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여자 축구대표팀서 4년만에 훈련
2005년 이후 A매치 첫 출전
태극마크가 무겁게 느껴져
이젠 성별 논란에 안 흔들려
아시안컵 우승으로 보답할 것
2005년 이후 A매치 첫 출전
태극마크가 무겁게 느껴져
이젠 성별 논란에 안 흔들려
아시안컵 우승으로 보답할 것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더니 태극마크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박은선(28·서울시청)은 밝은 모습이었다. 4년만에 돌아온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훈련장은 16살 때부터 대표팀 생활을 해온 그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22일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대회(5월14일)를 대비한 대표팀 첫날 훈련에 참가한 박은선은 “너무 오랜만에 대표팀에 와서 낯설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다. 방황을 많이 하고 돌아온 만큼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키 1m80, 몸무게 74㎏의 탁월한 체격과 발군의 기량을 겸비한 박은선은 17살 때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예선에서 7골을 터뜨리며 본선행을 이끌었다. 2005년 동아시아선수권 우승 뒤에는 한국인으로선 처음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여자 선수 후보에도 올랐다. 국제대회 때마다 벌어지는 ‘성별검사’ 논란과 대표팀 무단 이탈 등 개인적인 방황까지 겹치면서 잇단 징계와 2010년 은퇴 선언 끝에 2012년 여자실업축구(WK) 서울시청으로 돌아왔다. 박은선은 최근 3년간 여자실업축구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지난 15일 그를 대표팀 최종 명단 23명에 포함시켰다.
박은선은 2010년 4월 아시안컵 소집훈련 이후 꼭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역경을 딛고 돌아온 대표팀이어서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대표팀과 소속팀의 동료, 감독님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게 된 만큼 당연히 우승을 한다는 생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국내 리그 감독들이 꺼내들면서 다시 논란이 됐던 ‘성별검사’ 문제에 대해서도 의연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해외 감독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대한축구협회 쪽에서 잘 마무리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 이제 그런 문제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몸상태도 많이 올라온 만큼 경기장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아시안컵 때는 대표팀 훈련까지 마치고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박은선으로서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2005년 8월 동아시아대회 조별리그 일본전 이후 9년 만에 실전 대회에 출전하는 셈이다. 윤 감독은 “박은선이 국내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만큼 아시안컵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해줄 거다. 모처럼 대표에 합류했지만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함께 뛰는 만큼 호흡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표팀은 박은선이 잉글랜드 여자프로축구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과 짝을 이뤄 최상의 공격 진용을 갖추게 됐다. 박은선은 “소연이와 발을 맞추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소연이한테 배울 것도 많고 얻을 것도 많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훈련에서 오른쪽 종아리에 가벼운 부상을 점검하면서 팀 훈련을 소화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8개국이 2개조로 나누어 조별리그 뒤 4강 토너먼트로 치러진다. 5위까지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박은선은 “긴장은 되지만 이제 나이도 있는 만큼 떨리는 건 없다. 지금까지 못한 걸 이제 한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3주간 손발을 맞춘 뒤 다음달 11일 베트남으로 출국한다.
파주/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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