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16강전 앞두고 결의
홈구장 못 써 ‘원정 아닌 원정’
홈구장 못 써 ‘원정 아닌 원정’
우크라이나 축구 명문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주장 다리요 스르나(32)에게 결기와 슬픔이 함께 감돌았다. 스르나는 17일(한국시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일(18일) 경기는 암울한 상황에 처한 우리 클럽과 팬들을 위해서 뛸 것이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과의 1차전을 앞둔 샤흐타르는 경기 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샤흐타르는 지난 1년여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내전 여파로 안방인 돈바스 아레나 구장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곳은 내전으로 발생한 이재민들이 피난처로 쓰고 있다. 이재민 역시 샤흐타르가 세계적 명문으로 성장하도록 응원해준 연고지 팬들이다. 경기장도 내전 과정에서 일부가 망가져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수준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때도 연고지를 떠나 키예프에 소규모 임시 구장을 마련해 힘겹게 시즌을 치러왔다.
샤흐타르는 유럽축구 최대 축제인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원정 아닌 원정’ 경기를 벌이게 됐다. 홈경기인데도 안방에서 1200㎞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로 떠나야 한다. ‘12번째 선수’인 안방 팬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더욱 뼈아프다. 스르나는 같은 날 <아에프페>(AFP)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 역시 홈구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다”며 “고향에서 응원하고 있을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고 싶다. 그들의 응원이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팀들은 우리 안방인 돈바스 아레나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거기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그건 바로 우리 경기장, 우리 팬, 우리 도시”라고 말했다.
1차전을 앞둔 미르체아 루체스쿠 샤흐타르 감독은 “뮌헨의 약점을 파고들어 승리한 영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뮌헨 감독은 “샤흐타르와의 16강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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