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감독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단일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팀의 한국시리즈 첫 진출…. 모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10일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며 일군 업적이다.
올 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9월 초만 해도 두산은 리그 8위에 불과했다. 9월 중순부터 무서운 기세로 4위에 오르며 가을야구에 합류했지만, 올 시즌 14승(5패)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가 포스트시즌 직전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덮쳤다.
투수 싸움이 중요한 포스트시즌. 4위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 위해선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모두 돌파해야 했다.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지만, 김태형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태연하게 투수 부족 문제를 인정했다. 기자들이 미란다의 상태에 관해 물어도, 크게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대신 그는 매 경기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등판한 투수에겐 깊은 신뢰를 줬지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과감하게 교체했다. 선발 투수의 구위가 좋지 않으면,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태도로 불펜진을 빠르게 가동했다. 포스트시즌 경기 운용에 도가 튼 김 감독의 현란한 투수 운용 앞에 가을야구 ‘초보’인 홍원기(키움 히어로즈), 류지현(LG 트윈스), 허삼영(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줄줄이 무너졌다.
2021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두산의 11-3 승리로 끝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기쁘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첫 한국시리즈 7연속 진출이라는 업적 뒤에도 그는 담담했다. 역대 기록을 보면,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2011∼2015년)이 5회 연속 진출했다. 김응용 당시 해태 타이거즈 감독(1986∼1989년), 김성근 당시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2007∼2010년)도 연속 4회 진출이 최대였다. 단일팀 연속 진출은 에스케이(2007∼2012년)와 삼성(2010∼2015년)의 6회가 종전 최고 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대해 “선수들이 나쁜 상황에서도 잘해왔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 보다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우승해야죠”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확실히 가을 두산은 뭔가 다르다. 특히 김태형 감독의 역대 포스트시즌 승률은 64.3%(36승22패).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김응용 감독이 기록한 승률 63.2%(55승5무32패)를 올해 뛰어넘었다. 이쯤 되면 ‘미라클 두산’이 아닌 ‘미라클 김태형’이라 부를 만하다.
두산은 올가을 어디까지 질주할까. 두산과 리그 1위 케이티(KT) 위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14일 오후 2시 중립 지역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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