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코가 둥근 기본 디자인에 푹신한 착화감을 가진 메리제인 슈즈가 인기다. 빅토리아슈즈 제공
메리제인 슈즈가 돌아왔다. 둥근 앞코에 발등을 가로지르는 끈이 있는 형태의 메리제인 슈즈는 오랜 세월 아이부터 어른까지 넓은 연령대를 포괄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아이템이다. 그래서 ‘돌아왔다’는 표현이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요즘 판매량 많은 신발을 살펴보면 메리제인 슈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엠제트(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가 주 이용층인 온라인 패션 편집숍 ‘29cm’에서는 굽 낮은 구두인 플랫, 로퍼 카테고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발 순으로 줄을 세우면 1~10위 사이에 7종이 메리제인 슈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한 달간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플랫 슈즈 가운데 8종이 메리제인 슈즈다. 남민영 무신사 에디터는 “봄을 맞아 화사한 패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메리제인 슈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앞코 모양, 배색, 소재에 변화를 준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말한다.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메리제인 슈즈는 봄을 맞아 가볍게 기분을 전환하기에 제격인 아이템이다.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의 이 신발은 대략 200년 전에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1902년 <뉴욕헤럴드>에서 연재를 시작한 만화 ‘버스터 브라운’에서 장난꾸러기 소년 버스터 브라운과 그의 여동생 메리 제인이 자주 신고 나왔던 신발이다. 만화 속에만 존재했던 신발은 이 만화의 판권이 팔리며 실물로 만들어졌는데, 미국 신발 회사 ‘더브라운슈컴퍼니’에서 1900년대 초 출시한 메리제인 슈즈를 최초로 친다. 초창기 메리제인 슈즈는 만화에서처럼 성별을 가리지 않는 신발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며 점차 여성화로 편입했다.
봄 기분 내기 좋은 산뜻한 색감의 메리제인 슈즈. 락피쉬웨더웨어 제공
메리제인 슈즈는 영화나 만화 주인공들도 자주 신고 등장했다. 월트디즈니 만화 ‘위니더푸’에서 푸의 친구인 크리스토퍼 로빈이 자주 신고 등장하는가 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앨리스를 떠올려도 그렇다. 흰색 니삭스에 검은색 메리제인 슈즈를 신고 모험을 떠난 앨리스 덕분인지 메리제인 슈즈는 클래식하면서도 활동적인 이미지로 읽힌다.
최근 불티나게 팔리는 빅토리아슈즈의 ‘오다 메리제인’, 락피쉬웨더웨어의 ‘벨라 메리제인 플랫’ 등은 모양은 구두지만 착화감과 바닥 밑창은 스니커즈와 비슷하다. 두 브랜드 모두 둥근 앞코에 은은한 광택의 벨벳 소재를 앞세운다. 빅토리아슈즈의 경우 발등의 끈을 4단계로 조절 가능해 착용이 용이히다. 락피쉬웨더웨어의 메리제인 슈즈는 똑같이 둥근 코지만 좀 더 날렵한 이미지다. 신발 가장자리를 따라 단단하게 박음질 되어 있는 리본 테이프 덕분에 견고해 보이기도 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발뒤꿈치 부분을 헐어 만든 뮬 형태의 디자인도 인기다. 체크무늬의 메리제인 뮬은 편안하면서도 경쾌해 보인다.
이들 두 브랜드의 인기 요인으로는 이제 일상 패션으로 자리 잡은 놈코어 룩의 영향이 크다. 놈코어(Normcore) 룩은 평범함을 뜻하는 노멀과 철저함을 뜻하는 하드코어의 합성어로 평범해 보이지만 멋스러운 복장을 뜻한다. 구두와 스니커즈의 경계에 있는 편안함이 맨투맨 셔츠에 청바지, 블라우스에 롱스커트 등 어떤 옷차림에도 무난하게 스며든다. 6~7만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해 접근성도 좋다.
좀 더 단정한 구두 느낌을 원한다면 르쿠어, 몰핀 등의 브랜드로 눈을 돌려도 좋다. 르쿠어의 ‘아넬로 오블리크 메리제인’의 경우 사각형 앞코가 단정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양가죽을 사용해 착화감 또한 매우 부드럽다. 굽이 있는 제품이지만 바닥에 쿠션을 넣어 포근한 착화감이 점이 숨은 매력이다.
메리제인 스타일에 세로로 끈을 한 줄 더 넣은 디자인의 몰핀 ‘프롬 메리제인 슈즈’도 추천할만하다. 단단하고 두꺼운 발목 끈에, 바닥이 두터운 고무창이라 착화감이 매우 안정적이다. 여러 색상 중에 요즘 흔히 ‘버터 컬러’라고 부르는 옅은 노란색의 제품이 특히 예쁘다. 베이지 톤에 가까워 아이보리, 흰색, 검정 등 어떤 색상의 옷에도 무난하게 신을 수 있다. 리플라의 ‘크림 펌프스’는 3cm 굽의 펌프스 형태로 부드러운 색감과 얇은 끈이 은은한 느낌을 준다. 신발 옆이 트여 있어 독특하면서도 시원한 느낌도 더해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활용도가 높을 듯하다.
대중적인 브랜드 외에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메리제인 슈즈는 존재감을 뽐낸다. 여러 시즌 메리제인 슈즈를 선보여온 샤넬은 올봄 크루즈 컬렉션에서도 흰색과 검정 콤비 색상의 메리제인 슈즈를 내세웠다. 시중에 샤넬의 이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여러 제품이 넘실대는 것을 보면 제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셀린느에서는 메리제인을 응용해 티(T)자 형태의 끈을 발등에 얹은 ‘베이비 티바 펌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꺼운 고무 밑창으로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티(T)자 스트랩이 있는 메리제인 슈즈. 몰핀 제공
메리제인 슈즈를 가장 고전적으로 연출하는 방법은 만화 속 앨리스나 크리스토퍼처럼,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에 검정이나 남색 또는 갈색 신발을 신는 것이다. 단정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이는 생동하는 이 계절을 마음껏 만끽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올봄엔 컬러풀한 메리제인 슈즈에 다양한 색감의 양말이나 스타킹을 더해 발랄하게 연출해보자.
임세현 29cm 세일즈팀 리더의 말대로 “컬러풀한 롱삭스, 밝은 톤의 청바지, 편안한 롱스커트 등 다양한 스타일과 두루두루 어울리는 아이템”이니 공식을 떠나 다양한 옷차림에 활용도 높게 응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와 관련해 서정은 스타일리스트는 두 가지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우선, 무릎과 발목 중간 길이의 풀스커트에 셔츠나 가디건을 걸치고 진주목걸이 등을 더해 로맨틱하게 연출해보자. 서스타일리스트는 “메리제인 슈즈는 스트랩이 발등 부분을 가로질러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다”며 “치마가 무릎 아래로 내려와야 발목의 가는 부분이 강조되면서 예쁘게 보인다”고 팁을 전했다. 바지와도 잘 어울린다. 서 스타일리스트는 “무릎까지 오는 버뮤다 팬츠에 짧은 기장에 오버핏인 니트 상의를 입는 것”도 경쾌해 보인다고 추천했다.
봄이다. 동화적인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이 신발을 신으면 어쩐지 좋은 곳에 도착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