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은 양면적이다. 하나는 일일이 오심을 되돌렸다가는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과의 타협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 주심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비디오 리플레이 기술의 일반화로 오심이 시시각각 명백하게 드러나는 이즈음에는 옛 주술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K리그 클래식 오심 논란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FC에서 나온다. 인천은 9일 현재 10경기를 치렀는데, 이 중 4경기에서 오심이 있었다고 항변한다. 페널티킥 휘슬을 불어 불이익을 주고, 득점 과정에서 공이 골라인을 벗어났다며 무효로 한 것은 오심으로 드러났다. 득점 연속성을 무시하고 흐름을 끊거나, 평범한 파울에 퇴장 카드를 꺼내는 등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도 나왔다. 광주FC도 3월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페널티킥 오심으로 역전패를 당하자 격하게 반발한 바 있다.
공정함에 바탕을 둔 결과의 불확실성을 의도가 개입된 판정으로 왜곡하는 것은 스포츠를 죽이는 것이다. 열심히 준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때 선수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만 편파나 고의성이 없다면 오심을 인간의 실수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 한번 실수하면 영원히 심판을 내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최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는 대표적인 오심 경기였다. 뮌헨의 아르투르 비달이 후반 잘못된 경고로 퇴장을 당하면서 그때까지 잘 싸우던 뮌헨은 연장까지 가서 대패했다. 지난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총 380경기 중 53경기(14%)에서 오심이 나왔다는 <미러>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으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최근 몇 년간 컴퓨터 심판 배정, 배정 비공개, 거점 숙소제, 심판 승강제, 사후 전 경기 영상분석 등 제도적 정비를 해왔다. 경남이나 전북의 심판 매수 의혹 등이 터진 것을 보면, K리그 인기 회복을 위한 방향의 하나로 공정한 심판 체제 구축을 설정한 것은 잘한 일로 보인다. 최근 4년 사이 심판 가운데 4분의 3이 새로운 얼굴로 바뀌고, 경험은 적지만 때 묻지 않고 열정을 갖춘 심판진이 보강됐다는 게 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이다.
7월1일부터는 비디오 심판(Video Assistant Referee) 제도가 도입된다.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영상차량을 보내 주심이 주요 판정 때 영상 레프리와 통화하고, 주심이 오심을 할 경우 즉시 수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반기에 운용비만 1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사업이다.
비디오 레프리가 도입돼도 심판들은 오심을 줄이기 위해 더 집중하고 더 긴장해야 한다. 각 구단도 판 전체를 키우기 위해서 오심에 대처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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