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의 ‘체육회 관련 의혹에 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회의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거버넌스(governance), 요즘 많이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쉽게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일단 거버넌스는 정부라는 뜻의 거번먼트(government)와 다르다. 정부는 국가 통치기구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고전적 형태의 통치나 행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정부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민간의 이해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기업조차도 주주, 경영자, 종업원,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국가는 ‘공공성’을 독점할 수 없고, 또 시장은 공공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번먼트에서 거버넌스로 이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원화된 사회에 다양한 주체가 형성하는 네트워크가 워낙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관료주의는 민간 영역에 비해 한계가 있다.
스포츠에서도 거버넌스는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거버넌스의 구체적 형태로 볼 수 있다. 학계, 체육계, 인권 전문가 등이 혁신위원회에 참가했고, 이들의 개혁 권고안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기관이 이행을 보증하는 형태로 정책화됐다.
하지만 혁신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대한체육회가 빠진 것은, 여전히 발언권이 큰 정부와 거버넌스의 다른 참여 주체들 사이의 소통과 신뢰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때도 대한체육회는 국외자로 소외된 바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정부에 대한 체육계의 피해의식이나 불신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
스포츠 거버넌스는 더 큰 과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체육회의 거버넌스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그동안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차지했던 지방체육회의 회장직은 지난해부터 선거를 통한 민간 체육회장 시대로 들어갔다. 이어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올해 6월9일부터는 지방체육회가 법정법인으로 바뀐다.
과거에 지자체의 예산으로 ‘편하게’ 운영돼왔던 지방체육회는 이제 독자적인 생존의 길에 몰렸다.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혁신 조직으로 거듭나는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이 험난한 과정에서 경기도가 거버넌스의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기도는 5월 도와 도의회, 지방체육회가 참여하는 ‘경기도 체육혁신협의체’라는 3자 회의를 구성했다.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체육회 조직 재설계, 체육시설 운영 개선 방안, 도 체육 업무의 체육회 이관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용역 발주를 통해 외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국 스포츠는 전환기다. 사회 변화에 따라 체육 제도나 행정도 과거의 국위선양이나 승부 지상주의 등 국가체육의 이념에서 탈피해 ‘스포츠 포 올’로 바뀌고 있다. 정부와 민간 부문의 협력적 권력 분점이라 할 수 있는 거버넌스는 필수가 되고 있다.
물론 해방 이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국가주의 스포츠 문화 탓에 거버넌스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이해 당사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해 정책의 정당성을 논의하는 토론장은 거의 없었다. 정부나 정치권이 방향을 설정하면 모두 따라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부와 체육단체 사이의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은 형성될 수 없었다.
정부의 권력 독점이 아니라 민간 영역과의 협력통치가 스포츠에서의 거버넌스다. 정부의 개방적 자세와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스포츠 개혁을 위한 거버넌스는 정부에서부터 종목 단체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수직적 권력 질서의 창조적 파괴를 요구하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