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미 럿거스대 연구팀 “깊은 수면단계 ‘예파’ 가 장기 기억 형성”
오래 남는 장기 기억이 잠을 자는 동안에 어떻게 뇌에 형성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줄 만한 실험 결과가 미국·프랑스 연구팀에 의해 제시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짧은 연구논문에서, 미국 럿거스대학 등 연구팀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 뾰족한 모양의 파형이 물결처럼 되풀이되는 뇌파인 ‘예파’(SPW)가 장기 기억을 전달하고 저장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대뇌 신피질은 장기 기억이 형성되는 뇌 부위로 알려져 있다.
예파는 뇌에서 해마 부위의 활동이 활발해질 때 주로 나타나는 강한 파형으로, 깊은 잠에 빠지는 수면 단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연구팀은 럿거스대학이 낸 보도자료에서 예파를 통해 장기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소리의 전달에 비유해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큰 소리가 넓게 퍼져나가듯이, 그렇게 만들어진 강한 예파의 소리가 신피질에 전달돼 해마에 있던 기억이 신피질로 옮겨져 저장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에 해마에서 수만번씩 생기는 예파가 신피질을 ‘학습’시켜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런 추론의 근거로,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예파가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면 기억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는 쥐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공간 찾기 훈련을 받은 쥐의 뇌에다 잠자는 동안에 전기자극을 주어 예파가 생기지 않도록 했더니, 잠들기 전에 학습한 공간 찾기 능력을 잠에서 깬 뒤에 잘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에 뇌에서 생기는 어떤 정교한 활성 패턴을 없애면 기억 손실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사례”라고 말했다. 그동안 장기 기억의 형성에는 해마와 신피질의 공조 활성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여겨져 왔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