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승부차기 끝에 영국을 물리친 뒤 우리 선수들이 환호하며 경기장을 내달리고 있다. 가운데에 두 팔을 들고 기뻐하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용병술·수비강화 눈부신 작전
자신 낮추는 큰형님 카리스마
선수들도 믿음에 부응 ‘맹활약’
“후배들 감독이라 자랑스럽다”
자신 낮추는 큰형님 카리스마
선수들도 믿음에 부응 ‘맹활약’
“후배들 감독이라 자랑스럽다”
‘혼’과 ‘소통’, 홍명보 감독의 등록상표다.
선수들한테는 다정다감한 형이자, 삼촌이다. 문제가 생기면 “안 돼!”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어루만지고 소통하면서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다고 방임은 없다. 2009년 20살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았을 때, “혼을 쏟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형님 리더십’에 바탕한 카리스마가 홍명보 감독의 힘이다. 오죽했으면 옛 선배들은 하나같이 “그놈은 왠지 무서운 놈”이라고 말했을까.
5일(한국시각) 영국단일팀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4강에 오르던 날. 인터뷰룸에 나타난 홍 감독은 여전했다. 표정과 목소리는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았다. 꾹 누르고 있다. 내압이 커질수록 울림은 강하다.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치밀하게 선수단을 다그친다.
소통의 리더십은 배려와 포용에서 나온다. 승리엔 환한 웃음을 보였지만 결코 자신에게 공을 돌리지 않는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항상 소통하고 배려하는 팀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맏형님’으로서 감독의 자리를 창조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승리 소감은 “그런 (훌륭한) 후배들의 감독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것이었다.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수평화됐다. 상호침투하고 교류한다. 그를 지도한 감독들은 대부분 기관차형 감독이었다. 그러나 ‘영리한’ 홍 감독은 장점만을 따왔다. 예를 들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한국팀 감독이었던 데트마어 크라머가 선수들을 ‘마이 선’(나의 아들)이라고 부를 때 충격을 받았다. 따뜻한 가족애가 가능한 것을 보았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한테서는 자상함을, 핌 베어벡 감독한테는 주도면밀한 훈련계획을 배웠다. 박주영이 병역문제로 휘청거릴 때 마치 친형처럼 같이 기자회견을 하며 박주영과 대표팀의 상생을 도모했다.
이번 대회에서 홍 감독은 기록에 의존하는 축구에 몰두했다. 상대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입수해 그것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웠다. 유럽 축구 지도자들이 왜 상대방의 경기 모습을 담은 테이프를 몇번이고 반복해 보는지를 홍 감독은 안다. 영국 선수들이 승부차기에 약하다는 것을 홍 감독은 진작 알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오래전부터 런던의 싸움을 준비해 왔다. 2002년 월드컵 때 홍명보 감독은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피말리는 승부차기의 마지막 키커로 나서 한국을 4강으로 밀어올렸다. 이번엔 감독으로서 다시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정말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축구 종가 영국’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제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마주보고 있다. 홍 감독은 다시 눈을 감았다. 브라질 파일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브라질과의 싸움터가 될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 경기장의 함성을, 그 승리와 기적의 함성을….
런던/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5-4로 승리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4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5-4로 극적인 승리를 한후 두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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