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 골프장 블랙스톤 코스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4라운드 1번홀에서 버디퍼트에 성공한 뒤 인사하고 있다. 하이커우 /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유럽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페테르센에 5타차 완승
태몽이 특이했다. 엄청나게 큰 구렁이가 치마폭에 들어왔다. 징그러웠지만 자세히 보니 구렁이 몸통에 아름다운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꽃무늬를 새긴 구렁이 태몽을 꾼 김성자(52)씨가 낳은 딸이 바로 박인비(26·케이비금융그룹)다. 할아버지는 예쁜 손녀에게 왕비의 비(妃)자를 넣어 작명했다.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손녀는 지난해 ‘여왕’이 됐다. 그리고 또 한번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가 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7808야드)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미션힐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컴퓨터 샷과 퍼팅으로 8개의 버디와 2개의 보기를 기록해 최종합계 24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맞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세계 2위)을 5타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박인비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개 대회를 포함해 세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페테르센에게 2타 차로 역전 패배한 것을 설욕하며 세계 정상임을 과시했다. 박인비는 올해 페테르센과 함께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두번 앞섰고 한번 비겼다.
비바람 부는 날씨 속에서 벌어진 이날 18언더파로 4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와 페테르센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경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박인비가 첫 홀에서 그림 같은 버디로 기선을 잡았고, 2번홀에서도 버디를 하며 격차를 벌렸다. 3타 차까지 앞서 나간 박인비는 9번홀(파4) 보기로 페테르센과 2타 차로 좁혀졌다. 10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페테르센과 1타의 접전이 됐다. 그러나 11번홀(파3) 그린 가장자리에서 홀까지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더니 12번홀(파5)에서는 두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올려 2퍼트로 마무리하며 버디를 잡아 3타 차로 달아났다.
박인비는 15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 1m에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고, 페테르센의 2.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격차는 4타로 벌어졌다.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박인비는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과 짝을 이룬 단체전에서도 합계 544타를 쳐 중국(572타)을 제치고 우승했다. 유소연은 개인전 16언더파로 3위.
박인비는 “지난해 역전패를 깨끗하게 설욕해서 기쁘다. 이 기세로 미국프로골프 무대에서 우승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이커우(중국)/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박인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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