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26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마그나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고진영은 ‘72홀 노보기’ 플레이로 정상에 오르며 시즌 4승(통산 6승)을 거뒀다. 오로라(캐나다)/AP 연합뉴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은 26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마그나 골프클럽(파72·6709야드)에서 막을 내린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총상금 225만달러) 대회 기간 내내 태극기가 그려진 스코어북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수첩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있어도 흰 바탕에 그려진 태극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진영쪽 관계자는 “이번 주 데이비드 브루커 캐디가 고진영에게 선물한 것”이라며 “애국심으로 태극기가 잘 보이도록 바지에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스코어북이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일까? 고진영은 나흘 동안 72홀을 돌며 보기 없는 완벽한 우승을 일궜다. 1라운드 버디 6개, 2라운드 버디 5개, 3라운드 버디 7개를 이어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쓸어 담아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승과 함께 통산 6승을 달성했다. 단독 2위 니콜 라르센(덴마크·21언더파 267타)을 5타 차로 여유있게 제친 여유있는 우승이었다. 엘피지에이 투어에서 시즌 4승을 이룬 선수는 2016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이후 고진영이 3년 만이다.
72홀 노보기 우승은 2015년 박인비(31)가 에이치에스비시(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달성한 이후 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고진영은 “어젯밤 친구가 연속 노 보기가 진행 중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4라운드에서도 보기 없는 라운드를 만들자’고 마음먹었고, 이뤄냈다. (세컨드 샷이 카트도로 쪽으로 빠진) 9번 홀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파로 막아냈다”고 기뻐했다.
이번 우승으로 고진영은 올 시즌 엘피지에이 투어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 1위 자리를 굳혔다. 3라운드까지 고진영과 공동 선두를 달렸던 라르센은 생애 첫 엘피지에이 투어 우승을 노렸지만, 10번 홀(파4) 보기 이후 고진영과 격차를 줄이지 못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캐나다의 골프 스타인 ‘디펜딩 챔피언’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역대 3번째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2연패를 노렸지만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리젯 살라스(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헨더슨은 “우리는(나와 고진영은) 서로를 많이 존중했다. 내가 우승하지 못했지만 고진영이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2017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박성현(26)은 4~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는 등 마지막 날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허미정(30)과 함께 공동 20위를 차지했다. 신인왕 후보 이정은(23)은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31위에 자리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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