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KLPGA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가 치러진 가운데 강한 바람으로 한라산을 배경으로 12번 홀 깃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KLPGA 제공
구름 한 점 없는 햇볕 따스한 봄 날씨. 낮 최고 기온은 20도까지 올랐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제주 바람(순간 풍속 7~8m/초)이 심술궂었다. 타수 줄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한 선수만 웃을 수 있던 대회.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파72·6370야드) 코스에서 11일까지 열린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7억원)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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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개막전 케이엘피지에이 투어 또한 여느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 애초 31개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17개 대회가 취소됐다. 그나마 중간에 4개 대회가 신설돼 총 18개 대회가 열렸다. 갤러리 입장은 단 한 차례도 허용되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는 다시 정상 궤도로 왔다. 31개 대회 개최 예정에 총상금이 28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 방역 지침은 철저히 따르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 도중 바나나, 초콜릿 등을 섭취할 수가 없다. 중간 휴게실 등 실내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4~5 시간을 잔디 위에서 물만 마셔야 하는 강행군이다. 때문에 대회 기간 바람으로 경기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배가 고프다”고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투어 관계자는 “작년에는 간단한 음식 섭취가 가능했는데 올해부터 안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다.
■ 국내 훈련의 성과는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선수들은 추운 국내에서 겨울 훈련을 했다. 예년처럼 동남아 등으로 국외 전지훈련을 나갈 경우 돌아왔을 때 2주간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 선수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부족한 면을 채워갔다. 2라운드 한때 선두로 나섰던 이다연(24)은 “국내가 추워서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한 마음이지만 체력적으로는 나아져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역 최다승 장하나(29)는 “고교생 이후 12년 만에 처음 겨울 훈련을 국내에서 했는데 초반에는 추위로 훈련이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추위 덕에 오히려 훈련이 더 잘 됐다. 체력 훈련과 유연성 향상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국내 겨울훈련이 처음이었다”는 이소미(22)는 “제주도에서 훈련할 때 눈이 많이 와서 실내에서 연습하다 보니 퍼트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터라 올해 케이엘피지에이는 국내파들의 대결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외파 선수들의 입국이 격리 탓에 쉽지 않기 때문. 최혜진(22)이 사상 첫 대상 4연패에 도전하는데 개막전에서는 4오버파 292타,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이소미가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파72·6370야드) 코스에서 열린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라운드 4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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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우승 트로피는 이소미 올 시즌 케이엘피지에이 투어 개막전은 2006년 이후 15년 만에 국내에서 열렸다. 이 또한 코로나가 바꿔놓은 풍경. 시즌 첫 우승의 영광은 제주도 두 달 겨울 훈련 동안 “바람을 이용하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는 이소미가 차지했다. 11일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면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장하나(4언더파 284타)를 두 타 차이로 제쳤다. 작년 10월 휴앤케어 여자오픈에서 투어 데뷔 첫 우승을 하고 6개월 만에 든 우승컵.
이소미는 경기 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경기 전에 변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한테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면서 “올해 상반기 1승, 하반기 1승이 목표였는데 1승을 빨리 했다.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우승 상금은 1억2600만원. 아직 대회 장소가 미정인 대회도 있지만 올해 3개 대회가 더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때도 바람의 지배자가 최종 왕좌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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