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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10년째 남편에게 내 뒷말하는 시어머니, 어쩌면 좋죠?

등록 2021-05-14 05:00수정 2021-05-14 09:23

Q1 가족에게 야박하고 밖에선 잘하던 남편
평생 싫던 그 모습 내가 답습하고 있어
A1 남편 모습 자신에게 겹쳐 보여 혼란
감정 외면 말고 털어놓는 시간 갖자

Q2 남편에게 내 뒷말하는 시어머니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답답해
A2 허물없는 고부 관계 기대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힘을 싣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Q1. 결혼한 지 36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남편 혼자서 돈을 벌었고 저는 30년 넘게 3명의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았습니다. 주위 사람들 보기에 평범한 삶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늘 돈 얘기를 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돌이 지나기도 전에 남편은 저에게 “육아와 살림에만 전념하지 말고, 돈벌이하러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나 혼자 벌어서는 살기 힘들고, 내 사주팔자는 여자 덕에 놀고먹는 팔자라고 했다”며 저를 종용했습니다. 저는 어린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기 싫어 그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가 합세했습니다. 직장 생활하는 시누이의 아이를 키워주고 있던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돈을 벌러 나간다고 해도 내가 애를 봐줄 수가 없으니, 그냥 살림하고 애 키우면서 친정에서 돈을 가져오는 게 어떠냐.”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은 누구보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공기업에 다니며 지인들 경조사에 부조금도 넉넉히 하고, 법 없이도 사는 호인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정년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과외도, 학원도 필요 없다고 하고, 가끔 자장면이나 치킨을 시켜 먹는 것도 외식이라며 화를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다 크고 이제 두 사람만 남게 된 지금, 저는 남편과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잘 나오지도 않고 할 말도 없습니다. 그를 피하고만 싶어서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혼했다는 소리도 듣기 싫고 아비 없는 자식이란 말도 싫어서 참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나니 같이 있기 싫다며 밖으로만 나도는 저도, 스스로 이기적이고 나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순진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저도 남편처럼 이중적인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처지가 어려워 요양사로 일하는 동료들한테는 아이들 다 키우고 할 일이 없어 요양사 일을 한다며 밥도 잘 사고 그들의 경조사에 부조금도 넉넉히 내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진저리쳐지던 남편의 행동을 답습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가식적인 제 모습을 보면,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아서 혼란스럽습니다.가식적인 남편이 싫은 아내

A1. 고단했던 36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 남편과 둘만 남게 된 지금, 밖으로 도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젊은 날 밖으로만 돌던 남편의 모습과 지금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일 정도로 혼란스러운 마음이신 거죠. 그런데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내 마음에는 혼란도 느껴지지만, 혹시 다른 감정이 더 있지는 않나요? 내가 정말 필요로할 때는 따뜻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던 남편이었는데, 밖에서 돈을 벌어올 일이 없고 퇴직해서 온종일 집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에게는 어쩌면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분노라는 감정이 올라왔을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집에만 있어 보니 이제 내 심정을 알겠어?’라는 억울함도 올라왔을 것 같습니다.

은퇴 이후 부부의 삶은 한 차례 파도를 겪게 되고, 그것은 중∙노년 부부가 겪는 보편적인 상황입니다. 회사에서의 지위도, 정기적이었던 월급도 사라지고, 사회적인 관계도 많이 축소된 남편을 보면서 더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고 싶은 부인도 있겠지만, 이래저래 미뤄두었던 분노와 짜증의 감정이 올라오는 부인도 있겠지요. 매사에 인색했던 남편과 ‘돈 돈 돈’ 했던 시어머니에게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을 당신으로서는, 전자가 되기에는 어려웠겠지요. 집에 있으니 자꾸만 그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고, 그걸 느끼는 것이 괴로우니 일단 밖으로라도 나가서 이 모든 감정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릅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수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억울하고 분노도 느껴진다는 말을 남편에게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고, 내 감정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지인이나 전문가를 만나지도 못하셨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렇게 많지 않았겠지요. 하나 확실한 것은 이겁니다. 밖에 나가서 일하고 돈을 쓰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인 게 아닙니다. ‘이기적이다’, ‘가식적이다’ 라는 건 당신이 젊은 날의 남편을 묘사하던 표현일 뿐이지요. 남편을 원망하던 눈으로 나를 바라보니, 내 모습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을 뿐입니다. 일하고 남들에게 돈을 쓰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이 될 수는 없지요.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내가 일하고 돈 벌 수 있는 직장이 있으니까요. 일은 계속하시되, 쌓인 감정을 편안하게 털어놓고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상담센터를 찾아가시고, 전문가와의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서 답답했던 마음을 내려놓게 되길 바랍니다. 개인 상담과 부부 상담을 통해, 나 자신을 회복하고 직장 생활도 더 가뿐한 마음으로 하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Q2. 40대 기혼 여성입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여전히 서먹합니다. 시어머니는 신혼 때부터 저에게 불만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제게 직접 얘기하지 않으시고, 남편에게 제 얘기를 하십니다. 처음에는 며느리가 어려워할까 봐 그런가보다, 나를 배려하시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10년이 넘게 지속하다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뒷말인 거죠.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네 부인은 밥은 왜 그렇게 깨작깨작 먹니? 복 나가게.” 10년 넘게 보아온 제 식습관이 어머니 눈엔 여전히 마뜩잖은가 봅니다. 언젠가는 남편이 건강 문제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살을 10㎏ 넘게 뺀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주변 사람 “좋겠다” “건강해 보인다”고 했는데, 어머니만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아침은 잘 먹고 다니니? 혹시 와이프가 일하느라 밥 안 해줘서 살 빠진 것 아니니?”

