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강원FC 감독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대전과 경기에서 한국영의 득점이 터진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독수리가 잠들었던 곰의 승리 본능을 깨우며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하는 순간, 경기장엔 정선아리랑이 울려퍼졌다. 팬들은 “최용수”를 연호했다. 시즌 내내 보였던 무기력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승리를 향한 집념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패배가 자명해 보일 때도 끝내 경기를 뒤집던 ‘역전의 강원’다웠다.
강원FC는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대전 하나시티즌과 안방 경기에서 4-1로 승리하며 종합 스코어 4-2로 1부리그에 잔류했다. 대전에서 열린 1차전(8일) 때 0-1로 패했던 강원은 1차전 승리팀이 100% 플레이오프서 승리해온 규칙마저 깨부쉈다.
이날 강원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1차전 패배로 이미 불리한 위치였던 강원은 전반 16분 대전 이종현의 벼락같은 중거리슛에 선제골을 내줬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최소 3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
강등의 그림자가 엄습한 그때, 강원의 반격이 시작됐다. 강원은 실점 10분 만인 전반 26분 대전 수비수 이지솔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강원은 1분 뒤인 전반 27분 주장 임채민이 헤딩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고, 전반 30분 한국영이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겨우 4분 만에 3골을 만들어내며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종합 스코어 3-2로 우위를 점한 강원은 철벽 수비를 펼쳤고, 후반 추가시간 황문기가 쐐기골까지 넣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황문기의 골이 터지자 관중석에 있던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는 주위 사람들과 얼싸안으며 감격해 하기도 했다.
강원 한국영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대전과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독수리’ 최용수(48) 강원 감독의 지도력이 여느 때보다 빛났다. 강원은 K리그1 11위에 머물던 지난 11월 최종전 2경기를 남기고 김병수 감독을 경질한 뒤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을 급히 데려왔다. 최 감독은 부임 뒤 기존 강원의 ‘병수볼’에 더해 특유의 스리백으로 수비를 강화했다. 강원은 서울전 무승부(0-0), 성남전 승리(2-1)를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고, 결국 잔류에 성공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8년 10월 서울에 부임해 팀을 잔류시킨 데 이어 두 번째로 소방수 역할에 성공했다. 최 감독은 당시 강등 위기 서울 사령탑을 맡아 승강 플레이오프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으며 팀을 벼랑 끝에서 건졌다. 2013년 이래 1부리그 팀이 잔류한 건 2017년 김천 상무와 2018년 서울, 2021년 강원 등 세 번 뿐인데, 이중 두 번을 최 감독이 이뤘다.
7년 만의 1부리그 복귀를 노린 대전의 꿈은 승격 문턱에서 좌절됐다. 강원 출신인 마사와 이현식이 끈질기게 친정팀 골문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 1차전 때도 결승골을 합작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니다”라던 마사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이민성(48) 대전 감독도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 대전 사령탑에 부임해 처음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지난해 4위였던 대전을 3위로 올려놨고, 승강 준플레이오프를 뚫기도 했지만 승격을 눈앞에서 놓쳤다. 양 팀 감독은 199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역전골(이민성 득점·최용수 도움)을 합작해 2-1 승리를 일구며 ‘도쿄대첩’을 이끈 바 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원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음 시즌 K리그 진용도 모두 확정됐다. K리그2 1위 김천 상무가 K리그1에 직행하고, K리그1 꼴찌 광주FC가 K리그2로 내려간다. K리그2는 김포FC가 새롭게 가입해 다음 시즌부터 11개팀 체제로 치러진다.
강릉/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