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여경옥 셰프. 사진 임경빈(어나더원비주얼 실장)
중국냉면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이젠 사 먹는 맛은 얼추 알겠다. 집에서 만들면 어떤 맛이 날까?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 여경옥 셰프에게 도움을 청했다. ‘굳이 그걸 집에서까지 만들어 먹어야겠냐, 그저 사 먹는 것이 빠르지 않겠냐’ 잔소리를 하다가도 ‘그렇다면 최대한 손 많이 가지 않는 중국냉면 레시피를 알려주겠다’는 그야말로 천상 중식 대가였다. 여경옥 셰프에게 직접 배운 ‘간단 홈 중국냉면 레시피’를 정리했다.
일단 중국냉면은 육수가 중요하다. 차게 먹는 육수인 만큼 진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사실 중국냉면은 손이 아주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호텔 중식당에서야 닭을 하루 동안 푹 고아 육수를 내지만, 가정에서는 쉽지 않다. ‘편법’의 도움을 받아보자. 시판 닭 가슴살을 곱게 갈아 푹 끓인 뒤 불순물을 걷어내고 파, 생강을 넣어 5시간 정도 낮은 불에서 끓이는 것이 시작이다. 생강은 넉넉하게 넣어야 고기 잡내를 잡을 수 있으니 아끼지 말고 넣는 것이 좋다. 육수가 기본이고, 육수만 받쳐 주면 얼추 파는 중국냉면 느낌을 낼 수 있다. 소금과 식초, 설탕을 기호에 맞춰 넣고 육수의 진한 색을 위해 간장도 넣는다.
고명은 어떤 것을 올려도 좋다. 오향장육을 넣으면 좋지만, 굳이 가정에서라면 시판 족발 살코기 같은 것을 발라 넣어도 좋겠다. 새콤한 맛이 포인트니 절인 피클은 꼭 넣는 게 좋다. 삶은 달걀 정도만 잘라 넣어도 느낌이 날 테다. ‘오늘 좀 있어 보이게 먹겠다’ 싶은 날에는 전복, 랍스터를 고명을 써서 기분을 내도 좋겠다. 사실 요즘에는 마트에서 쉽게 자숙 새우나 랍스터를 구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곁들일 소스로는 땅콩버터와 겨자 정도가 있을 텐데, 땅콩버터는 그냥 시판 제품을 물에 개어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사시사철 중국냉면과 토스트를 먹는 가정이 아니라면 굳이 땅콩버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술안주로 먹다 남은 땅콩이나 캐슈너트 같은 견과류를 살짝 볶은 뒤 빻아 넣거나, 이 또한 귀찮다면 시판 땅콩 분태 가루를 사용해도 된다. 겨자 분말은 물에 개어놓고 30분가량 기다리면 발효돼서 쓴맛은 빠지고 매운맛만 남는다. 강한 맛을 원한다면 물3, 설탕1, 식초1, 소금0.5 비율로 섞은 뒤 겨자와 1대 1로 섞어 맛을 낸다.
집에 있는 면을 삶아 차게 식힌 육수를 부어 고명 얹어 먹으면 완성이다. 처음에는 소스를 풀지 말고 개운한 맛으로 먹다가 땅콩소스와 겨자를 넣어 색다른 맛을 느껴 보기를 권한다.
백문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