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최전방공격수 얼링 홀란드. AP 연합뉴스
‘골 넣는 괴물’ 엘링 홀란드(22)가 맨체스터행을 앞두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축구 클럽 맨체스터시티가 지난 10일(현지시각) “홀란드 이적에 대해 그의 현 소속팀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원칙적인 합의를 마쳤다”라고 발표하면서 오랜 기간 축구팬들의 입을 오르내렸던 ‘홀란드 이적 사가’에도 종지부가 찍혔다. 알려진 이적료는 그의 방출 조항(바이아웃)이었던
6000만유로(한화 약 809억원).
노르웨이 2부리그 축구팀 브뤼네FK에서 16살에 1군 데뷔한 홀란드는 몰데FK, 레드불 잘츠부르크, 도르트문트를 거치면서 스트라이커 가뭄에 허덕이는 유럽 축구계의 태풍으로 성장했다. 황희찬과 함께 뛰던 잘츠부르크 시절에는 27경기에서 29골 7도움, 도르트문트에서는 88경기 85골 23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수보다 공격포인트가 많다.
지난 1월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홀란드. AP 연합뉴스
팀의 레전드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떠난 뒤 최전방 득점원을 물색해온 맨시티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처럼 보인다. 영국 <비비시>(BBC)가
홀란드와 맨시티 포워드들의 공격 기록을 비교한 표를 보면 홀란드는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리그에서 51경기를 뛰면서 88분마다 한 골씩 48골을 넣었다. 반면 맨시티의 가브리엘 제주스는 55경기 17골(221분 당 한 골), 라힘 스털링은 59경기 22골(206분), 리야드 마레즈는 52경기 20골(164분), 필 포든은 54경기 18골(198분)이다. 골 생산력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 분데스리가 기록만 보면 홀란드는 86분마다 한 골씩 66경기 61골을 넣었다.
홀란드가 도르트문트에 합류한 이후 유럽 5대 리그 득점 순위에서 홀란드보다 효율이 좋은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76경기 90골·73분당 한 골)뿐이다. 한 골을 넣는 데 걸린 시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06분(81경기 64골), 카림 벤제마가 119분(83경기 58골), 킬리안 음바페가 102분(70경기 56골), 무함마드 살라흐가 134분(86경기 53골)이다.
아울러 극심한 ‘빅이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맨시티 입장에서 홀란드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일 수 있다. 아직 만으로 22살까지 2달 여 남겨둔 홀란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통산 23골을 넣었다. 동나이대에서 그보다 나은 선수는 없다. 22살 직전까지 음바페는 21골, 리오넬 메시는 17골, 벤제마는 13골, 라울 곤잘레스는 11골을 넣었다.
상대팀의 태클을 피해 드리블 중인 홀란드. AP 연합뉴스
다만 홀란드가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시스템 축구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칼럼을 통해 홀란드 영입이
“전술적 도박”이라고 지적한다. 과르디올라 축구의 요체는 많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유지에 있는데 홀란드의 유일한 약점이 볼 소유와 패스라는 것이다.
<가디언>은 “카림 벤제마가 90분당 41개, 음바페가 38.9개, 살라가 35개, 호날두가 32개의 패스를 했는데 홀란드는 22개를 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18경기 이상 뛴 공격수 193명 중 129위다”라고 설명한다. 과르디올라를 거쳐간 공격수 중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최악의 시절을 보낸 사례와 레반도프스키, 아구에로처럼 전성기를 폭발시킨 사례가 혼재해 있다. 홀란드는 ‘펩 시티’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