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애피그램의 해양생물 티셔츠, 노스페이스의 올레마 아노락,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재킷, 앤아더스토리즈의 요가 컬렉션, 나우의 아웃 포켓 베스트와 배색 후디 아노락. 사진 각 업체 제공, 그래픽 김은정 기자 ejkim@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당신의 패션 취향은 ‘환경’이군요.” 이런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은 이제 패션 시장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아이템으로 백화점을 차려도 될 정도로 품목도 다양해졌다. 옷의 원재료가 버려진 페트병이나 티셔츠에서 뽑아낸 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색감과 소재가 좋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소비자들은 오히려 혼란스럽다고 한다. 친환경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옷이라면 모두 괜찮은 걸까. 내가 고른 이 옷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든 걸까. 길을 찾는 당신을 위해 취향 테스트를 마련해봤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브랜드 혹은 작은 아이템으로 하나씩 시작해보자.
A.쓰레기의 재탄생, 그래서 더 소중한 나의 운동복
최근 유행하는 아노락을 하나쯤 구비할 계획이었다면 재활용 원단을 활용한 제품들을 눈여겨보자. 아노락은 에스키모가 착용하는 모자 달린 헐렁한 모양의 재킷에서 유래한 옷으로 야외 활동 시 바람막이 겸 비옷으로도 활용된다. 애슬레저룩의 유행에 따라 일상복으로도 활용도가 높아 인기가 많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올봄 출시한 ‘올레마 아노락’은 겉감에 재활용 나일론 소재를 썼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온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나우 또한 친환경 소재 아노락을 여럿 선보인다. ‘배색 후디 아노락’과 ‘야누스 아노락’은 리사이클 나일론을 활용했고, 화사한 색감의 ‘코아바 아노락’은 면화 생산 관련 국제 비영리 단체인 비씨아이(BCI)에서 인증받은 친환경 면을 사용하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 염색 방식을 적용했다고 한다.
레깅스족이라면 여성 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의 요가 컬렉션에 주목하자. 땀이 빨리 마르는 기능성 레깅스와 탑, 조깅 팬츠 등 전 제품을 재활용 폴리아마이드와 유기농 면으로 만들었다. 이번 요가 컬렉션은 유색 인종 여성을 대변하는 미국의 요가 단체인 ‘블랙 위민즈 요가 컬렉티브’(BWYC)와 협업해 더 의미 있기도 하다.
B.바다를 사랑하는 당신의 선택은 폐그물로 만든 모자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약 10%를 차지하는 폐그물은 버려진 채 바닷속을 떠돌아다니며 해양 생물들을 옥죈다.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앞바다에서 폐그물을 건져 이를 재가공한 소재인 ‘넷플러스’ 원단을 모자에 적용했다. ‘부레오 햇 컬렉션’은 넷플러스 원단 외에도 재활용 폴리에스터, 유기농 면 등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생산 또한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한단다.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에서도 재생 나일론을 활용한 모자 ‘유타프캠프캡’을 출시했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귀엽다.
업계에 따르면 재생 나일론을 일반 나일론 대신 쓰면 탄소 배출량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폐페트병 등을 재가공한 재활용 폴리에스터의 경우 탄소 배출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C.비싸도 괜찮아 오래 쓰자! 명품도 이제 리사이클링이 대세
‘가방이 세상을 구할 수 있나요?’ 올 시즌 영국 패션 브랜드 멀버리가 던진 화두다. 럭셔리 브랜드도 이제 친환경이 생존 전략으로 통한다. 멀버리는 지난 22일 ‘메이드 투 라스트’라는 디지털 캠페인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모든 공정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이행하고,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멀버리는 지난해에 식품 생산 과정에서 버려진 가죽을 활용해 생산한 가방인 ‘멀버리 그린’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는 올해 말까지 기존의 모든 나일론 소재 제품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을 적극 도입한다. 에코닐을 사용한 ‘리나일론 컬렉션’은 프라다에서 꾸준히 인기를 이어온 백팩, 숄더백 등 6개 라인에 적용했다.
D.확고한 취향의 당신, 맞춤한 듯한 사계절 재킷이 딱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본 아이템도 이왕이면 친환경 아이템으로 구비해보자. 옷을 여러 벌 사지 않고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옷을 오래, 자주 입는 것 또한 환경을 지키는 스타일링의 하나다.
패피들 사이에서 “한국에 제발 매장 좀 열었으면”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던 패션 브랜드 아르켓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지속가능한 스타일이다. 올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두 개 매장을 열었다. 아르켓에서는 딱히 유행을 타진 않지만 그렇지만 촌스럽지도 않은, 미묘한 세련됨을 잘 뽑아내는 데 인기의 비결이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적당히 부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체형의 단점을 잘 가려주는 스웨트셔츠, 사계절 활용 가능한 면 재킷 등은 두고두고 입기 좋다. 아르켓은 2020년까지 전체 제품의 76%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제작했고, 2030년까지 이를 100%까지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자주 손이 가는 피케셔츠도 재활용 면을 활용한 제품이 나왔다. 올봄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는 베스트셀러인 피케 폴로셔츠를 ‘루프폴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폐의류를 재활용한 면을 30% 섞어 제작했다고 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