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3일부터 사무실 칸막이와 지정석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로 단일화한 새로운 시도에 들어갔다. 보수적인 한국 스포츠 조직문화 풍토에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다. 사진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무실에 칸막이가 없다. 종이뭉치나 책도 쌓여있지 않다. 자리도 정해져 있지 않다. 호칭은 팀장을 제외하고 모두 ‘프로’다.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실은 파격적인 ‘혁신’의 배양실 같았다. 조연상 사무국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자유로움에서 나온다. 상호 자유로운 소통과 업무수행을 위해 오늘부터 벽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권오갑 총재)은 2013년부터 실관중 집계, 선수 연봉 공개, 객단가 평가 등 이전과 구분되는 행보를 펴왔다. 특히 교육과 재교육을 강조해, K리그1~2부 각 구단의 시이오(CEO)·직원을 대상으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수시로 돌리고 있다. 각종 교육의 연간 횟수를 합치면 수백회가 넘는다. 전 세계 선진 리그의 동향과 산업 트렌드를 번역해 백서로 만들어 배포하면서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직원으로 채용해 활용하는 실리도 돋보인다. 전체 30명의 직원 가운데 변호사 2명과 회계사 2명은 각 구단의 분쟁 조정 등 법률 조언이나 회계 방식 개선에 직접 참여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법무, 뉴미디어, 유스지원, 교육지원, 마케팅팀 등 새롭게 추가된 업무 영역에서는 프로축구의 미래 먹거리와 산업의 토대를 닦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부터 자체 해설진과 제작진을 가동해 K리그2 경기를 중계하고, K리그 유튜브 드라마를 만들고,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해외 시장에 나가 K리그 중계권을 판매한 것은 아이디어의 승리였다. 판정 공정성을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보다 먼저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도입하기도했다.
흔히 4차 혁명이란 말이 유행하지만 기존의 수직적 직제를 허물고 새 질서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노트북을 보관할 개인 사물함과 책상만이 전부인 풍경은 낯설다. 하지만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흐름을 타는 것은 필연이다.
조연상 사무국장은 “관행이 아닌 혁신,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단순히 무탈하게 리그를 운영하지 않고 K리그의 방향을 선도하겠다는 마음의 자세로 봐달라”고했다.
프로라는 수평적 호칭부터 이들은 이미 프로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한국프로축구연맹이 3일부터 사무실 칸막이와 지정석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로 단일화한 새로운 시도에 들어갔다. 종이 없는 사무실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진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