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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붉은 악마의 구호가 골프장에서도 울려펴지게 해야”

등록 2013-10-17 16:43수정 2013-10-17 20:41

최경주(44·SK텔레콤) 선수
최경주(44·SK텔레콤) 선수
최경주 선수 단독 인터뷰
“한국적인 골프 응원 문화 필요…갤러리는 또 다른 선수”
2015년 ‘골프 올림픽’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 단장 유력
철저히 혼자인 외로움과 광활한 대지에 던져진 두려움이었다.

날카로운 매의 눈을 하고, 야생의 곰처럼 강한 체력을 갖고 있는 그였지만, 매일 매일이 외로움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정말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어요. 물어볼 사람도 없고, 영어도 못했고… ”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프로골프 무대를 밟아 정상을 호령했던 최경주(44·SK텔레콤)가 지난 14년간 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아니었고, 영어를 못해 무시 당했을 때도 아니었다. 단신으로 차를 몰고 경기장을 찾아가야 했던 미국 데뷔 첫 해, 최경주는 외로움과 두려움과 싸우며 미국 골프 무대에 ‘코리안’의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지난주 자신의 이름으로 된 ‘최경주-CJ 인비테이셔널’ 대회의 호스트로서 3년째 대회를 치른 최경주는 16일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한겨레>와 만나 자신의 최대 관심사는 2년 뒤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대회라고 말했다.

“아직 한국인들에겐 생소하지만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골프의 월드컵이자 올림픽입니다. 전세계 230여개국에서 생방송으로 이 대회를 봅니다. 스트로크가 아닌 매치플레이이기 때문에 박진감과 스릴이 넘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세계에 던져지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최경주는 2015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개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세계연합팀의 단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대륙 연합팀간의 대륙 대항전이다. 미국팀과 유럽팀간의 맞대결인 라이더컵과 엇갈리게 2년마다 격년제로 열린다. 최경주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프레지던츠컵에 3차례 출전했다. 그런 최경주이기에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프레지던츠컵 주최국으로서 성숙한 갤러리 문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3년간 최경주-CJ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담배 연기가 없고, 핸드폰 소음이 없는 대회로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올바른 골프 응원 문화가 필요합니다.”

최경주는 축구에서 붉은 악마가 외치는 ‘대~한민국, 짝~ 짝 짝 짝’ 같은 구호와 응원가가 골프장에서도 울려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세계에서 온 수만명의 갤러리가 함께 움직이는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같은 세계적인 골프스타가 펼치는 환상적인 플레이와 매 홀 결정나는 승부 탓에 골프장에는 쉼없이 환호와 탄성이 울려퍼지기 마련이다. 최경주는 이런 기회에 멋진 응원가와 구호를 만들어 한국 골프 응원 문화를 세계에 자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질서와 기다림의 대회입니다. 그 어떤 경기보다도 선수가 플레이를 하는 순간 정숙이 요구되고 움직임이 없어야 하는 골프이기에 갤러리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또다른 선수인 셈입니다.”

프레지던츠컵은 지금까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등 3개국에서만 열렸다. 한국대회는 특히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고,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철 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에 열리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주는 유난히 ‘태극기’에 집착한다. 그의 골프백엔 선명한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미국무대 데뷔 초기부터 그는 태극기를 자신의 이미지보다 앞세웠다. 그는 다른 골프스타처럼 아마추어 시절에 국가대표를 하지 못했다. 어릴 때 꿈이었던 역도 국가대표도 되지 못했다. 완도 섬 소년으로 크다가 완도수산고 1학년 때 역도부 절반을 새로 생긴 골프부에 강제로 배정하면서 철저히 ‘타의’로 시작한 골프였지만 이제 최경주는 한국 골프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불우한 청소년과 골프 꿈나무를 위해 최경주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빈잔’과 ‘계단’ 그리고 ‘잡초’가 저의 좌우명입니다. 빈잔처럼 항상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낮춥니다. 어려움이 오거나 즐거움이 오거나 한결 같이 한 계단 한 계단 걸어 갑니다. 그리고 그 어떤 모진 바람에도 살아나는 잡초처럼 강한 의지를 유지합니다.”

최근의 부진에 대해서는 “우승 트로피는 결코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하면 저절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최경주는 “앞으로 2년간 좋은 성적을 내서 ‘자력’으로 프레지던츠컵에 참가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영종도/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국 골프의 ‘레전드’ 최경주 [한겨레캐스트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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