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제프 블라터 현 피파 회장, 루이스 피구, 알리 빈 후세인 요르단 왕자, 미카엘 판프라흐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피파, 차기 회장 후보 4명 공개
블라터 5선 길에 피구 등 경쟁
국제축구 절대 권력 바뀔지 관심
정몽규 회장, 피파 집행위원 출마
블라터 5선 길에 피구 등 경쟁
국제축구 절대 권력 바뀔지 관심
정몽규 회장, 피파 집행위원 출마
가장 영향력 있는 비정치 국제기구이자 한 해 예산만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됐다. 피파는 10일(한국시각) 누리집을 통해 새 회장 선거에 나설 후보로 제프 블라터(79·스위스) 현 회장을 비롯해 알리 빈 알후세인(40) 요르단 왕자, 포르투갈 출신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43), 미카엘 판프라흐(68) 네덜란드축구협회장 등 최종 후보 4명을 공개했다. 이들 가운데 한명이 오는 5월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209개 회원국의 투표로 향후 4년간 전세계 축구를 이끌어갈 차기 회장직을 맡게 된다. 이들은 마지막 후보 심사 절차인 도덕성 검사를 마치고 사실상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1998년 이후 4선 피파 회장으로 국제 축구계에서 ‘절대권력’을 휘둘러온 블라터가 여전히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전임 주앙 아벨란제 회장이 본격 도입한 국제축구 마케팅을 블라터가 2000년대 이후 완벽하게 꽃피웠다는 평가다. 스위스 시계 회사 임원 출신으로 기업 마케팅을 축구에 적절하게 접목했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월드컵뿐만 아니라 대륙별 축구의 인기와 수익이 정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터는 “나를 회장에서 내리고 싶으면 언제든 도전해도 좋지만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블라터 회장의 경쟁 상대로는 미카엘 판프라흐 네덜란드축구협회장이 꼽히고 있다. 판프라흐 회장은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 아약스 구단의 회장과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 등 축구 행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윤리 보고서 왜곡 논란’ 이후 블라터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유럽축구연맹 소속 국가들이 판프라흐 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와 알리 빈 알후세인 요르단 왕자(아시아축구연맹 회장)도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구는 1990년대 포르투갈 축구의 ‘황금 세대’를 이끌었던 스타 선수 출신이다. 후세인 왕자는 2011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누르고 피파 집행위원에 당선됐고, 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자랑한다. 박용수 대한축구협회 국제팀 부장은 “미디어에서 블라터에 대한 비난이 커진 것과 달리 선거는 정치에 가깝다. 블라터를 극복할 대항마가 없고, 비슷한 성향의 후보 3명에게 표까지 갈리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회장 선거에 한달 앞서 아시아축구연맹 총회에서 선출되는 피파 집행위원 자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에선 정몽규(53)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피파 집행위원은 월드컵 등 피파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의 개최지·일정·방식을 결정하는 막강한 실권을 지녔다. 피파 내부에서도 회장 투표권, 사무총장 해임 권한 등 핵심 인사 임면에 관여할 수 있다. 지난 5일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부회장 겸 사무총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당연직인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뺀 나머지 집행위원 3명이 오는 4월 투표로 결정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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