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이 지난 27일 에스케이와의 경기에서 1회 내야 땅볼로 1루에서 아웃되었다. 사진 방송 화면 갈무리
프로야구 ‘합의판정’ 도입 이후
22일 도입…11번 중 5번 판정번복
심판들 “환영” 감독들 “부담 늘어”
TV 중계화면 의존방식 보완 필요
‘판정뒤 30초내 신청’도 바뀌어야
22일 도입…11번 중 5번 판정번복
심판들 “환영” 감독들 “부담 늘어”
TV 중계화면 의존방식 보완 필요
‘판정뒤 30초내 신청’도 바뀌어야
프로야구 그라운드가 한결 평화로워졌다. 심판을 상대로 거친 말다툼을 벌이거나 헬멧을 집어던지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정규리그 후반기 돌입과 함께 지난 22일 도입된 심판 합의판정(비디오 판독) 제도가 빠르게 정착된 효과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도를 시행한 지 9일째인 30일까지 11차례 심판 합의판정이 진행됐고 이 가운데 5차례 판정 번복이 이뤄졌다. 국내 프로야구 첫 합의판정이 진행된 24일 엔씨(NC) 나성범이 한화를 상대로 터뜨린 2점 홈런이 파울 처리된 것을 비롯해 5차례 판정 번복 가운데 4차례가 득·실점과 관계됐다. 과거 같으면 모두 ‘오심’으로 남을 판정들이 바로잡힌 셈이다. 25일 포항구장 삼성-엔씨 경기에서는 양팀이 나란히 판정 번복으로 아웃됐던 주자를 살려낸 뒤 득점으로 연결한 일도 있었다. 전반기까지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지 않았던 세이프-아웃 판정 확인 요청이 8차례였고, 이 가운데 4차례 아웃이 세이프로 바뀌었다.
케이비오는 전반기에 연일 오심 논란이 이어진데다,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가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뺀 대부분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 효과를 거두자 서둘러 이 제도를 도입했다. 홈런-파울, 접전 상황 아웃-세이프, 야수 포구 아웃 등 크게 5가지 판정에 대해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하면, 심판들이 모여 텔레비전 중계 화면을 돌려본 뒤 재합의된 판정을 내놓는다. 구단별로는 한화·삼성·엔씨·넥센 등이 판정 번복의 혜택을 받았고, 두산과 엘지(LG)는 각각 세차례, 두차례 시도를 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롯데·에스케이(SK)·기아 등 세 팀은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합의판정 제도가 경기의 ‘키 플레이어’ 구실을 하기도 한다. 양상문 엘지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에 쓰면 승기를 잡을 수 있지만 잘못 썼다가 팀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동열 기아 감독이나 김시진 롯데 감독처럼 “심판들이 자유로워진 대신 감독의 부담은 커졌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판정 불신으로 마음고생을 한 심판진 쪽에서는 비교적 환영하는 분위기다. 도상훈 케이비오 심판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심 논란으로 심판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었는데, 합의판정 제도의 효과를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제도 시행에 오류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방식을 급히 따라하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다. 케이비오가 경기를 판독하기 위한 자체 영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텔레비전 중계 화면을 되돌려보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야구 진행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중계진에서 리플레이 영상을 내보내지 않으면 합의판정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첫 판정 뒤 30초 안에 합의판정을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도 감독들이 방송사 화면을 확인하기에 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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