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27일(한국시각) 런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전에서 뉴캐슬을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맨유의 혁명’ ‘퍼거슨 시대의 재연’…
에릭 텐 하흐(53)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리그컵(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꺾고(2-0) 정상에 오르자 언론에 등장한 용어다.
한동안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던 맨유는 2016-2017시즌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그컵은 통산 6번째 챙겼다. 맨유는 정규리그 3위, 축구협회컵(FA) 16강 진출,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등 각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26년 재임 기간 맨유를 ‘전설’로 만든 앨릭스 퍼거슨 감독(통산 38개 트로피 수확)이 2013년 은퇴한 뒤 맨유에는 여러 명의 지도자가 등장했지만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이번 리그컵 우승을 통해 강해지고 있다.
영국의 <비비시>는 이를 ‘텐 하흐의 맨유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올 시즌 텐 하흐 감독의 부임 이래 달라진 맨유의 팀 분위기는 그의 엄격함에서 엿보인다. 수비수 루크 쇼는 “선수 모두는 그가 설정한 룰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에 뛸 수 없다.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고 했다.
실제 그는 크리스타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팀과 감독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자, 결국 그를 방출했다. 당시 호날두는 “그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감독을 직격했다. 또 “퍼거슨 감독이 떠난 뒤 나아진 게 없다”며 팀을 혹평했다.
하지만 이날 리그컵 우승으로 둘의 결별 이후 평가는 텐 하흐 감독의 판정승이 됐다.
텐 하흐 감독의 장악력은 여러 일화에서 드러난다. 가령 프리시즌 투어에서 지각한 선수는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팀의 주포 마쿠스 래시퍼드가 늦잠으로 팀 미팅에 빠질 때도 마찬가지다. 텐 하흐 감독은 아무리 중요한 경기가 앞에 있고, 전 경기에서 득점했더라도 명단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규율을 주입했다.
호날두가 프리시즌 경기 중 교체됐을 때 라커룸으로 향하자 이를 비난하고, 10월 정규리그 토트넘과의 경기 막판 교체출전 지시를 어기고 벤치를 떠나자 이후 경기에서 배제한 것은 일관된 모습이다.
물론 그의 강경한 조처는 선수들의 공감 속에서 이뤄진다. 시즌 첫 안방 경기 패배에 이어 두번째 브렌퍼드 원정 대패(0-4) 뒤의 행보는 텐 하흐 감독의 ‘칼날 같은’ 팀 관리술을 보여준다. 텐 하흐 감독은 경기 다음날 휴식을 취소했고, 선수들을 소집한 뒤 브라이턴보다 13.6km 덜 뛰었던 상황을 상기시키듯이, 13.6km 달리기를 시킨 뒤 본인도 함께 뛰었다.
비비시는 “브렌퍼드전 패배의 모습은 용납될 수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보낸 것이다. 지도자를 포함한 팀 전체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잘못이 드러나면 곧바로 교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과거 맨유의 감독이 개인적 다툼으로 선수를 뺀 적이 있지만, 텐 하흐 감독은 지금 100% 자기가 원하는 대로 팀을 다룬다”고 덧붙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릭 텐 하흐 감독(가운데)가 27일(한국시각) 런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코치진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대선수 호날두가 텐 하흐 감독에 반발했지만, 그의 행동은 선수의 명성보다 팀 규칙을 우선한다는 텐 하흐 감독의 철학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우승컵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우승은 감독의 권위를 강화한다. 루크 쇼는 “텐 하흐 감독은 점유를 기반으로 하는 축구를 원한다. 전술적인 훈련을 많이 하고, 공을 소유했을 때 모두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아야 한다. 우리 팀은 압박을 하며 공격적이며, 많이 뛰는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텐 하흐 감독은 네덜란드 부동산 부호의 아들이지만, 축구 지도자로 항로를 정한 뒤 아약스 등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맨유 부임 뒤에는 퍼거슨의 향기를 풍기며 본격적인 트로피 사냥을 시작했다.
텐 하흐 감독은 이날 우승 뒤 “단 1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뿐이지만,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영감과 동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