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포수가 마무리한 다저스, 포수가 2이닝 던진 애리조나

애리조나 백업포수 머리 2이닝 7실점
다저스 마틴은 삼자범퇴로 마무리

원래 포지션이 포수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러셀 마틴(오른쪽)이 31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마무리 투수로 나서 삼자범퇴로 경기를 끝낸 뒤 포수 오스틴 반스와 악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두 팀 포수가 나란히 마운드에 오르는 진기한 장면이 나왔다.

31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에서 경기 후반 두 팀 모두 포수를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 팀은 전날 연장 13회, 6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인 끝에 애리조나가 이겼는데, 이날 애리조나는 6회까지 3-11로 크게 뒤지자 경기를 포기한 듯 7회말 수비에서 백업 포수 존 라이언 머피를 투수로 기용했다. 머피는 100㎞ 안팎의 느린 공으로 2안타와 볼넷 1개를 내주고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 없이 넘겼다. 애리조나는 8회초 2점을 만회해 5-11로 추격했으나 8회말에도 머피를 계속 던지게 했다. 그러나 머피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안타와 볼넷 2개로 7실점, 5-18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다저스는 확실하게 앞서자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포수 러셀 마틴을 마운드에올렸다. 애리조나의 머피보다 훨씬 빠른 최고시속 83.7마일(약 135㎞)의 공을 던진 그는 공 10개 만으로 세 타자를 돌려세우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이 앞선 상황에서 야수가 9회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것은 196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윌리 스미스 이후 56년 만이다. 마틴은 경기를 마친 뒤 생각 없이 2루로 걸어가다가 1루수 데이빗 프리즈가 “포수와 먼저 악수하라”고 조언하자 뒤늦게 돌아서 마스크를 쓴 동료 포수 오스틴 반스와 멋쩍게 손을 잡았다. 그는 “투수로 나선 게 한 20년은 된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김동훈 기자 [e-mail]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백업 포수 존 라이언 머피가 31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3-11로 크게 뒤진 7회말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