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신한금융그룹)
올 데뷔 PGA투어 마친 김경태-배상문
김 “현지 분위기 적응 잘 못해
내년 일본투어에 더 많이 출전”
배 “너무 우승 매달려 헝클어져
톱클래스? 5년만 시간 주세요”
김 “현지 분위기 적응 잘 못해
내년 일본투어에 더 많이 출전”
배 “너무 우승 매달려 헝클어져
톱클래스? 5년만 시간 주세요”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 강호들이 득실거리는 무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26살 동갑내기 두 사나이가 올해 뛰어들었다. 배상문(캘러웨이골프·사진 오른쪽)과 김경태(신한금융그룹·왼쪽). 서로 경쟁하면서도 격려하며 ‘포스트 최경주-양용은’을 꿈꾸는 대표 주자들이다.
둘에게 미국은 험난한 무대였다. 지난해 퀄리파잉(Q) 스쿨을 통과해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배상문. 출발은 좋았다. 데뷔전인 지난 1월 소니오픈 공동 29위. 첫 무대치고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이후 우승에 근접하는 듯했으나 번번이 뒷심 부족으로 밀려났다. 하반기엔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즌 상금랭킹 83위(116만5952달러).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어 내년 출전권을 확보한 것이 다행이었다.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 출신 김경태도 일본과 미국에서 ‘양다리’를 걸치며 비회원 자격으로 미국에서 분투했다. 그러나 11개 피지에이 투어에서 공동 24위(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가 최고 성적이었다. 시즌 상금 5만4215달러. 올해 퀄리파잉 스쿨에서 탈락해 내년 시즌엔 미국에서 뛸 수도 없다. 9월 일본 투어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올해 첫승을 일궈낸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저물어가는 2012년. 좌절과 아픔을 맛본 둘은 2013 시즌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 배상문 “‘홈시크’는 없다” “미국이란 큰 땅덩어리 처음 갔는데 정말 외로웠어요. 홈시크(향수병) 때문인 것 같아요.” 배상문은 19일 올 시즌 부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승 조급증 때문에 헝클어졌다고 했다.
“초반엔 잘나갔는데, 기대가 자꾸 올라갔어요. 20위, 30위를 해도 만족하지 못한 거예요. 30위 해도 대단한 것인데 불만족하고 화를 냈어요. 저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그러니….” 그러고는 “너무 우승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데뷔 첫 우승보다는 시즌 상금랭킹, 페덱스컵 랭킹 등을 목표로 해야 했는데…”라며 되돌아봤다. 캐디와의 궁합도 문제가 됐다. “좋은 캐디를 만나기 힘들었어요. 3번이나 바꿨습니다.” 스윙 코치가 없는 것도 그에겐 독이 됐다.
내년 시즌 목표는 뭘까? “올 하반기 슬럼프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빠져나왔고 마음이 안정됐어요. (지난해) 일본에서 제가 하던 대로 꾸준히 제 색깔대로 칠 겁니다. 그러면 우승도 따라올 것 같아요.”
중장기 목표는 5년 기한으로 잡았다. “피지에이 투어에 너무 잘하는 선수들 많아요. 유럽 선수들도 잘 치고. 5년만 저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톱클래스에 반드시 들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병역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군대에 가야 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고. 2016년 올림픽 금메달을 딸 겁니다.”
■ 김경태 “일본 무대에서 다시 출발” “작년보다 경기 내용이 좋아졌어요. 드라이버샷 비거리도 280~290야드로 향상되고 방향성도 좋아지고…. 그런데 올해는 퍼팅이 계속 애를 먹였어요. 스트로크엔 문제가 없는데….” 김경태는 시즌을 돌아보며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도 배상문처럼 미국 무대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코스도 코스이지만, 현지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언어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그쪽 선수들 덩치도 크잖아요. 그런 것 이겨내야 하는데…. 미국 가면 편하지 않아요. 코스는 해볼 만하고, 메이저 대회가 아닌 일반 대회에서는 샷 비거리도 뒤떨어지지 않는데. 그런 것만 극복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의 샷은 사실 흠잡을 데 없다. 배상문도 “경태 골프 너무 좋다. 빈틈없이 잘 친다”고 극찬할 정도다. 그러나 퀄리파잉 스쿨에서 떨어져 내년 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현재로선 아무 생각이 없어요.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청대회가 줄어들고 있어, 일단 일본 투어에 더 많이 출전할 것 같아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배상문(캘러웨이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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