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틴 에냉이 9일(한국시각) 스베틀라나 쿠즈네쵸바와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오른손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쿠즈네쵸바 꺾고 US오픈 우승
우승이 확정되자 쥐스틴 에냉(벨기에·세계 1위)은 관중석 박스로 달려갔다. 경비요원들을 제치고 그가 품에 안은 이는 11년 동안 그를 가르쳐준 스승, 카를로스 로드리게스였다.
에냉이 로드리게스를 처음 스승으로 모신 때는 1995년. 자신을 테니스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한 어머니를 여읜 직후였다. 테니스에 대한 생각이 달라 아버지와 등을 돌린 뒤부터 로드리게스는 그에게 스승이자 아버지가 됐다. 최근에 극적으로 ‘생물학적’ 아버지와 화해했지만, 로드리게스는 여전히 그에게 정신적 지주다. 에냉은 “로드리게스는 나를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선수가 되게 한다”고 스승을 치켜세웠다.
에냉과 로드리게스가 합작해낸 메이저대회 승리는 총 7차례(호주오픈 1차례·프랑스오픈 4차례·US오픈 2차례).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는 9일(한국시각) 열린 결승전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네쵸바(러시아·4위)를 1시간22분 만에 2-0(6:1/6:3)으로 꺾는 등 대회 무실세트 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메이저대회 사상 처음으로 비너스(4강전)-서리나(8강전) 윌리엄스 자매(미국)를 차례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첫번째 선수도 됐다. 우승상금은 역대 메이저대회 사상 최고액인 140만달러.
올시즌 남편과 이혼문제로 불참한 호주오픈을 제외하고 3개 메이저대회에서 프랑스오픈과 US오픈 우승을 쓸어담은 에냉은 “(이혼 때문에) 출발이 좋지않아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며 “다시 융합한 가족들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이 때문에 마음에 평화도 얻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예전에는 에냉에게 ‘네 앞에 벽을 만들지 말라’며 채찍질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달라진 에냉에 대해 설명했다.
올 시즌을 통해 진정한 테니스 여제로 등극한 에냉의 다음 목표는? “어렸을 때는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하나 따는 것이 꿈이었는데 지금 7개나 땄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현역 여자 선수들 중에는 서리나 윌리엄스가 가장 많은 메이저 타이틀(8차례)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10일 열리는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대회 4연패를 노리는 로거 페더러(스위스·1위)와 메이저대회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4위)가 우승트로피를 다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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