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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팔레티가 일군 나폴리의 ‘르네상스’…마라도나의 영광 재현할까

등록 2023-02-23 15:29수정 2023-02-24 02:02

유럽 5대리그 골득실 1위 팀의 고공행진 비결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 EPA 연합뉴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 EPA 연합뉴스
1984년 7월5일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헬리콥터를 타고 이탈리아 나폴리의 축구 경기장에 착륙했을 때 7만 관중은 “호 비스토 마라도나”(마라도나를 봤다)를 연호하며 그를 반겼다. 위대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마라도나 입단 뒤 나폴리는 두 번의 스쿠데토(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컵)를 들어 올리며 유럽 최강의 팀으로 부상했다. 북부 이탈리아의 멸시를 받던 남부의 가난한 항구 도시는 마라도나가 가져다준 영광과 함께 찬란한 여름을 만끽했다.

그 마지막 영광 이후 33년 만에 다시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이끄는 나폴리의 고공행진이 벌써 도시 전역을 축제 준비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나폴리는 지난 22일(한국시각)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프랑크푸르트(독일) 방문 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8강행 가능성을 높였다. 이 승리는 나폴리 팬들에게 오래된 향수를 상기시키며 들뜨게 했다. 1989년 역시 마라도나와 함께 유에파컵(현 유로파리그) 정상에 섰던 일이다. 당시 결승 상대도 독일 팀(슈투트가르트)이었다. 나폴리의 유일한 유럽대항전 트로피다. 여전히 챔스에서는 8강 문턱조차 넘어본 적이 없는 나폴리로서는, 한껏 도취할 만한 승리다.

나폴리의 공격수 빅터 오시멘(왼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 크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나폴리의 공격수 빅터 오시멘(왼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 크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대륙컵과 리그 양쪽에서 나폴리는 현재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다. 23일 현재 올 시즌 리그에서 단 한 번밖에 지지 않으면서 승점 59점으로 줄곧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2위 AC밀란과 승점 차는 무려 15점이고 골 득실은 41점(56득점 15실점)에 이른다.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2위와 승점을 두 자릿수로 벌린 유일한 팀이고 골 득실이 가장 높은 팀이다. 유럽 최다득점팀 독일 바이에른뮌헨(61득점)보다 수비가 탄탄하고 최소실점팀 스페인 FC바르셀로나(7실점)보다 공격이 원활하다.

공·수 양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축구를 구현한 나폴리의 스타일을 두고 패장 올리퍼 글라스너 프랑크푸르트 감독은 “반-이탈리아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라고 불리는 빗장 수비 전술의 원산지다. 유벤투스를 비롯해 AC밀란, 인테르밀란, AS로마 등 강팀들이 모두 백쓰리 기반 수비 축구를 주로 구사한다. 반면, 나폴리의 축구는 호전적이다. 공간을 향해 달려들고 최전방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찍어 누르며 끝없는 추가 실점을 유도한다.

동시에 나폴리는 공격수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병행하며 균형까지 잡아낸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지장 스팔레티 감독이 오랜 세월 공들여 완성한 축구다. 모든 선수가 경기장 위 모든 상황에 참여한다. 리그 기준 나폴리에서 도움을 3개 이상 올린 선수는 일곱명, 한 번이라도 골 맛을 본 선수는 열다섯명이다. 모두 리그에서 가장 많다. 여기에 득점 1위(빅터 오시멘·18골)와 도움 1위(크비차 크바라츠헬리아·9개)까지 모두 나폴리 선수다. 수비 역시 리그 최소 실점(15점)이다.

나폴리의 김민재(오른쪽)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상대 공격수 랜달 콜로 무아니를 수비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나폴리의 김민재(오른쪽)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상대 공격수 랜달 콜로 무아니를 수비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마라도나가 떠난 뒤 나폴리는 세 번의 강등을 겪으며 험한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에도 재정난으로 팀의 간판 상당수를 내보냈다. 그러나 크리스티아노 지운툴리 단장과 스팔레티 감독은 크바라츠헬리아, 마티아스 올리베라, 김민재 등 유럽의 어느 빅클럽도 알아보지 못한 숨겨진 보석들을 상대적으로 싼 이적료로 입단시켜 유럽에서 가장 역동적인 팀을 만들어냈다. 그 누구의 빈자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나폴리에 남은 빈자리는 마라도나 이후 비어 있던 트로피를 위한 공간뿐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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