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대표팀 간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되며 관중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가 ‘월드클래스’ 팬서비스로 한국 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3년 전 한국을 방문해 ‘노쇼’ 논란을 일으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비교되며 더욱 호평을 얻는 모양새다.
한국과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맞붙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장을 찾은 6만4872명 만원 관중은 후반 33분 네이마르가 교체돼 나가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네이마르는 이날 선발 출장해 77분을 뛰며 페널티킥으로 2골을 득점했다.
네이마르는 전날 훈련에서 발등을 다치며 결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부상 부위가 과거에도 한 번 다쳤던 곳이라 우려는 더 컸다. 하지만 경기 당일 네이마르는 보란 듯이 그라운드에 올랐고, 화려한 플레이로 한국 팬들을 매혹했다.
네이마르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대표팀 간 평가전에서 통증을 느껴 쓰러져있는 손흥민에게 말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화제가 된 장면도 있었다. 네이마르는 이날 경기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에스코트 키즈로 나온 꼬마가 왼손을 가슴에 올리자, 살며시 그의 왼손을 내려주고 오른손을 가슴에 올려주었다. 네이마르가 보여준 이런 세심한 배려는 중계 화면엔 잡히지 않았지만, 이후 온라인에 동영상으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네이마르는 한국 입국 뒤에도 N서울타워(남산타워), 에버랜드, 강남 클럽 등을 관광하며 한국 팬들과 접촉면을 넓힌 바 있다. 팬들이 사인 요청을 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니폼에 직접 사인을 해주기도 하는 등 남다른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팬들은 슈퍼스타가 보여준 ‘특급’ 팬서비스에 경기장에서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네이마르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이 선사한 뜨거운 열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마르는 <이에스피엔(ESPN) 브라질>과 한 인터뷰에서 “행복하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라며 “정말 놀라웠다. 이 정도로 환영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2019년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팬들이 90분 내내 ‘호날두’를 외쳤지만, 그는 끝내 출전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런 모습은 3년 전 한국을 찾았던 호날두와 비교된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네이마르와 호날두는 달랐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2019년 7월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뛰던 호날두는 소속팀과 함께 K리그 올스타와 맞붙는 이벤트전을 치렀지만, 직전에 있었던 중국 방문 때 근육 피로가 쌓였다는 이유로 끝내 경기장에 서지 않았다. 90분 내내 호날두를 찾는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팬들이 품었던 기대는 배신감으로 변했고, 주최사 쪽이 맺은 계약서에 ‘45분 이상 경기 출전’ 조항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히 당시 경기는 국가대표 평가전도 아닌 철저히 팬을 위한 이벤트 경기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례적으로
“후안무치함에 매우 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힐 정도로 여론이 안 좋았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했고, 호날두는 한국에서 ‘날강두’(날강도+호날두)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