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마르틴 무지크(가운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중국전에서 9회초 역전 3점포를 때려낸 뒤 팀 동료와 함께 축하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참가한 체코 대표팀은 조금 특별하다. 그들은 다른 직업을 갖고 있고, 야구는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낮에는 본업을 하고, 밤에 훈련하며 주말에 짬을 내 아마추어리그에 참가하는 식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야구 광신도”라고도 칭한다.
체코는 WBC 예선을 거쳐 이번에 처음 본선에 참가했는데 이들은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내고 도쿄를 찾았다. 그런 그들이 본선 데뷔 첫 경기에서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그들은 도쿄돔 그라운드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서 껑충껑충 뛰면서 좋아했다.
체코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중국전에서 8-5, 승리를 거뒀다. 6회까지 4-1로 앞서다가 7회말 4-5로 역전을 당했는데, 9회초 1사 2, 3루에서 마르틴 무지크가 KBO리그 케이티(kt) 위즈 소속의 불펜 투수 주권을 상대로 역전 3점포를 터뜨리면서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이날 선발 포수로 출전한 4번 타자 마르틴 체르벤카(4타수 무안타)는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지만 현재는 체코에서 영업사원을 하는 선수다. 그는 〈엠엘비닷컴〉과 인터뷰에서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한다”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오후 8시 또는 8시30분에 훈련을 시작해 오후 10시30분 또는 11시까지 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8번 지명타자 페트로 지마(4타수 1안타)는 애널리스트, 구원 등판한 마르틴 슈나이더(1⅔이닝 1피안타 1실점)는 소방관이다. 슈나이더는 24시간 소방 근무를 한 뒤 48시간 쉬는 동안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뛴다. 전세계 야구 축제 참가가 신날 수밖에 없다.
체코는 중국과 함께 B조에서 약체로 지목된다. 조별리그 4위까지는 2026 WBC 본선 출전권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각 조 꼴찌는 이번에 체코처럼 예선을 따로 거쳐야만 한다. 체코의 중국전 승리가 의미 있던 이유다. 중국전 결승 홈런을 친 무지크는 대회 개막 전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적어도 한 경기를 이기는 것”이라면서 “다음 WBC 대회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승이 간절했고, 그래서 본선 첫 경기에서 보란 듯이 1승을 따낸 체코였다.
도쿄/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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