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마이어클래식 박인비와 연장전 끝 ‘LPGA 첫 승’
“정말 재밌었지만 긴장감이 100% 였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 스스로 “한국에서 골프를 치는 모든 여자 선수들한테 영웅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연장전(플레이오프)에서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꿈에 그리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최종 라운드 결승 무대였다. ‘루키’ 이미림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4라운드 막바지인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박인비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에 돌입했다. 1차 연장에서 박인비의 두 번째 샷이 홀컵을 맞고 튕겨나가자, 이미림은 2차 연장에서 곧바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미림은 벙커에서 맞은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컵 1m 앞쪽으로 공략했고, 이어진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짜릿한 역전극을 마무리했다.
11일(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블라이스필드 골프장(파71·641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마이어 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 최종 라운드. 이미림은 2차 연장(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 끝에 엘피지에이 투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숨막히는 연장 접전 속에서 ‘강심장’ 박인비를 상대로 ‘루키’ 이미림이 만들어낸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이미림은 경기 뒤 “(박인비)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평소 경기 모습을 많이 봤다. 승부처에서 박인비의 샷을 보고 더 떨렸지만, 내 샷에 집중하려고 했고 즐겁게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2010년 프로에 데뷔한 이미림은 국내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확인하자 곧바로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해 12월 엘피지에이 투어 진입 관문인 ‘지옥의 큐(Q·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다. 마이어 클래식 이전까지 출전한 13개 대회에서 한 차례만 ‘톱 10’(JTBC 클래식·2위)에 들었고, 컷오프는 4차례나 당했다. 14개 대회 출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미림은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추가하며 누적상금(41만4135달러)도 단숨에 8위로 끌어올렸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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