처음에는 이런 말을 들은 남편이 제게 곧이곧대로 “엄마가 이런 말씀하시더라”며 전했습니다. 저희 둘 사이에는 별문제가 없는데, 어머니의 말이 싸움으로 번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남편도 이제는 이게 아니다 싶은지 더는 어머니 말씀을 제게 전하진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편한 이유는 제 귀에 안 들어올 뿐 어머니의 이런 뒷말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왜 어머니가 제 뒷말을 하는 걸 차단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어머니는 왜 자기 맘에 안 드는 제 모습을 남편에게 끊임없이 얘기하시는 걸까요? 늘 제 맘에 앙금처럼 고여 있다 보니 저도 어머니를 편히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의 이런 태도 또한 어머니 눈엣가시겠지요. 불편하지만 뭔가 개운하게 털어내긴 어려운 이 관계, 어떡하면 좋을까요? 시어머니의 뒷말이 불편한 여자

A2. 시어머니와의 서먹한 관계 때문에 고민이시군요. 아무리 편하게 대하신다고 해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관계는 딸과 어머니의 관계처럼 편해질 수는 없습니다. 딸과 어머니와의 관계도 때로는 쉽지 않고 마음을 상하기도 하는데,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편해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딸 같은 며느리’라는 표현도 많이 쓰지만, 정말 딸이 엄마에게 하는 모든 행동을 다 용인해줄 수 있을 만큼 편하고 친근한 관계라고 오해하면 곤란하죠. 며느리로서 기대되는 의무는 다 해내야 하지만, 살갑고 싹싹한 태도를 언제나 유지하는 것을 기대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서먹하다는 것이 답답하시겠지만, 먼저 이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기혼여성이, 결혼 기간과 상관없이 이러한 불편함을 느껴요. 우리 부모 세대의 경우 자식을 ‘나의 소유’라고 느끼는 경향이 더 강한 부분이 있고, 특히 아들에 대한 애착이 결혼 후에도 극진할 경우, 아들이 결혼하기를 바랐어도 며느리는 내 아들을 빼앗아간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죠. 밥 먹는 모습조차 맘에 안 드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에요.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를 보면, 밥 먹는 것뿐 아니라 숨 쉬는 것조차 보기 싫겠죠. 남편이라도 센스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스트레스는 온통 당신의 몫이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누가 나에 대해 뒷말을 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요. 그것이 시어머니든 아니든, 팩트는 ‘뒷말은 그 사람의 선택이고,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후배가 하는 뒷말도, 내 오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하는 뒷말도, 우리는 그것을 통제할 수 없어요. 이 글에 달리는 댓글을 제가 다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요. 남편이 어머니가 뒷말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남편의 선택일 뿐이지요. 당신이 컴플레인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듣지 않는 것 역시 그의 선택이에요. 우리가 조절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선택뿐, 타인이 어떻게 할지는 조절할 수 없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까지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그들의 선택으로 내버려 둡시다. 자기 삶을 뒷말에 쓰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시어머니를 편하고 허물없이 대하고 싶은 그 기대를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예의를 다하고, 도리를 다하고, 의무라고 이야기되는 것을 적절히 잘 안배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의무를 다하고 계실 텐데, 살갑고 친절하고 싹싹한 며느리까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것이 부부관계에도 훨씬 이로울 겁니다. 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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