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네덜란드 레이던대 연구팀 “71% 경험…미세중력 영향 탓”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머무는 우주인들한테 ‘우주 두통’이 자주 나타난다는 조사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우주 두통의 증상이 흔히 알려진 우주 멀미와 뚜렷이 달라 별개의 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의학센터의 알라 페인 박사 연구팀은 최근 남자 16명과 여자 1명 등 모두 17명의 우주인들(28~58살)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71%인 12명이 우주 공간에 머물 때 두통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해 우주 두통이 우주 공간에서 생기는 일반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우주인들은 정밀 검진을 거쳐 최상의 건강 상태로 우주 비행에 나섰으며 지상에선 잦은 두통을 겪은 적이 없었다. 연구 논문은 국제 의학저널 <두통> 6월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우주인들이 겪은 두통 사례 21건 중 76%가 메스꺼움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 우주 멀미의 주요 증상과는 크게 달랐으며, 대부분 두통(77%)은 “터질 것 같은 느낌” “묵직한 느낌”이었다고 우주인들은 답했다. 두통은 발사 과정(9건)과 우주정거장 안 체류중(9건)에 주로 나타났으며, 우주정거장 밖 활동(1건)과 착륙 과정(2건)에도 나타났다. 증세는 29%가 약한 두통, 65%가 보통 두통, 6%가 심한 두통이었다. 연구팀은 “2건만이 편두통의 국제 기준에 해당됐고, 나머지는 긴장형 두통과 분류하기 힘든 두통들이었다”고 말했다.
우주 여행이 두통을 일으키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근본 원인은 생체 균형을 깨는 미세중력의 영향 탓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페인 박사는 “우주인들이 우주 공간에서 겪었던 신체의 불편을 밝히길 꺼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론 더 많이 우주 두통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우주 두통이 우주 공간에서 생기는 일반 현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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