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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와이드] 칼날 벼린 오타니…‘이도류의 꿈’은 완성될까

등록 2021-03-18 08:59수정 2021-03-18 09:04

데뷔 첫해 ‘루스의 재림’ 불렸지만
부상·부진한 성적으로 겸업 실패

구단 지지 힘입어 몸 만들기 주력
시범경기서 ‘부활’ 자신감 드러내
엘에이(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9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엘에이(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9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2018년 오타니 쇼헤이(26·LA 에인절스)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타석에서 22홈런을 때려내고(367타석) 마운드에서 10경기 선발로 나와 4승2패 평균자책점 3.31(51.2이닝)을 기록했다. 한 시즌에 50이닝 이상 던진 선수가 15홈런 이상 날린 건 99년 전에 있었다. 1919년 베이브 루스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루스와 비교되는 건 대단한 영광이다. ‘루스의 재림’이라고 불렸던 오타니는 그 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한 손에는 야구공, 한 손에는 방망이를 든 오타니는 신비한 존재였다. 선수들도 오타니를 특별하게 여겼다. 구속 100마일(161km) 공을 던지고, 100마일 타구를 만들어내는 선수는 지금껏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다음 획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8시즌 후 토미존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이듬해 타자로만 뛰었다. 재활을 마친 지난해 다시 투수로 돌아왔지만, 선발 두 경기에서 극심한 난조(1⅔이닝 7실점)를 보였다. 상대한 16타자 중 8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팔꿈치 부상 재발로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 두 시즌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명백한 실패였다.

엘에이(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서 투수로 공을 던지고 있다. 애리조나/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엘에이(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서 투수로 공을 던지고 있다. 애리조나/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심지어 오타니는 지난해 타석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타율 0.190, OPS 0.657에 그쳤다. 오타니를 향한 여론이 차갑게 돌아섰다.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실 오타니는 2018시즌에도 투수로서 내구성은 불합격이었다. 당시 6월7일 등판 이후 약 3개월을 쉬었다. 토미존 수술에서 복귀한 뒤 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불길한 징조다. 오타니는 다른 선수들보다 피로도가 높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그만큼 크다. 지난해 60경기 단축 시즌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속팀 엘에이 에인절스도 고민이 심각하다. 현재 에인절스는 오타니 맞춤형 팀이다. 오타니를 위해 6인 선발진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명타자 자리를 오타니에게 내주고 있다. 선수 한 명이 투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선발 투수를 보강해야 하지만, 오타니를 고려하면 영입이 제한된다. 지명타자 활용도 비효율적이다. 이에 오타니가 흔들리면 에인절스의 피해도 배가될 수밖에 없다. 팀 연봉이 높은 에인절스(2021시즌 팀 연봉 약 1억7000만 달러·전체 6위)는 당장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이다. 그런데 지난해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5년 연속 5할 승률 실패는 1977년 이후 처음이다. 오타니가 꿈을 이루기까지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

엘에이(LA) 에인절스의 쇼헤이 오타니(오른쪽)가 1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회 알버트 푸홀스의 2루타 때 홈으로 파고 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포수는 커트 카살리. 애리조나/AP 연합뉴스
엘에이(LA) 에인절스의 쇼헤이 오타니(오른쪽)가 1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회 알버트 푸홀스의 2루타 때 홈으로 파고 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포수는 커트 카살리. 애리조나/AP 연합뉴스

일단 에인절스는 올해도 오타니에게 투타 겸업을 맡길 예정이다. 오타니가 투타 겸업에 미련을 보였고, 에인절스 역시 오타니의 의견을 지지했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에게 2년 850만 달러 계약을 안겨주면서 오타니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부상만 없다면 여전히 투타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오타니는 시즌 준비를 착실하게 했다. 식단 조절을 통해 더 다부진 체격을 선보였다. 투타 모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드라이브라인〉을 방문해 피칭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타석에서는 무릎 수술 후 왼 다리를 드는 나쁜 습관을 바로 잡았다. 반드시 투타 겸업을 해내겠다는 의지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는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타석에서 대형 홈런을 쏘아 올리더니, 마운드에서는 100마일 구속을 회복했다. 비록 두 번째 등판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2⅓이닝 5실점에 그쳤지만,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비롯해 스플리터와 커브, 슬라이더 구위는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건강에 자신감을 드러낸 점이 고무적이다.

어쩌면 올해는 오타니의 마지막 투타 겸업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또 부상으로 쓰러지면 팀 방침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희귀한 재능이라고 해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투타 겸업이 단순 흥밋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올해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오타니에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이창섭 MLB 전문가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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