한 핑크 체크 패턴의 ‘코럴 플레이드 세트’를 출시한 브랜드. 품귀로 예약 구매만 가능. 대안으로 겨울에 특히 예쁜 로열 타탄 파자마 세트도 구매할 만하다.(9만2000원)

자주 자주의 잠옷 세트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유명하다. 2~4만원대로 웬만한 품질의 잠옷을 고를 수 있다. 올 겨울엔 포근한 플란넬 파자마 세트를 골라보자. 조금 썰렁한 날 걸쳐 입을 오가닉 코튼 로브를 함께 해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각각 3만4900원, 2만4950원)

오이쇼 홈웨어와 속옷으로 유명한 스페인 브랜드 오이쇼에서 출시한 ‘그린 플라워 파자마 세트’는 들꽃 가득 핀 풀밭을 떠올리게 한다.(8만원)

이브니에 이브니에는 엑소 백현, 방탄소년단 진 등 스타들의 잠옷으로 유명하지만 의외로 40년이나 된 탄탄한 국내 잠옷 브랜드다.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이다. 식물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엠버 세트는 프릴로 마무리한 소매와 어깨 장식이 귀엽다.(6만4800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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