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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반찬가게 “건강을 버무려요”

등록 2010-03-29 19:37수정 2010-03-29 21:06

박미현 동네부엌 대표와 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장금’ ‘둘째 언니’(왼쪽부터)가 가게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미현 동네부엌 대표와 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장금’ ‘둘째 언니’(왼쪽부터)가 가게에서 활짝 웃고 있다.
[건강2.0]
생협·직거래로 재료 구입해 만든 ‘안전 먹거리’
성미산마을 ‘동네부엌’…회원 가입하면 배달도
일하랴 아이 돌보랴 집안일하랴. ‘워킹맘’의 삶은 고단하다. 워킹맘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하는 것은 ‘불량 먹거리’다. 화학조미료를 잔뜩 넣은 음식, 인스턴트 식품, 유전자변형식품, 생산지가 어딘지 모르는 음식들이 판을 치니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주부들의 갈증은 높아져만 간다. 그렇다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좋은 먹거리를 사서 직접 요리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믿고 반찬을 사 먹을 만한 곳이 없을까? 유기농 반찬가게가 해답이 될 수 있다.

공동육아, 공동체 마을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그곳엔 작고 아담한 말 그대로 ‘동네부엌’(http://www.organickitchen.co.kr/)이 있다. 10평 정도 되는 이 곳엔 총 20여종의 반찬과 아이들을 위한 간식거리, 작은 식탁이 준비돼 있다.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류, 멸치볶음 등 각종 밑반찬, 떡꼬치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핫도그, 피쉬버거같은 간식이 주메뉴다.

지난 25일 오후 동네부엌에 들어서니, 방과후 집에 돌아가던 아이들이 조리 책임자인 ‘대장금’ (별칭) 이모에게 떡꼬치를 건네받고 있었다. 대장금 이모는 아이들 이름도, 식성도 다 알고 있었다. 부모들은 미리 이곳에 돈을 적립해뒀고, 아이들은 밥과 반찬은 물론 간식을 먹고 싶을 때 와서 먹는다고 한다.

부모들이 동네부엌을 믿는 이유는, 이곳의 모든 식재료가 유기농이기 때문이다. 동네부엌은 주로 마포두레생협 등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간장, 된장, 고추장도 유기농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구입한다. 화학조미료나 향신료를 쓰지 않고, 조선간장만 사용한다. 대신 다시마, 새우 등을 갈거나 우려낸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 튀기거나 볶는 반찬보다는 조림과 무침 반찬이 많다. 볶거나 튀길 땐 식용유가 아닌 현미유를 사용한다. 계란은 유정란만 쓰고, 소금은 천일염을 볶아서 사용한다. 이 정도면 워킹맘에겐 본인을 대신해 가족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주는 든든한 도우미가 되어줄 수 있는 것.

워킹맘들은 퇴근할 때 이곳에 들러 필요한 만큼 반찬을 사가거나, 월 회원으로 가입해 반찬을 배달 받는다. 월 회원은 반찬 2가지를 1주일에 세번씩 받는데 비용은 9만원 정도다. 국까지 포함시키면 가격은 13만5천원으로 올라간다. 일반 반찬가게보다는 약 1.5배 비싸고 백화점보다는 싼 편이다.현재는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 일부 지역에 배달을 하고 있다. 전체 월 회원은 50명 정도다. 배달이 불가능한 강남·일산·안국동 등 곳곳에서 일부러 유기농 반찬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엔 가수 양희은씨도 멀리 일산에서 일부러 찾아왔다. 양씨는 “지방 출장이 많아 어머님 반찬을 챙겨드리지 못하는데 조미료 들어가지 않은 반찬가게를 찾다 알게 돼 들렀다”고 말했다.

유기농 반찬가게 “건강을 버무려요”
유기농 반찬가게 “건강을 버무려요”

  이곳은 지난 2002년 8명의 맞벌이 주부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갈증으로 뜻을 모아 시작했다. 8명이 공동출자 형식으로 자본금을 마련했고, 동네에서 고정 회원이 되겠다는 50가구를 확보해 운영을 시작했다. 전문 영양사 출신이자 창립 멤버인 박미현(46)씨에게 식단을 짜게 하고 대표직을 맡겼다. 박 대표는 “식재료값이 비싸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은 동네라서 그런지 8년 동안 유지돼 왔다”고 말했다. 조미료를 쓰지 않다 보니 처음엔 ‘심심하다’ ‘맛이 없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식재료 고유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줬고, 꾸준하게 회원이 늘고 있다. 맛을 보니 깔끔하고 담백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닭날개조림이나 감자 조림도 짜지 않아 좋았다.

유기농 반찬 가게의 최대 약점은 가격이다.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창립멤버 출자자들에게 한번도 배당금을 주지 못했다. 가게 월세와 직원 4명의 월급을 겨우 줄 정도다. 박 대표는 “영리 목적이라면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하겠다고 둘러보고 갔지만 유기농 반찬가게가 늘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네부엌과 같은 가게는 하나씩 하나씩 생기고 있다. 일산 행신동에 있는 ‘자연에 찬’(www.naural-chan.com)도 그런 곳이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을 둔 부모 4명이 동네부엌을 벤치마킹해 2008년부터 시작했다. 이 곳은 동네부엌과 달리 매일 9가지 반찬을 만들며 배달이 원칙이다. 인터넷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해 지방까지 택배로 부쳐준다. 윤혜숙 팀장은 “수익은 크지 않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며 “주로 교사나 맞벌이 부부, 임산부, 아토피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1층에서 유기농 반찬가게 ‘맘마‘가 지난 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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