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가 5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 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KPGA 제공
새벽부터 쏟아진 비도, 변화무쌍한 바람도 김비오(32)의 샷을 방해하지 못했다. 그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78.57%였고, 그린 적중률은 100%였다. 평균 퍼트수는 1.56개에 불과했다. 날씨가 맑았던 때보다 더 안정적인 샷 감으로 경기 중반부터는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경쟁자들을 멀찍이 밀어냈다.
김비오는 5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낚아내며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2위 강윤석(12언더파 272타)과는 무려 7타 차이가 나는 여유로운 우승이었다. 코리안투어 통산 8승째. 지난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우승으로 제일 먼저 다승왕 고지에 올랐다. 올해 투어 3경기 참가에서 2승을 챙긴 김비오는 경기 뒤 “제주도로 응원 온 가족들과 집에 돌아가서 2승을 하면 마시려던 포도주를 따야겠다”며 웃었다.
김비오가 5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뒤 가족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KPGA 제공
김비오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억6000만원을 보태면서 시즌 상금 순위 1위(5억6000만원)도 굳건히 지켰다. 그는 2012년에도 매경오픈에 이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는데, 당시 상금 1위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어게인(AGAIN) 2012’를 외치며 10년 만의 상금왕 등극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김비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리더보드를 안 보다가 막판에 봤다. 궂은 날씨에도 집중력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김비오가 올해 목표로 삼은 승수는 국내 3승, 국외 2승, 그리고 세계 랭킹 100위권 내 진입이다. 김비오는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씩 가다 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강윤석(36)은 2012년 코리안투어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전 최고 성적은 공동 13위(2022년 우리금융 챔피언십)였다. 그는 통산 상금이 1억6210만원에 불과했으나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상금 1억3000만원을 받았다. ‘무명탈출’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1년을 쉬었다가 투어로 돌아온 맹동섭(35)은 2경기 출전만의 공동 3위(11언더파 273타)에 오르면서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알렸다. 최경주(52)는 이날만 6타를 줄이면서 10언더파 274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경주는 “후배들과 나흘 동안 경기해서 행복했다”라고 했다.
한편,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오픈(총상금 8억원)에서는 성유진(22)이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73차례 대회 참가 만에 이룬 성과다.
서귀포/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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